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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_exhibition review

1 마르셀 뒤샹은 체스를 좋아했다. 그의 작업은 당대 예술계를 향한 체크메이트였다. 그의 이후로, 물화되지 않은 작업착상을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예술가들이 등장했다. 혹은 작품의 관람 이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여겼던 예술가들도 있었다. 게임과 예술은 현실에서 벗어난 현실이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게임을 하거나 예술작품을 경험하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문화의 범주에서 둘의 처우는 다르다. 예술은 여러 학문에 관계를 맺는 고급문화에 속하지만, 여전히 게임은 하위문화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 PC 보급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던 와중에 함께 쏟아져 나오던 컴퓨터 입문서에는 당시 유명하던 DOS 게임이 꼭 들어가 있었다. 게임은 컴퓨터와 친해지기 좋은 수단이었다. 게임의 그러..

은밀한 갤러리_원제《The $12 million Stuffed Shark(1,2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박제 상어》_book review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와 경매, 갤러리의 르포르타주 원제가 《The $12 million Stuffed Shark(1,200만달러를 호가하는 박제 상어》인 이 책은 부제 에서 알 수 있듯 현대미술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쯤에서 원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2005년, 영국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라는 작품이1200만 달러(약 138억 원)에 판매된 일화는 현대미술계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단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용액이 든 수족관에 담아 박제시켰을 뿐인 작품인데도 말이다. 만일 직접 상어를 구입해 포름알데히드..

슈톡하우젠 그의 음악세계_bookreview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은 전자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인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전자음악의 시초부터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까지 이끌어온 작곡가이다. 이 책은 슈톡하우젠의 강연과 인터뷰를 토대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직접적으로 작곡가의 정신적인 면, 작곡기법, 작곡에 대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으며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전자음악에서의 중요한 개념들을 따라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현대 음악을 두고(굳이 전자음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것이 음악인가?'라는 의문에 부딪히게 된다. 필자 또한, 음대에 진학하면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슈톡하우젠은 이러한 이들에게 음악의 가능성에 관한 끊임없는..

Virtual Mapping on the Body_exhibition review

는 미술계의 본격적인 봄을 알리기 전, 하나의 신호탄처럼 미리 쏘아 올려진 전시였다. 적어도 추위에 발을 동동 굴러가며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앞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했으리라 본다. 본 전시는 미디어 아트와 무용 그리고 비주얼 아트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작가들의 협업을 표방한 기획의도가 매우 크고 야심찬 전시로 보여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획 의도가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의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여 그림을 펼쳐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사전에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건물 자체에 영상을 투사하는 ex[Medium]의 이고, 두 번째는 역시 ex[Medium]의 영상을 무용가의 몸에 투사하는 즉 가상의 인간주의, 휴머니즘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

상상을 가상현실로 : AMDM / adobemuseum.com _web reveiw

1960년대말부터 컴퓨터가 예술에 사용된 이후, 디지털 아트는 다양한 결과물들을 만들면서 현대 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아트는 이전까지의 예술과는 본질적으로 그 구성성분이 다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전까지의 예술이 물질적 요소들을 기본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디지털 아트는 결국 숫자 정보로 치환된다. 그러나 본질적 형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트는 어떠한 측면에서 일종의 타협을 거듭해왔다. 원본성-복제성-가상성 등의 디지털 아트의 특성들은 현대 예술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점 내지는 해결해야만 하는 사항으로 치부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 예술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뚫기 위한 모종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트를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만날 때 한번쯤은..

review/Application 2011.03.02

수용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_‘팬, 블로거, 게이머’ 헨리 젠킨스 지음 _book review

헨리 젠킨스의 ‘팬, 블로거, 게이머’는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능동적 수용자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다루는 책이다. 본인을 이론가이기 이전에 아카팬으로 자처하는 헨리 젠킨스는 철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수용자의 입장, 팬들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다루며, 팬과 학자의 이중적 정체성의 조화를 지향한다. ‘팬, 블로거, 게이머’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과 마찬가지인 팬과 블로거, 게이머들에 대해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1부 ‘팬덤 안에서’ 에서는 대중문화와 그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재생산해내는 팬덤 문화를 다루며 팬들이 만들어 내는 2차 창작 작품들의 의의와 창작 동기, 정치적 해방의 가능성에 대하여 분석한다. 2부 ‘디지털 속으로’는 네티즌의 활발한 참여를 통한 집단..

영상과 소리 관계. 크리스찬 마클레이_exhibition

사진 : leeum museum Space 특정 형태의 작품은 작품을 감상하기에 이상적인 특정 환경을 가진다. 우리가 '화이트 큐브Whire Cube'라고 부르는 미술관 및 갤러리의 흰색 전시 공간은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이 가지는 분위기와 존재감을 이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상정된 공간이다. 리움미술관의 블랙 박스Black Box는 건축가 렘 쿨하스가 영상 매체 작품을 감상하는데 알맞은 어두운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장소이다. 이곳은 그동안 리움 미술관 내 다른 공간과 연계된 기획전의 장소로서 사용되다가 최근 라는 이름 아래 공간에 특화된 매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 첫 발걸음인 이번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개인전 전은 영상 작업들로 구성되어있다. Artist 크리스찬 마클레 Christian Marc..

[기획취재] 새로운 예술의 전파 혹은 이식? <Global Digital Playground in Island>프로젝트

토탈미술관에서 매년 열고 있는 기획전 의 글로벌판이 지난 12월, 첫 시행되었다. 프로젝트 명은 'Global Digital Playground', 거기에 'in Island'가 덧붙었다. 말레이시아의 사바 주에 위치한 'Kota Kinabalu'가 바로 그 섬이다. 숭실대 등 국내 3개 대학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관련 학과와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코타 키나발루의 'Kolej Yayasan Sabah'라는 애니메이션 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나라이다. 말레이시아의 예술은 더욱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의 예술 동향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우리이지만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문화 예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드물다. 그만큼 예술에 ..

review/Aliceview 2011.01.19

육태진 회고전 | 미디어를 통하여 인간은 실존한다

우리는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것에 의해 끊임없는 변화에의 적응성과 사회에의 순응성을 테스트받고 또 유도된 자기투영능력을 시험당한다. - Text in the 최근 출시되는 텔레비전 수납/장식장의 전면은 투명하게 만들어진다. 일단 리모컨 신호가 관통할 수 있어야 하고, 셋톱박스 외에도 다른 외부입력 장치가 추가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린이 놓일 자리는 개방적인 곳으로 상정되어 있다. 처음 텔레비전이 가정으로 보급되었을 당시의 다른 가구들도 육중했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텔레비전 수납장은 마치 단단한 갑옷과 같은 모습으로 기억한다. 시청하지 않을 때는 브라운관 전면부를 닫아 놓을 수도 있었는데, 문을 열었을 때 금고가 나타난다고 해도 좋았을 법한 그 모습에는, 지금이라면 고가의 홈시어터 시..

[기획취재] tacit. perform [1]-음의 탄생과 소멸, 생명체의 진화에 감각적으로 동참하다

“태싯그룹의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 시각과 청각에 호소하는 비주얼 뮤직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무용수의 몸짓으로 영상과 소리를 제어하는 첫 작품 부터 테트리스 게임을 모티브로 한 마지막 작품 까지 모든 작품에서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는 미리 구성해놓은 일정한 알고리듬에 따르되, 퍼포머의 즉흥적인 실행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리뷰어 정수경)” “태싯그룹은 게임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의 결합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프로그래밍 아트’가 선사해 준 것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 주는 신선함 그리고 놀이가 주는 경쾌한 감흥이었다. (리뷰어 김명신)” 지난 달 18, 19일 양일간 LIG 아트홀에서 태싯의 두 번째 정기 공연이 열렸습니..

review/Aliceview 201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