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639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_aliceview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최근, 다양한 기술 매체와 결합한 미디어아트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흐름이자 실험적으로 예술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말 그대로 매체와 예술이 적극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지칭하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분야이다. 다만, 기술 매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예술과는 그것의 소장 형태 및 유통의 방식이 상이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특히 디지털에 기반을 둔 예술 작품들은 물질적 형태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제목의 본 아티클은 지난 2017년 9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review/Aliceview 2018.02.20

세마 벙커 <비전 온 비전 (Vision on Vision)> : 실험영상의 다양한 변주 _exhibition review

“비전 온 비전 Vision on Vision” 르메트르 콜렉션 Lemaître Collection 전시 리뷰 – 실험영상의 다양한 변주 미디어아트 분야를 중점으로 전시기획하는 서울시립미술관 벙커(SeMA Bunker)에서 약 20여년 동안 실험영상을 수집해오고 있는 르메트르 부부(이자벨 Isabelle, 장-콘라드 르메트르 Jean-Conrad Lemaître)의 작품 11점이 공개되었다. 전시는 모두 스크린 기반의 순수 영상작품들로, 1984년부터 2017년 최근까지의 작품들이 시대와 나라, 문화권 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영상작품들은 스크린 크기에 변주를 주어 오픈공간과 블랙박스 안에서 영사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에밀 자시르(Emily Jacir)의 (2003)..

미디어아트키친 MediaArt Kitchen 0X04: onformative

팩토리, 랩, 키친. 이들 명사는 어떠한 대상의 특징을 은유적으로 부드럽거나 재치있게 전달하거나 딱딱한 원래의 의미를 편안하고 익숙하게 풀어주는 지칭어들입니다. 근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이나 기술 영역에서 진행되는 행사 또는 단체에서 많이 활용되는 명사이기도 했습니다.'미디어아트 키친(Media Art Kitchen)'은 미디어아트그룹이자 디자인아트 스튜디오인 김치 앤 칩스(kimchi & chips)가 진행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각문화와 사운드, 기술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포맷입니다. 오늘날 기술 환경과 문화에 연계된 예술과 디자인,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나 작가, 디자이너를 불러와 함께 그들의 작업과 꿈, 이상, 방향 등을 공유하는 행사입니다. 플래툰 소넨덱에서 진행된 2..

review/Aliceview 2018.02.13

압도적인 해저 경험 ABZU _app review

유독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높은 온도와, 역시나 높아 더욱 여름임을 느끼게 하는 습도에 화룡점정으로 열대야까지. 그래서인지 유독 바다와 관련한 콘텐츠가 눈에 띄었던 올해였습니다. 그 한가지가 롯데월드에서 문을 연 콜라보레이션 그룹 팀랩(teamLab)의 상설전시 팀랩월드(teamLab World)이고, 역시나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게임앱 어비스리움(Abyssrium)이 그렇습니다. 팀랩월드의 마스코트는 알록달록 친근하면서도 거대함을 함께 드러내지만 보고있으면 뭔가 마음이 푸근한 고래입니다. 전시장을 관통하는 이 고래는 공간 곳곳에서 유영하며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어비스리움에서는 산호섬을 끊임없이 클릭하면서 산호섬에 산호를 자라게 하고, 여러 물고기들을 불러들여 아기자기하고 평..

review/Application 2018.01.16

정지와 운동의 역설 : 이이남의 사건들 _AliceOn_Archive

과거로부터 예술은 일종의 가상적 사건이었다. 동굴 속에 황소를 그려 넣을 때에도 그 황소는 당시 그린 이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미지로서 기능했고 또한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도 황소는 그저 벽에 그려진 대상을 넘어 실제 황소를 그 장소에 현전시키는 마법과 같은 환영으로 존재했다. 우리가 이러한 사건을 예술이라 규정하는 이유도 그것이 어떠한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다양한 상상력이 더해진 무한한 사유의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에 있어 이미지가 정지해 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지의 운동은 사유의 확장을 저해하는 반-사유적 요소로서 취급되기도 하였다. 일찍이 초기 영화의 놀라움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보는 이들..

독일 현대사진전 <Presentation/Representation> : 현대사진을 읽는 개념적 필터 혹은 ‘이후의 매체’를 진단하는 리트머스용지 _exhibition review

1. 지난 3월 성곡미술관은 독일국제교류처와 괴테인스티튜트와 함께 독일현대 사진전을 열었다. 여기서 많은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 사진의 스펙트럼을 가늠해 보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통적인 스트레이트 인물사진(알브레흐트 푹스Albrecht Fuchs), 사진을 이용한 혼합설치(클라우스 괴디케Claus Goedicke), 일상적 풍경사진(카린 가이거Karin Geiger), 21세기 아시아판 인물학(니콜라 마이츠너Nicola Meitzner), 아카이브에서 사용되는 사진형식의 작업(페터 필러Peter Piller) 등,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어떻게 현상하는지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의 짧은 역사를 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라는 제목도 이에 호응한다. ‘제시와 재현’은 ..

‘형식 format’이 태도가 될 때 : gif 30주년을 기념하며 _aliceview

※이 글은 다수의 gif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gif의 역사 오늘날 인터넷 밈(meme)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그래픽 파일 형식인 GIF(그래픽 인터체인지 포맷,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gif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업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컴퓨서브(CompuServe)가 1987년 5월 28일에 발표한 것이었다. 당시 gif는 jpg보다 압축률은 떨어지지만 같은 색을 표현할 때 용량이 훨씬 적고 이미지가 잘 깨지지 않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때 개발된 gif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gif의 대표적인 특징인 ‘애니메이션 루프’는 불가능했다. 2년 뒤, 1989년 개발자 스티브 윌하이트(Steve Wilhite..

review/Aliceview 2017.12.30

로봇의 예술, 인간의 작품일까? 로봇의 작품일까? _aliceview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원숭이가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의 시작은 위키미디어에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 사진은 무료이용이 가능했고 데이비드는 수입을 뺏긴다고 주장하며 당장 사진을 내려달라고 위키미디어에게 요청했지만 위키미디어는 거부한다. 데이비드가 아닌, 원숭이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동물보호단체PETA가 개입하면서 더 복잡해진다. PETA가 원숭이 셀카의 저작권은 원숭이에게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는 과연 누구의 저작물일까?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숭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PETA와 데이비드 양측은 데이비드가 원숭이 셀카로 발생하는 수익의 25%를 원숭이를 보호하는 일에 쓰기로 합의..

review/Aliceview 2017.12.12

헤켈과 라포스키(Haeckel & Laposky) : 정보에 대한 미적 자극의 시작점 _AliceOn_Archive

* Ernst Haeckel, Kunstformen der Natur, Tafel 85, Ascidiae, unicellular radiolarians, 1899~1904 우리가 이야기하는 미디어 아트, 특히 대다수 작품이 성립하는 필요 충분 조건이 된 '디지털'과 관련한 디지털 아트의 시작을 보려면 어느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까. 우선, 디지털은 정보를 다루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정보로 변환과 표현이 가능케하여 정보로서 다룰 수 있게 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즉 정보를 다루고 감상하는 감수성의 출발점이 바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시작 지점일 것이다. 일단 그 대상이 예술이니만큼, 미적인 부분의 시작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아트의 미적 기초를 찾으려면 예술 영역에서의 모더니즘의 미적 전통을 ..

개체를 넘어서: 시몽동의 기술철학_book review

개체를 넘어서: 시몽동의 기술철학-포스트휴먼 사회를 위한 청사진 기술철학자 시몽동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 1924~1989)은 프랑스 중동부 공업 도시에서 태어났다. 탄광과 공장 지대 사이에서 자란 시몽동은 장인들, 기술자들과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었고, 기계화에 따른 기술적, 인간적 문제에 대해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그는 고전 철학부터 물리학, 광물학, 생물학, 기술 공학에 이르는 넓은 사유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고, 사이버네틱스와 정보 기술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생전에 출간한 저서는 두 권,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뿐이다. 한국에서는 2011년,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가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