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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뮤즈, 모두를 위한 디바 /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 _exhibition review

북서울 미술관 (SeMA) 1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을 본적이 있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화려한 복고풍의 셔츠와 나팔바지, 통굽을 신은 그녀는 차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살짝 뒤로 기대어 긴 다리를 곱게 뻗은, 앳되면서 빛나는 그녀의 웃음에 나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짙은 스모키 화장 뒤 그녀의 맨 얼굴이, 가려지지 않은 눈빛이 궁금했다. 지난 8월 10일, 북서울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에 들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생기있다 못해 도발적인 눈빛을 한, 통넓은 나팔바지 입고 금방이라도 사진에서 뛰쳐 나올 것 같은 역동성을 가진 한 여성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시절 내가 보았던 흑백 사진 속의 그녀가 겹쳐졌다. Figure 1. 김추자 사진 전시장에 진열된 사진 속의 여성은 ..

한 장소 다음에 또 한 장소: 장소 특정적 미술 _book review

​​미니멀리즘 대표 작가인 도날드 저드는 프랭크 스텔라의 회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one thing after another” 즉 “하나 다음에 또 하나” 라고 표현하며 일정하게 반복된 체계의 산물 이라는 의미를 덧붙였다. 이는 60년대 대량생산의 기계적인 반복과 질서를 표상하는 말이다. 저자 권미연은 ONE PLACE AFTER ANOTHER, 즉 “한 장소 다음에 또 한 장소”라는 원제를 붙이며 20년이 지난 1980년대 후기 자본주의 시대부터 정보와 자본이 글로벌하게 이동하면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오늘날의 장소란 지역적 특수성의 소멸되고, 문화가 동질화되며, 정체성의 차이마저 희박해지는 사회적 공간임을 제시하며 이 책을 통해 장소 특정적 미술을 둘러싼 담론을 해체한다. 이 책은 1960년대..

공동의 창조를 실험한다 : 팀랩월드 _aliceview

공동의 창조를 실험한다 : 팀랩월드 지난 해 8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teamLab)’의 상설전 ‘팀랩월드(teamLab World)’가 문을 열었다. 전시의 제목에서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팀랩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한편 전시장이 어린이 및 가족이 주 관람층인 테마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장소의 특성 또한 전시장과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국내 파나웍스(Panaworks)사와 팀랩이 공동 주최하여 운영하는 팀랩월드는 팀랩이 직접 전시의 기획 및 공간 디자인,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팀랩의 작품 콘텐츠뿐만 아니라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메이커페어 서울 ..

review/Aliceview 2017.08.21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갈래에서: 코리아나 미술관 <The Voice>_exhibition review

​ 후두, 입, 코, 성대, 인두, 목젖, 혀, 입술, 등 신체의 기관을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다양한 음역과 발음을 꽤나 복잡하게 발성하는 목소리는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구에서만 내고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점에서 어쩌면 굉장히 존재론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사람의 성별과 나이는 물론이고 키와 몸무게까지 추론할 수 있는 목소리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로써 큰 상징을 내포한다. 올 해 어느날, 한 정치인이 목소리를 바꾸고 나타난 일을 떠올려보자. 그가 새로이 개발한 목소리를 외치자 여기저기서 떠들썩한 말들이 오갔다. 한 목소리의 변화를 둘러싼 이 술렁임에 있어서, 우리는 목소리의 변주를 일련의 변화의 상징으로 이해하며, 목소리란 비단 몸에서 나와 말을 전달하는 소리가 아닌 우리가 동원하고자 하는 감정과 의..

아람 바르톨(Aram Bertholl) : 디지털 미디어의 전면화에 저항하다 _AliceOn_Archive

디지털 미디어는 과거의 미디어를 흡수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메타 미디어로서 과거의 미디어를 재매개한다. 다분히 새로운 미디어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분해해보면 과거 우리가 사용해왔던 몇몇 미디어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재매개, 즉, 흡수와 통합은 미디어의 근본적 성질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가속화된다. 디지털은 0과 1, 두 숫자들의 집합으로 우리 세계를 코딩한다. 따라서 물리적 근거를 지닌 과거의 것들은 지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추상적 기호 덩어리로 변환된다. 우리는 이로부터 매우 기능적이고도 편리한 쾌적한 미디어를 마주하게 되었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혹은 공간적 한계에 묶여있던 미디어는 이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한다. 독일 출신의 작가인 아람 바르톨(Aram Ba..

료이치 구로카와・히로시 마토바・반성훈의 <노드 5:5> : 감각의 블랙박스 _AliceOn_Archive

0. 는 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이 2016년 선보인 작업이다. 이 작품은 몇 가지 측면에서 10년 전 매체예술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째 대형기관이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며, 둘째 그에 따른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 작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매체예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기를 끌었던 만큼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는 매체예술의 성격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매체예술에서 기술은 무엇인가, 기술적 숭고는 어떠한 의미인가. 1. 오랫동안 기술은 크기를 지향했고, 역사적으로 기술의 성과는 크기로 가늠됐다. 건축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고딕건축이 돌로 만든 날개(부벽)를 통해서 부상하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자. 질료의 한계는 언제나 돌파의 대상이었고, 크기는 그것의 증..

제약 속에서 공간을 창조해내는 마법: 용적률게임 _exhibition review

“(건물 연면적 m² / 대지면적 m² ) × 100 (%)”. 용적률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어렵지 않게 떠올린 공식이다. 필자가 그만큼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들에게 부동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위 공식은 건축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부동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지간하면 익숙한 것이다. 용적률은 건축물에 의한 토지의 이용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용적률이 높으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즉 단위대지당 사용 가능한 공간이 넓어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해당 토지와 건물의 재산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이 익숙하다는 것은 다시말해,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삶에서 부동산은 중요한 가치이고 이에 대한 ..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 _exhibition review

아트센터나비는 작년 11월 15일부터 올 1월 20일까지 라는 제목의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개발자,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했고 구글의 딥 드림(Deep Dream), IBM 왓슨(Watson), 인공지능 알고리즘 마젠타(Magenta) 등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덕션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 외에도 AI 컨퍼런스, 해커톤 등 다각도로 인공지능에 접근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었다. 전시의 제목 '인간이 아직도 필요한 이유’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 쉴(?)만한 전시의 제목이지만, 낙관..

Dream Café : 은유하는 이미지의 잔치 _aliceview

정연두 실험극 Dream Café : 은유하는 이미지의 잔치 기억(Memory)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는 므네모시네(Mnemosyne)는 우라노스(Uranus, 하늘)와 가이아(Gaea,땅)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티탄족의 여신이다. 므네모시네는 지하 세계에 있는 기억의 연못을 관장하는 기억의 여신으로, 므네모시네의 물을 마시면 기억이 되살아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에 따르면 므네모시네는 제우스와 아홉번의 밤을 보내며 아홉명의 여신 무사이(Musai)를 낳았는데, 이들은 바로 ‘학예의 여신’으로, 오늘날 '뮤즈’의 어원이다. 므네모시네가 낳은 9명의 무사이의 영역을 보면 서사시, 역사, 서정시, 희극, 비극, 합창, 독창, 찬가, 천문의 영역으로, 기억의 여신이 낳..

review/Aliceview 2017.05.23

세 작가들의 이야기 : Vision Hall / VH AWARD 2016, part II _aliceview

VH어워드의 최종후보 3인 김형규, 정화용, 최성록은 선정 후 2016년 9월 3일부터 3주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비전홀의 작품환경에 각자의 작업을 발전,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종 그랑프리는 김형규 작가의 이 최종 선정되었다. 2부에서는 이들 작가 3인의 VH 어워드 과정중의 경험과 참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펼쳐보았다. 작가 김형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 현장 (좌로부터 최성록, 정화용, 김형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예술감독 게하르트 슈토커)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대학원을 전공하고, 현대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규입니다. 사실 저는 미술작가로 활동하기 이전, 그리고 지금도 영화,..

review/Aliceview 201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