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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향한 응원 / 랜덤 액세스 _exhibition review

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지향해야 할 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미술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이미 많은 것들을 축적해 온 작가의 작업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 또한 놓쳐선 안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1월에 시작하여 6월 말(기존 5월 31일까지였던 전시기간이 6월 28일까지로 연장되었다)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라는 전시는 그 의미에 부합하는 전시이다. 이는 미술관의 전시 소개 글에서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과 현대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

빛과 음향이 만들어낸 6가지 공간 변주곡 : 송 에 뤼미에르 (Son et lumière) _aliceview

먼 옛날, 음악은 항시 존재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음악은 언제나, 공연이 벌어지는 그 장소에 가야지만 들을 수 있는 것이었으며 명성 있는 음악가를 궁중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모시는 것은 당대 왕들의 권력과 예술에 대한 감각을 가늠 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곤 하였다.모짜르트의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마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던 사람들에게 공연이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그 자체였을것이다. (음악 천재가 아닌 이상, 그 모든 멜로디와 악기의 소리들을 한번 듣고 머리 속에서 매번 완벽히 재생 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21세기에 음악 그 자체의 목적을 듣는 행위에 둔다면, 사실 스튜디오에서 최첨단 음향장비로 실수 없이 연주가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이 더 훌륭한 청취 경험을..

review/Aliceview 2015.07.08

영화적 사운드의 탄생 : 사운드 디자인 _book review

많은 사람이 사운드아트, 혹은 오디오 비쥬얼이라고 불리는 작업들을 접하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소리에 대한 예술성을 이야기한다. 그 예술성은 독특한 소리 자체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성을 갖는 설치작업이나, 영상과 함께 복합적이고 공감각적으로 읽히게 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사운드 작업은 관조하고 침잠해야 했던 기존의 예술작품과는 다르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감각을 열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어렵다는 느낌과 함께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물론, 청각을 압도하는 노이즈가 그 주범일 수도 있다). 니체는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를 가지라고. 예술이라는 매체에 대한 호의와 선의를 갖기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우리..

한반도의 건축, 미디어로 그려지다 : 아르코미술관<한반도 오감도>展 _exhibition review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는 참가 역사상 최고 영예인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두에 올랐다. 아르코미술관에서는 베니스에서의 한국관 전시를 옮겨와 3월부터 전시했다. 총감독 렘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주제는 ‘모더니티의 흡수:1914~2014’였다.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그 시점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4년은, 우리의 근대기 건축 역사를 보기에 적절한 시기였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베니스 비엔날레가 다소 광범위한 주제를 제시하여 어떠한 작업도 다 포괄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키워드로 ‘모더니티’를 내건 것이다. 또한 비로서 건축가 보다는 건축에 초점을 둔 비엔날레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분단의 비극’에 초점을 둔 조민석 커미셔너는 남북 공동 건축전인 를 기획하게 되었다. 통..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 '레트로 마니아' _book review

『레트로 마니아』는 대중음악에서 유행하는 ‘복고’ 열풍에서 시작한다. 1970년대에는 포스트 펑크가 있었고, 1980년대에는 힙합과 디스코, 그리고 1990년대에는 뉴레이브와 브릿 팝이 있었다. 『레트로 마니아』의 저자 사이먼 레이놀즈는 2000년대 이후의 팝 문화의 맥박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현재의 팝은 아카이브에 저장된 기억을 착취하는 ‘레트로 록’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팝이 향하고 있는 노스탤지어는 수많은 ‘레트로 마니아’들이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레트로는 예술에서 과거의 전통을 인용해 의식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긍정적 의미와는 다소 다르다. 그가 말한 바로는 현재의 레트로 문화는 학문적이고 순수한 접근이 아니라, 아이러니를 통해 재미와 매혹을 찾는데 있..

Do It Yourself / 사물학II : 제작자들의 도시_exhibition review

Do It Yourself / 사물학II : 제작자들의 도시_exhibition review “언제까지 사물을 만드는 기쁨을 작가, 디자이너, 또는 기술자만이 누리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우리나라는 2012년 첫 회 메이커페어 이후 해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메이커들과 2015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정부주도의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사업의 열기 가운데 최근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만들기'는 더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본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다시금 만들기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만들기의 방식이 극적으로 바뀌고, 이것이 사회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기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혹자가 '제 3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르는 개인 제작시대를 눈앞에 두고..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 : 레프마노비치 _book review

흔히 미디어 이론의 기원은 1950년대의 해럴드 이니스Harold Innis와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저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프 마노비치가 주장하는 것은 뉴미디어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컴퓨터 과학으로 눈을 돌려한다는 것이다. 마노비치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새로운 용어, 범주, 조작방식’이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연구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함께 이 책을 시작한다. ‘미디어 소프트웨어’란 미디어 개체나 환경을 만들며, 그것과 상호작용하는데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마노비치는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시각 미디어의 발전 과정과 이 안에서 구현되는 새로운 미학을 세 가지의 개념을..

[넥슨 컴퓨터 박물관] 컴퓨터 나라의 앨리스_aliceview

00. 컴퓨터 나라의 앨리스 " 그때였다. 눈이 분홍색인 흰 토끼 한 마리가 앨리스 옆을 쌩 하니 지나갔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앨리스에게 회중 시계를 차고, 말을 중얼거리는 흰토끼는 나른한 오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존재였을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한 일상에서 '흰토끼'를 만나는 것 그리고 흰토끼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앨리스에게는 새로운 것에 관한 '호기심' 그리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용기'가 있었다. 필자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한 흰토끼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지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발을 들여놓은 '게임'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처음에 '게임'은 피곤한 행위에..

review/Aliceview 2015.03.10

거대한 현대예술의 서사들: 할 포스터 Hal Foster <미술 스텍터클 문화정치>_book review

거대한 현대예술의 서사들 할 포스터(Hal Foster)는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이다. 미술이론이나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미술 스펙타클 문화정치(원제 Recodings: Art, Spectacle, Cultural Politics, 1985)」는 할 포스터(Hal Foster)의 첫 번째 저서이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와 신화, 역사주의의 활용과 남용,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미술과 건축이 미디어 스펙타클 및 제도 권력과 맺고 있는 관계, 아방가르드와 문화정치 일반의 변형에 관한 포스터의 주요관심사를 제시하고 있다. 포스터는 비평이란 하나의 문화적 실천으로서 차지하는 자리와 기능을 탐색해가고, 심리-사회적인 여타 재..

미래를 유산으로 상속받기 : 귀신과 간첩 그리고 할머니 / SeMA 비엔날레 : 미디어시티서울 2014 _exhibition review

2014년 가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SeMA 비엔날레 : 미디어시티서울 2014_귀신, 간첩, 할머니‘가 개최되었다. 박찬경 감독이라는 작가 출신의 감독이 선임되어 많은 화제를 모았고, 이러한 화제와 함께 걱정과 우려, 기대와 찬사가 전시 오픈 전부터 다양한 미술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한, 비엔날레라는 전시 형식에 관한 고민, 그리고 ’미디어‘라는 수식의 필요충분조건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이번 미디어 비엔날레와 함께 제기되어온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와 고민들은, 당연하게 불거질 수밖에 없는 각자의 배경과 의식을 포함하고 있었다. 미디어는 현대 예술의 흐름에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주요한 소재이자, 형식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미디어아트‘라는 특정한 독립 장르로서의 생명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