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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_클레이 서키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3. 21:50




클레이 서키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고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의사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나아가 대중의 행동과 사고라는 부분까지도 변화가 수반되는 일련의 과정을 살피고 있다. 새로운 매체와 대중의 상호작용에 대해 논하고 있는 이 글의 기저에서 조직 혹은 집단과 그들의 행동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새로운 매체가 집단의 형성과 그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키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어쩌면 한국 대중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저자가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은 중첩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 때문에 지루했던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었다. 굳이 친절하게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와 대중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포착하여 그 현상을 분석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일들을 기술하고 있음에도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은 역설적일지 모르겠으나 당연한 일을 기술하는 일이야말로 어려운 작업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휴대폰을 쓰게 되면서 사전 계획의 시대에서 실시간 조율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약간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책을 읽기 전에는 ‘휴대폰을 쓰면서 우리의 성향이 실시간 조율하는 형태로 변화했다.’라고 인식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키가 제시한 오늘의 새로운 사회를 살아가는 대중들은 라인골드가 말했던 것처럼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난, 이른바 똑똑한 군중(Smart mob)의 모습이다. 그들은 정치, 경제 및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존의 전문가가 수행했던 역할에 동참하며 단순 소비자의 역할이나 정치권력에 의해 휘둘리기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다양한 영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각 나라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한 분야가 아닌 생활 전반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똑똑한 군중이 언제나 긍정적인 사회를 이끄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뚜렷한 이유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 감정을 앞세운 구호 역시 분명 이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변화시키는 선두에 선 군중들의 확고한 윤리관과 예의에 대한 자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할 것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집단의 모습은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달려있다.



글. 김연정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클레이 서키 (갤리온,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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