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만화경을 손에 쥐고,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흔들어보고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거울에 부딪힌 색색의 종이조각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서 매번 새로운 예쁜 모양을 만들어낸다. 정교하게 각을 맞춘 거울에 비춰진 종이조각들은 서로 연결되고 섞여 들어가면서 신기할 정도로 훌륭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예술과 젊음의 감각이 스며 나오는 홍대라는 지역은 도드라진 색색의 종이조각들처럼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서로를 비추고 연결하면서 새로운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서교예술실험센터 개관과 함께 개최된 이번 전시는 미디어를 매개로 예술과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만화경과 같은 공간과 다름 아니었다.
홍대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쇼핑스트리트나 카페 촌으로 변해가는 홍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그래도 홍대에는 젊은 기운이 충만하고, 인위적이지 않게 자신을 키워가는 예술가들이 있다. 이곳에 새롭게 문을 연 서교예술실험센터는 문화기획 집단들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홍대의 좋은 기운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센터의 개관과 더불어 선보인 이번 전시는 그 동안 예술가와 기획자,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실천하기 위한 전시, 국제교류 프로그램, 심포지엄과 출판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프레파라트 연구소가 기획하였다. 『미디어아트, 만화경으로 보는 미래의 잔상』이라는 전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마치 만화경으로 세상을 들여다 보듯, 유기적인 디자인된 전시 공간과 그 안에 담겨진 홍대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7명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서, 그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미래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였다. 전시는 영상매체라는 미디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험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실천을 추구하는 예술작품을 보여주었다. 독특하게 디자인된 전시장은 미디어를 매개로 한 나와는 다른 표현방식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과정이 일어나는 공간 그 자체였다. 이러한 창조와 소통의 과정은 미디어로 구성된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변화무쌍함을 경험하는 자신과 타인에게서 얻게 되는 기쁨의 에너지를 내뿜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손 안에 든 장난감처럼 미디어를 이용하고 미디어로 표현한다. 미디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감성을 표출하는 매개체가 된다. 미디어 공간 안에서, 미디어를 매개로 작업하는 다양한 작품 안에서 관객들을 작가들의 그리고 타인의 생각과 감성과 개성을 비춰보며 우리 시대의 미디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마치 만화경을 통해 세계와 색색깔을 입자들을 비춰보듯 말이다.
정성윤 _Organic series, 4채널 HD 비디오, 11분 54초, 2008-2009
김곡, 김선 _Digression/Degression : Circumfluence Ver.1, 4채널 비디오, 10분 23초, 2007-2009
하시시 _My logical private parts, 디지털 6mm, 4채널 비디오, 5분, 2009
양아치 _감시드라마 : 연애의 목적 surveillance drama : purpose of love, 2분 37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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