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소리기호 연습 1장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6. 10:45


Carpenters의 음악이 전시장 저 아래로부터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편안한 그들의 음악을 개인적으로착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무척이나 귀에 익은, 하지만 가사는 물론이고 제목조차 알 수 없는 이 음악을 어찌하여 이 전시장으로 가져왔는지는,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기호연습의 지침들을 따라가 보며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영은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소리(또는 음악), 텍스트, 설치, 그리고 퍼포먼스와 같은 형식들 혹은 소재들이 떠오른다. 특히 소리와 언어는 작품의 중심이다.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만큼이나 포괄적이고 유보적인 용어로 사용되는사운드 아트라는 범주, 혹은 장르를 생각해볼 때, 김영은의 작업에서 소리는 언어와 관계를 매고 있다. 소리는 언어의 한계, 즉 언어가 고착화시킨 확고한 세계 내에서의 우리의 불투명한 소통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는 수단이다. 언어라는 기호로 코드화된 세계는 곧 인위적으로 짜여진 직물로 우리의 의식을 가둔다. 여기서 김영은은 언어로 표상된 세계를 소리의 관점에서 재기호화 하는 실험을 펼친다. 우리의 의식 속을 파고드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 소리들은 우리의 세계를 새롭게 기호화 하는 퍼포먼스인 것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우리가 확고하게 믿고 있는 개념, 대상, 세계에 대한 의심을 품고, a a’, a’’, a무한대로 의미를 풍부히 하는 실험과정이다. “작명소 레슨: 1장”이라는 이 번 전시의 제목은 바로 이러한 기호화 연습 혹은 실험의 시작을 뜻하는 듯 하다. 작명소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김영은의 소리기호 연습은 우리에게 언어의 기호와 개념 사이의 끈을 끊고 새롭게 기호와 의미의 연결시킬 것을 요청한다. 이것은 곳 언어체계 안에서 형성된 우리의 모든 개념과 의식을 새롭게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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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은 이러한 소리기호 연습에 다음의 세 가지 규칙을 두고 있다.

 

I.          소리는 중개인을 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 수 있다.

II.        고유명사는 고유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포함한다.

III.      부호는 고정되어 있지만 자유로울 것이다.

 

다시 Carpenters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술지대>란 제목의 영상 작품으로 돌아가 보면, 김영은이 제안한 이 세가지 규칙, 규칙이라기 보다는 소리와 언어, 그리고 의미가 만나는 운명을 보여주는 메타포로 가득한 영상을 만나게 된다. 귀에 익숙한 carpenters의 음악의 제목이 <Close to you>이란 사실을, 그리고 그 가사의 내용이 네가 있는 곳에는 별과 새가 모여들고 하지~와 같은 예쁜 가사의(나의 감성으로는 다소 간지럽게 느껴지는) 착한 노래가 맞았구나 라는 생각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러한 감성은 찾기 힘들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감성일 뿐. 노래의 가사는 소리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멜로디만을 음계로 읊조리는 어설픈 음성만이 울려 퍼진다. 작가는 이 노래의 가사 속에서당신’, ‘당신 곁에 가까이 가고 싶은 나’, 그리고나를 매개하는 새와 별의 관계 만을 추출해 낸다. 즉 대상, 소리, 그리고 기호 사이의 관계 맺음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안에는 이 같은 소리 기호의 연습의 상징을 담은 다양한 기호들이 설치의 형태로 주어져 있다.

 

김영은의 그 동안의 작업에서는 우리가 쉽게 믿는, 혹은 우리 앞에 통상적으로 놓여진 무수한 대상과 개념들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보고, 의심해보면서 숨겨진 의미, 보다 풍부한 의미를 발견케 하는 예리함 볼 수 있었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러한 그녀의 신념 혹은 전략을 설치, 영상, 텍스트와 같은 복합적인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 기표와 기의의 끊임없는 미끄러짐,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운명의 과정을 통해 보다 풍부함에 도달하기에는 수많은 기호들의 너무나 불친절 하게 나열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면- 관객과 작가, 혹은 작품과 관객, 관객과 관객, 그 어떤 관계를 통해서든 말이다, 관객들은 작품이 가까이하기 전에 미끄러져 나갈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관객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드리는 친절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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