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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3화 _세상을 망치(ㅁ으)로서 예술이 구원하다_1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7. 14:49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3화 _세상을 망치(ㅁ으)로서 예술이 구원하다_1부는 시각예술매체를 이용해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Atta Kim과 야타족

<뉴욕의 예술계 인사들에게서 아낌없는 찬사를 들으면서 그는 “나 개인의 힘이 아니라 우리 동양의 힘이 위대함을 느꼈다. (···중략···) 뉴욕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고 불교사상이 녹아 있다고 말하는데 그들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은 나의 철학이고 또한 불교사상이 아니라 불교사상까지를 포함하는 동양사상이라고요.”라고 말한다.>

사진예술 2006년 8월호 기사 [뉴욕 ICP에서 전시중인 아타김 中]


= 으음 ······. 지난 잡지 정리를 괜히 한건가.

- !!! ······.

= 무슨 딴지를 걸고 싶다가도 어쩐지 말을 섞기가 좀 그러네.

- ···알 수 없는 것에 감염될 것 같은 불길한 이 느낌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로세. 그래도 국가에서 수십억 들여서 개인 스튜디오[각주:1]까지 차려주시는 검증된 분인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

= 분명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의도는 확실해 보여. 정치·전략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것.

- 워워 잠깐만. 근자에 사람들이 정치적이란 말을 튀거나 주목받는 작가들에게 많이들 붙여주시던데, 그 어귀의 정의를 좀 더 명확히 해보죠.  좁은 의미에서 사회를 변혁할 의도로 선동의 역할을 해야 ‘정치적’이란 말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업적인 면에서 전략적인 측면의 자세나 설정을 의미하는 건가?

= 정치적 예술Political Arts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따로 없잖을까 싶다. 화가가 물감을 바르는 행위같이 ‘만듦’만으로 선동을 가할 수는 없겠지. 다만 작가가 행하는 언술의 방향성이 상대의 생각과 의식을 교조하려 함이 분명하다면 정치적 행동이라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작업에 반영된다면 ‘정치적 예술’이라고 해야겠지. 말한 내용에선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 예술가가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대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치성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분의 ‘정치적인 방법’은 분명한 자의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군. 그렇다면 만약 아타김의 작업을 그런 설정이나 의도함을 빼고 읽는 다면 어떨는지.

= on-air [각주:2]나 museum [각주:3]프로젝트로 관련지어 말하자면, 텅 빈 공간과 다양한 인간이미지의 혼용 즈음으로 읽히지 않을까. 작가의 언술이나 작업 표면에 구체적으로 자기 작업을 명시할 코드와 텍스트가 순서대로 놓여 있어. 어쩌면 유능한 진행자가 꾸리는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느낌까지 살짝 드는 걸.

- 동양Orientalism이란 서구 개념을 대화에 삽입하면서 그것의 위대함을 전용하다니 대단타. 뉴욕 전시로서 일정의 성취를 해낸 건 사실이지만 그 ‘위대’의 가치를 자기 작업을 향한 명확한 화살표로 설치했음은 굉장하다고 보이는군. 쩝쩝. 그러고 보니 여러 예술 장르 중 시각예술만큼 정치성을 많이 거론하거나 표방하는 경운 없을 듯 해. 하지만 정치성에 대한 작가들 각각의 입장은 버라이어하게 상이해 보이는데 어찌 보시는지.

= 작가 개수만큼이나 많겠지. 그래도 역사적으로 보면 시각예술보다는 언어예술에 의한 정치적 발화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브레히트의 격언과 같은 정치적 발언은 참 멋지신 표현이야.  ‘진실은 구체적이다.’와 같은 잠언도 굉장하지만 전쟁교본[각주:4]의 경우, 참혹을 직시하면서도 그 이면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알려 주시잖아. 

- 잊을만하면 영화감독들이 수상식장이나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예술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만드는 망치다’라는 말도 브레히트의 정치성을 명확히 보이는 어귀이지. 브레히트가 겪었던 당시엔 전쟁 상황에 대한 비탄에 젖은 분노로서 정치성을 표방했다면, 195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로 와서는 좀더 다양하고 분방한 새로운 정치적 발화들이 전시장에 분출되었지.  크루거 언니도 그렇고 제3세계 작가들 또한.


2. 절박의 호소와 옹박의 가오

= 언니는 무슨···, 나이로 보면 이젠 크루거[각주:5] 옹翁 되십니다. "우리 여성들은 남성들로 상징되는 문화에 대하여,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말씀만으로도 대단한 치열함을 보여주시잖어. 아웅 근사하셔라···. 현대예술에서 페미니즘의 대두에 관련해선 워낙 많은 대화가 있었더래서 덧이을 필욘 없지만 암튼, 평등의 마찰에서 오는 여성의 절박함이 크루거같은 당대 작가들의 연원임은 분명한 사실이야.

- 브레히트나 크루거의 정치적 관점들이 저열한 전쟁이나 사회억압 기제로서 젠더를 배경으로 출발하지만, 더불어 개인과 외부의 관계를 치밀한 표현전략으로 강력한 현실적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어. 한편, 그에 비해 정동석[각주:6]의 사진작업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들을 객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처리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기 힘든 담론들이 주변에 스며들 듯, 은은한 느낌의 섬뜩한 정치성을 보여주지.

= 어쩌면 뭐, 워낙에 근대적 개인이 자연스럽지 않게 형성된 곳이 한국이니까 그런 함의를 나타내기 위해선 당연할지도. 해안의 군사철책선 부근을 흑백필름으로 찍어 칙칙하게 인화한 [반풍경]은 뒤틀린 콘크리트 덩어리로 분단의 의미만을 표방하기보단, 당시 한국인들에게 강제되었던 이데올로기의 기형성을 뾰족이 은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80년대니까 남모르게 숨어 작업해야하는 탓에 더욱 분단의 어필로 보이지만 말야. 그리고 보니 최근작인 [밤의 꿈]은 이런 전략이 좀 더 심화된 상태로 보이는데?

- 8,90년대가 명확한 행위로서 사람들을 폭압했다면 그것을 견뎌낸 세대들은 더욱 교묘한 억압의 도구를 가지고 피지배층을 파괴하며 2000년대를 활공했지. IMF 이후 한국인들에게 격화된 불안의 증폭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아마 그러면서 [신미에서 경진까지]에서 보여주었던 자생하고 있는 한국의 자연이미지 재현에서 현실 풍경으로 전환하지 않았을까. [밤의 꿈]시리즈는 프레임을 세밀히 조율한 디자인적 구성의 풍경 같지만, 저 여리여리한 모텔의 네온들 뒤 검정의 풍경들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를 더 괘념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 화려한 색의 율동이 또렷이 보이는 만큼 그것이 돋아 나온 먹먹한 암흑 안에 어떤 신음들이 흐르는 느낌이야. 높은 채도의 선형으로 인해 한지에 프린트된 검정 텍스쳐가 더욱 그런 상상을 감촉하도록 하고 있어. 전시장 둘러보면서 가장 놀랍게 생각했던 부분이지.  실상이 거의 존재치 않는 부분이 점점 중요해지는 작업이 사진이란 건 너무 역설적이니까. 댄 플래빈[각주:7]이 형광등을 가지고 현대적 공간과 관념의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동석은 현대와 자본 뒤쪽에 짓이겨진 검정덩어리의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것 아닐까. 두 작가의 이미지 유사성과는 매우 틀린 지향점이 이 부분이라고 봐.

- 정치성을 표방해도 작업 방식이나 관점이 인종만큼이나 틀리군. 아타김이 전략적 자의성을 가지고 거대한 방식으로 불교와 동양사상을 차용하고 있다면 정동석은 아주 조근조근한 감각으로 애틋하게 검정에 접근하고 있달까. 그렇다면 현대 중국작가나 yba[각주:8]의 경우는 어떨까?



이미지 출처

  • 정동석 / 바바라 크루거 / 브레히트 전쟁교본 / 댄 플래빈 - 구글 이미지검색
  • 김아타 - http://www.attakim.com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세상을 망치(ㅁ으)로서 예술이 구원하다>는 2부에 계속됩니다.

  1. 영월군에서 국비 35억원과 도비 11억원 등 70억원을 들여 김아타 창작 스튜디오를 건립할 계획이다(관련보도 링크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448184). [본문으로]
  2. on-air project: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불교적 색채를 가미한 작업. 관객이 동양적 미몽에 빠질 수 있다는 평론가 반이정의 반론도 있다. [본문으로]
  3. museum project : 아크릴 상자에 나신의 모델들을 넣어 촬영된 작업. 이데올로기나 종교에 억압된 개인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본문으로]
  4.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전쟁에 관한 보도사진과 함께 자신의 시적 단상들을 함께 써놓은 책.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유명한 브레히트의 색다른 이미지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부제 :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 - : 텍스트와 레디메이드 인쇄 이미지를 결합한 페미니즘 계열의 포스트모더니즘 구성주의 작가. 80년대 여성미술작가 중에 가장 정치적·탈근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시작품이 얼마나 전투적인 발언이 가능한가를 실증해 보였다. “당신의 몸이 전쟁터다.”란 작업이 대표적이다. [본문으로]
  6. [현실과 발언] 동인에 참여한 유일한 민중 사진가이다. 초기 군사정권 시절부터 [반풍경]이란 제목으로 분단된 나라의 파편적 풍경들을 담아냈다. 한국의 산하에 있는 소소한 풍경들을 다룬 [신미에서 경진까지]라는 풍경사진 작업이 있으며 최근에 [밤의 꿈]이란 전시를 갤러리 조선에서 가졌다. 2008년에 자신의 미발표작들과 작업 전반을 총 망라하여 [나다]라는 작품집을 묶어낸 바 있다. [본문으로]
  7. Dan Flavin : 1950년대 이후 뉴욕미술을 지배해 온 모더니즘의 대안으로 기성품을 이용한 미니멀 조각을 제시함. 주로 형광등과 그 빛을 이용하여 작품에 내재된 아우라(aura)와 오리지날리티의 문제를 제기하며, 백색 또는 색깔 있는 다양한 크기의 형광 튜브들을 벽이나 바닥에 단순한 구성으로 배치하여 작업한다. [본문으로]
  8. 'young British artists'의 줄임말로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