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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의 다리놓기] 디지털 상투르네 - 현실의 시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기

aliceon 2010. 4. 27. 17:25



미디어 문화예술 채널 앨리스온(AliceOn)은 2009년 10월부터 다양한 매체 예술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글을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상투르네 - 현실의 시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기


1. 디지털 상투르네 (Digital Chantourne)



<지오토 - 책형>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사각형 화폭의 표현 한계를 벗어나 색다른 미학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상투르네(Chantourne)”라는 기법을 활용하였다. 기법은 이미지의 윤곽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잘라내는 것인데,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공간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드는 기법이다. , 이러한 기법을 통하여 화가들은 이미지가 존재하는 공간적 차원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확장시킬 있었고, 이를 통하여 현실의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시킬 있었다.

 평면상의 이미지를 공간 속으로 끌어오려는 시도인 상투르네 기법은 디지털 미디어에서도 재현될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디지털 이미지들은 2차원 평면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디지털 이미지를 접하게 되는 텔레비전, 모니터, 핸드폰과 같은 매체는 모두 평면적인 것이다. 디지털 상투르네를 통해 이러한 평면의 제약을- 화가들이 상투르네 기법으로 극복하였듯이- 극복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 상투르네가 이전의 상투르네의 단순한 반복은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에 대해 가지는 가장 차이점은 미디어가 시간의 차원도 가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피카소와 같은 큐비즘 화가들이 2차원 화폭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것은 시선의 이동에 따라유도된시간이지 작품 자체가 본질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 디지털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서 변화할 있으며, 감상자와 시간 속에서 상호작용을 이룰 수도 있다. , 디지털 상투르네는 이전의 상투르네와는 달리 시간의 차원도 가지는 4차원적(3차원 시공간+시간의 차원) 상투르네이다. 이러한 관계를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 앞으로 가능한 디지털 상투르네의 모습들

 이미 디지털 상투르네는 몇몇 선구적인 예술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에 의해서 시도되어 왔다. 레이저 아트나 디지털 파사드 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증강 현실을 이용한 예술이 그러한 시도에 속한다. 또한 작년 초에 사비나 미술관에서 전시된 “2050 Future Scope : 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전시나 지금 전시되고 있는네오 센스(NEO SENSE· 감각)-일루전에서 3D까지전시도 이러한 선구적 시도에 속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디지털 상투르네를 향해 이루어졌던 시도 이외에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디지털 상투르네의 모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삼성 투명 AMOLED>


 OLED 같은 유기 디스플레이는 아마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쉽게 접하게 디지털 상투르네 기술일 것이다. 유기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http://aliceon.tistory.com/1308)에서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이상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지만, 유기 디스플레이가 가진 디지털 상투르네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만 집고 넘어가겠다. 먼저 유기 디스플레이가 가진 가장 장점은 굽힐 있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비평면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일 것이다. 번째 장점은 양면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기 디스플레이는 발광을 위한 광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영상처럼 투명한 유리의 양면에서 보이는 양면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번째로는 기존 디스플레이에 비해 넓은 시야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보통 예술 작품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다수의 감상자에 의해 감상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유기 디스플레이가 감상자들을 시야각의 제한에서 해방시킬 있다.(기존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작품들은 감상자들이 작품 정면 한정된 각도에 위치하기를 강요했다.) 또한 e-ink 같은 디스플레이는 밝은 실외에서도 디지털 작품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홀로그래피(holography) 디지털 상투르네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형태의 기술일 것이다. 홀로그래피는 영화 스타워즈의 장면에서처럼 어떤 장소에 물체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영상이 보이는 기술이다. 이는 결맞는 (coherent light) 간섭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우리가 홀로그래피를 때에는 실제로 물체를 때와 거의 같은 빛을 보게 된다.(이러한 특성 때문에 홀로그래피는 단순한 3D 사진이라기보다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로그 사물놀이 - 죽은 나무 꽃피우기>


 홀로그래피는 아직 상용화 단계의 기술은 아니지만, 몇몇 선구적 작품에서 가능성을 엿볼 있다. 사진은디지로그 사물놀이 - 죽은 나무 꽃피우기라는 사물놀이 공연의 사진이다. 작품에서는 실제 출연진과 홀로그램이 상호작용을 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다르게 표현한다면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 있다.

 얼마 전에 앨리스온에서도 소개된 있는 3D 프린팅 기술 디지털 상투르네의 모습일 있다. 결과물로 인쇄된 자체는 디지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디지털로 구성된 가상의 이미지와 것의 실체화 사이의 시간 간격이 제거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넓은 의미에서는 디지털 상투르네에 속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은 디지털 상투르네의 시도들은 단순한 기법의 복원을 넘어선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과학 기술과 예술의 적극적인 만남의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며, 예술적 표현 방법을 다양화하여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