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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6화_관객과 조응하는 검은 라운드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9. 22:34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6화_관객과 조응하는 검은 라운드넥

+ 청담동의 카이스갤러리에서 지난 2010.5.14 ~ 6.11 화가 이소연의 개인전이 있었습니다. 이번 문답장치는 <어둠을 기억하라 Memento Caligini!>란 제하의 전시작들을 중심으로 작가와의 "대화"와 자벨의 [단상]을 연결시킨 메타텍스트입니다.


<새장-I> 이소연

<새장-I>oil on canvas,145x120cm,2009

[습기찬 음습. 길고 무거운 전시장 입구. 검은 공기와 검은 머리카락. 파놉티콘에 갇혀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감금된 기분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림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 기묘한 어두운 배경과 검정이미지들 사이로 조그만 검정 눈자위가 깜빡인다. 커다란 캔버스 창문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같은 여자아이들. 인간의 형상이지만 인간보다 높다란 존재로서 인간을 애완하는 존재로의 수 많은 눈동자들의 장막. 그림이 관객을 소유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며 눈을 떨군다.]

“자화상을 그리지만 오롯이 내 사상을 전사시킨다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자화상은 아닙니다. 램브란트와는 틀린. 어떤 눈이 작은 동양아이-저의 페르소나이면서도 색다른 도플갱어이기도한-가 낮설고 기묘한 배경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성해 나간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자화상이면서도 제 현실이상의 것을 배태했다는 점에선 자화상이 아니죠.”

<깃털핀> 이소연

<깃털핀>oil on canvas,80x65cm,2010

[눈은, 인식 기구로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피부에서 분화되었기에 인간의 장기 중에선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졌으나 면적대비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미지를 보는 것이나 인물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카메라의 연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눈은 그러나, 또한 가장 중요한 상대 감각의 흡입도구이기도 한다. 실제로 눈은 바라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코의 점막이 가지는 것처럼 빛을 접촉하여 그 자신 주변의 여러 파장을 감각한 후 뇌파의 이미지를 다시 발산해 내는 기지일 수도 있다. 이소연의 그림을 평할 때 모든 사람들은 그 이미지가 개인의 자화상이며 소품과 배경의 상관 가운데 도출되는 여러 상상들을 구현해 낸 새로운 세계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넓은 화폭에 자리한 캔버스에서 나를 저격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림의 눈이었다. 작가가 아닌 캔버스에 그려진 투명한 젤라틴 질감의 눈·동·자.]

“첫번째 단체전에서 화려한 경력의 다른 작가들과 같은 공간에 전시되었음에도 제 작업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림에 나타난 얼굴의 느낌이 유럽인들 비해 독특한 느낌도 컸다고 봅니다. 독일에서 그리는 페인팅의 기술적 방법을 학습했다기 보단, 스스로가 창조 가능한 능력을 구현할 정체성을 발전시킨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입시를 준비하고 정규과정을 마쳤습니다만 많은 혼란 속에서 붓을 놀렸었습니다. 하지만 독일로 오고부터는 확실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학교에서 제공해주었죠. 지금 제 작업의 개념적 베이스도 독일의 아카데미 시스템에서 견고해졌습니다.”

<Rosa Sonnenschirm> 이소연

<Rosa Sonnenschirm>oil on canvas,200x130cm,2005


[핑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날이 벼려진 화사한 낮빛으로 스스로 발광하는 얼굴. 입체와 공간의 사실적 원근감이 조금씩 녹아내려 새로운 차원의 시지각으로 코팅되어 버린 캔버스. 일반적인 ‘보는 원리’와 매우 다른 감각으로 점철되어 있음에도 거부할 수 없음. 결국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현실스러운 가상의 구성물들을 붓으로 표면화한다. 지구별 여행에서 선택한 풍경을 배경으로 둘러치고 역시 현재에 존재한 여러 소품과 의상을 가려 골라놓아 배치한 후, 기름에 녹인 염료를 캔버스에 문질러 묘사한다. 하지만 평평한 그림틀 위에 말갛게 떠오른 그 여자아이는, 이미 꼬치에서 튀어나와 버린 나비와 같다. 너무나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다. 냄새를 찾아.]

“낮선 공간과 사물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감각을 개인적으로 ‘냄새’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죠. 실재하는 감각 물질들 중 그 냄새들은 무형이면서 모호하지만 공기를 타고 선선히 흘러다니며 감각될 대상을 찾아다니는 적극성이 있어서, 제 그림을 표현하는 뉴런의 단어로선 좋은 것 같아요. 촉각된 그 감각결과를 나름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기록한 후, 작업실에서 여러 장신구와 사물을 조합·배치하여 화면을 구성합니다. 표정을 중심으로 풍경과 사물들이 회오리치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응함으로서 사각의 틀 안에 냄새를 견고히 구축한다 할까요. 모든 사물과 풍경을 냄새로 전환해 내면서 동물적인 통감을 사용하는 거죠. 어둠의 분위기로 더욱 냄새라는 감각을 증폭하기도 하죠.”

<Self-portrait>,Claude Cahun

<Self-portrait>,Claude Cahun,1928

[정면성/시선.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그림의 인물과 관람객의 시선이 일치하는 느낌. 화폭의 인물이 나를 뚫고 반대편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그림과 그림간의 액션이 생기고 그로인해 그림들 사이 시선으로 엮어진 가상적 관람의 장이 형성된다. 그림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관객이 소외되는 묘한 상황이 전개되어지는 상황. 그림들 상호간 소품과 배경의 관련성이 강화되면서, 예쁘지만 무섭고 인간보다 우월한 이미지로서의 소녀가 자리한다. 획일화된 가학적 표현이 아주 잔잔하게 화면에 자리하고 있는 듯도 싶다. 클로드 카훈이 20c 들어 새로이 구축되는 성적·개인적 정체성의 스펙트럼을 실증해 보여주었다면 이소연의 이미지는 인간 존재를 압도하는 강력한 무엇-혹은 가상이 현재보다 강인하게 느껴짐-이 우리 곁에 있음을 증명한다.]

“전시 제목인 <메멘토 칼리지니>는 어둠이라는 단어에서 착상했습니다. 라틴어에서 가져온 제목인데 이제는 쓰지 않는 언어이면서 더불어 외국생활의 단절감을 나타내는 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독일 생활에서 느꼈던 배타적인 분위기와 문제 혹은 힘겨웠던 경험을 상징하는 총체적인 의미로서의 단어라고 유추하셔도 될 듯해요. 이 그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체 트랙을 기억하자는, 모뉴멘트의 표식입니다. 어쩌면 저라는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계명이라고 볼 수 있죠.”

<붉은머리-II> 이소연

<붉은머리-II>oil on canvas,110x90cm,2010

[흑마술처럼 어둠은 그것 자체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견지한다. 검은 공간 안에 숙성된 면밀한 감각축척으로 자화상의 형태가 이뤄진다. 그로인해 이미 유화로 복제되어 완결된 작가 감각의 구조망 속에 인간적 소통관계의 측면은 완벽히 누락되어 있음. 관계는 무화되었으나 자기 세계가 너무나 확고히 화폭에 정립되었다면, 관객의 틉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파쇼적인 느낌이 들만큼 타인을 압도한 이미지 세계가 완성도 높이 완결됨으로, 타인이 창작한 언술과 저작에 영향/관련되어지기는 힘들 것. 어쩌면 다른 창작에 작가 의식이 관심을 가진다면 그림의 세계는 변화되지 않을런지.]

“전 아마도 저의 아이를 낳아 기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 저와 분리된 독립적인 다른 개체가 있으면 안된단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기적인 판단이라고도 하겠지만 저에게 가해지는 자극을 흥분과 재미로서 온전히 제 안에서만 소화해야 해요. 그림으로서만 가능한 관계망이 제가 화가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소연


작가프로필

  •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1995
  • Studied at Kunstakademie Münster,Masterstudent,2007

개인전

  1. Gallery conrads,Düsseldorf,2007
  2. 카이스 갤러리,홍콩,2008
  3. Spring fever,gallery teratokyo,Tokyo,2009
  4. Gallery conrads,Düsseldorf,2009
  5. 카이스 갤러리,서울,2010

그룹전

  1. Focus Malerei-künstlerische Strategien heute,Columbus,2005
  2. Abgefahren,Kunsthalle,Lingen,2005
  3. Meisterklasse,Gelsenkirchen Anders sehen I,II,III,Columbus Art Foundation,Ravensburg,2006
  4. 면과 색(Fläche und Farbe),contemporary positions in painting,시립갤러리,Lippstadt,2006
  5. Face to Face,Ausstellungshalle zeitgenössische Kunst,Münster,2006
  6. 재유럽 한국 작가전,Cite Interationale des Arts,Paris,2007
  7. 젊은 작가 동시대 회화전,Jugendkultur im Spiegel zeitgenössischer Malerei,Kunsthaus in Essen,2007
  8. 자아 이미지: 거울시선,서울시립미술관,서울,2008
  9. I,You & Us,조현 갤러리,부산,2008
  10. The bridge,가나 갤러리,서울,2008

이미지출처

  • 이소은 - www.caisart.com / 구글이미지 검색
  • 클로드 카훈 이미지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