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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tacit. perform [1]-음의 탄생과 소멸, 생명체의 진화에 감각적으로 동참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 14. 18:04

태싯그룹의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 시각과 청각에 호소하는 비주얼 뮤직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무용수의 몸짓으로 영상과 소리를 제어하는 첫 작품 <Dance Composition No.1>부터 테트리스 게임을 모티브로 한 마지막 작품 <Game Over 2.0>까지 모든 작품에서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는 미리 구성해놓은 일정한 알고리듬에 따르되, 퍼포머의 즉흥적인 실행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리뷰어 정수경)”

태싯그룹은 게임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의 결합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프로그래밍 아트’가 선사해 준 것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 주는 신선함 그리고 놀이가 주는 경쾌한 감흥이었다. (리뷰어 김명신)”


 지난 달 18, 19일 양일간 LIG 아트홀에서 태싯의 두 번째 정기 공연이 열렸습니다. 2009년의 버전 [0]의 업그레이드를 암시하는 2010년의 perform [1]은 한층 보강된 ‘훈민정악’과 ‘Game Over’ 이외에도 디지털 테크놀러지와 무용의 융합을 시도한 작품 Dance Composition No. 1이 삽입된다 예고되어 관객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앨리스온은 태싯의 공연을 보고 리뷰를 작성해 주겠다고 자원해주신 일곱 명의 리뷰어를 모집, 티켓을 배부한 바 있었습니다. 리뷰 자원자들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태싯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엮어보았습니다.   

Tacit 1. 동시성을 충족시켜주는 공연. Are you with me?


먼저 태싯 그룹을 논함에 있어 반드시 거론되는 두 작품, ‘훈민정악’과 ‘Game Over'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지난 공연보다 업그레이드 된 두 번째 버전으로 관객 앞에 소개된 두 작품은 각각 한글이라는 모티브를 차용하고 게임 테트리스를 접목시켜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퍼포머들간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이 대화가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지는 작품, 훈민정악의 최대장점은 같은 공간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관객의 반응이 퍼포머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형태의 공연에 비해 퍼포머와 관객이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태싯그룹의 자랑으로 보이는 '훈민정악' 이 시작 되었는데, 실시간으로 타이핑된 글자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태싯 그룹의 멤버 끼리 대화가 오가거나 관객들에게 말을 하는대 굉장히 사람들의 흥미를 끌면서 유머러스함도 있고 무언가 상당히 유쾌한 작품 이었다. 박수가 절로 나오게 되는 작품.(리뷰어 허컬리)”

“이 작품에선 타이포로 시작된 각 연주자의 연주가 특정한 도형 같은 형상을 이루기도 하고, 연주자들이 서로 우스개소리를 나누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전자음향과 어우러지면서 공감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훈민정악>은 "이기불이"라는 애초의 의도를 잘 구현해낸 수작으로 보인다.(리뷰어 강미정)”

“<훈민정악 2.0>은 연주자들간, 관객들간의 상호작용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인 애플의 흰색 노트북, 간결한 모노톤의 화면에 한글의 기하학적 형태와 우리말의 의성어 표기가 소리와 어울려들어가는 즉흥적인 놀이였다. 자소, 단어, 문장이 시시각각 여러 연주자들의 플레이의 우연적인 조합에 따라 전개되었는데 연주자들의 개별적인 자유연상과 상호작용을 따라 전개되는 즉흥성과 가벼운 심술, 다채로움이 경쾌했다. 문자와 소리의 유사성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리뷰어 김명신)”



GameOver 2.0의 경우, 개별 퍼포머들의 경기 횟수가 늘어났고, 게임이 끝났을 시 프레임이 회전하며 블록들이 쏟아져 내리는 비주얼이 첨가되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이 이미지 자체에 호감을 보이며 동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에 비해, 쌓아지는 블록 면을 따라 연주되는 음악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Game Over 2.0 은 정말 멋진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각 멤버마다 테트리스 게임을 해야 하는데 게임과정은 영상으로 보여주고 멤버들 각각 맡은 테트리스게임을 할 때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다 다르고 즉흥적으로 게임실력(?)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음들과 앙상블이 아주 재밌고 게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끝났을 때는 아 벌써 끝인가 라는 아쉬움이 남고, 앵콜을 보고 싶은 느낌이었다.(리뷰어 허컬리)”

“<Game Over 2.0>은 누구나 해 본 경험이 있음직한 테트리스 게임에 디지털 사운드를 결합시킨 작품이었다. 관객 누구든 연주자들의 테트리스 게임의 플레이에 심리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여러 연주자의 각각의 플레이가 우연한 조합을 만들어내면서 일회적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이 작품의 경우 테트리스 게임의 시각적 효과가 워낙 강렬해서 사운드에 대한 인상은 플레이 당시에도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연동된 사운드보다 게임오버 순간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블록 파편들과 텅 빈 프레임의 동적이고도 간결한 영상만 남았다. 개인적으로 그 영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리뷰어 김명신)”

“GameOver 2.0 의 경우에는 친구를 통해서 이야기를 미리 듣고 간 공연이라서 신선함을 크지 않았지만, 특이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이 발상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게임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공연시간에 맞춰서 어느 정도 종료시간이 정해진 것이라 일부러 게임을 종료시켜버리는 점이 약간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리뷰어 박영창)”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게임의 종료와 함께 느끼게 되는 아쉬움, 그 감각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에 성공한 작품 GameOver는 공감 획득의 이면에 소리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인상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은 단지 테트리스 게임의 비주얼이 강렬한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만일 비주얼을 제외했을 경우 플레이되는 나머지 음악적 요소들이 게임의 BGM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게임의 비주얼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작품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테지만, 음악적 요소의 취약함에 대한 리뷰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Tacit 2. 음의 탄생과 소멸, Artificial Life

알고리즘 음악의 특성, 그리고 태싯그룹이 중요시 여기는 음의 탄생과 소멸 과정이 잘 드러났던 작품 Space는 지난 tacit의 전시 neighbor의 공연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과 Drumming for Monome Ensemble이 태싯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양면과도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Space는 음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생명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죽음의 단계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실제로 공연 스크린에서도 퍼포머들의 손놀림이 투명하게 표현되었죠) 전달했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모노메 앙상블은 결과물을 염두에 둔, 연주에 충실한 작품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특히 2009년의 공연보다 화려해진 비주얼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상당히 완결성이 뛰어난 작품이기도 했고요. 

“Space라는 작품은 각 멤버가 만든 소리 유닛들이 서로 부딪치며, 공격하며, 때로는 멤버가 내린 명령에 따라 움직임도 틀려지고 소리도 변하면서 비주얼도 같아 변하고, 이건 마치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시에 명령에 따라 바뀌고 소멸되는 소리 유닛들을 보며 마치 재즈연주에서도 즉흥 솔로를 할 때 연주자의 기분과 살아온 삶이 녹아있듯 한번 치고 지나가면 소멸되는 음들을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도 받았다.(리뷰어 허컬리)”

“"Space"의 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각 성격을 부여한 생명체가 탄생하고 살면서 부딪히고 움직이다 다시 소멸하는 Life를 소리와 접목한 점은 접근방식에서 재미있었습니다.(Ugly 한 아이가 내는 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거친 노이즈여서 그런지 빨리 사라졌으면 했습니다^^;)(리뷰어 스카이)”

Good, Bad, Ugly 의 명령어를 통해 소리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퍼포머는 생명의 창시자가 되지만, 창시자는 본래 자신이 만들어낸 생명의 삶까지 제어할 수는 없지요.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와 예측 불가한 범위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소리, 그 자체가 이 작품이 의도한 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유독 작품을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태싯이 평소 가지고 있는 작품 구성 관점이 녹아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Tacit 3. Cross the worlds, 다양한 교차지점의 탄생.

태싯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 신선함과 쾌활함이었다면, 태싯 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 다양한 연결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룹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 아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키워드가 되고 있는 interaction을 단순한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공연을 선보이기 때문이죠. 일례로 훈민정악의 경우,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가 퍼포머와 퍼포머, 그리고 퍼포머와 관객, 그리고 관객과 관객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면, 다른 여타의 작품들에서는 퍼포머와 퍼포머의 관계쌍 이외에도 퍼포머와 프로그램 사이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퍼포머와 관객이라는 기존의 대응항에서 나아간 이러한 새로운 교차지점의 탄생이 눈에 보이지 않는 커넥션의 활발한 운동을 촉진시킵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한 관객 경험의 극대화, 이것이 내가 이번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사실 예술에 대한 감각이나, 배경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공연을 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공연에 음악만 있었다면 내가 과연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듣는 음악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경험하는 음악이 되었기에 조금이나마 더 쉽게 그들의 공연에 다가가고, 보고 듣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게임과 사운드의 결합, 한글과 사운드의 결합 등 틀에 얽매이지 않고 약간의 조작을 통해 자유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들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관객도 공연을 본다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공연에 즉흥적이고 랜덤한 요소를 준 것은 더욱 인터랙션이라는 속성을 배가시켰다. 인터랙션은 상호작용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만약 공연자들이 원하는 대로 소리들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인터랙션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악기, 혹은 기계장치에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그 대신 간단한 알고리듬 속에서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속성을 기계에 부여함으로써 연주자와 (기계가)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작용 할 수 있게 하였다.(리뷰어 김미희)”

“태싯 그룹의 작품과 공연은 장르를 융합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되는 요소들, 연주자들,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간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는 듯했다. 아날로그 매체의 재현으로서가 아니라 디지털 매체 그 자체의 특유성을 전면에 부각하고자 한 시도, 그리고 디지털 가상세계의 스펙터클에 수동적으로 남아있거나 소외될 여지가 있는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고자 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리뷰어 김명신)”

    60분의 공연 동안 좌석에 앉아있었음에도, 공연장을 떠나며 퍼포머와 적극적으로 교감했다고 느끼는 관객. 태싯 그룹도 이러한 이상적인 관객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관객의 적극적인 수용 이면에 어떤 아쉬움들이 남았을까요?

 

Tacit 4. Vivid Voice: 태싯에게 말하다.

 “사운드 외에 정면의 프로젝션으로 디스플레이 된 것은 음악의 비트나 각 악기의 파트(?)별 리듬의 간격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지만 그것이 조금은 정적인 느낌의 비주얼이 라는 느낌이 들고 음악자체도 줄곧 반복되는 일렉트로닉 계열이어선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실험을 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관객에게 보다 느낌을 쉽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부분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것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리뷰어 스카이)”

“태싯그룹의 이번 퍼포먼스는 일단 친숙했다. (첫 작품은 제외하고.) 컴퓨터가 일상화된 우리 세대에겐 낯설지 않은 파동형, 혹은 점진적으로 퍼져나가는 전자광 이미지들, 오락실 게임 음악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경쾌한 기계적 음향.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없었고, 보는 내내 유쾌했다. 하지만, 박수를 치기에는 또 뭔가 아쉬웠다. 무엇이 아쉬웠던가? 뭔가 밋밋하다는 느낌.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아니더라도 좀 더 다층적이고, 단순한 예측을 넘어서는 연주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생각건대, 비주얼과 뮤직 모두를 제어하는 알고리듬 자체가 단순했거나, 알고리듬을 제어하여 궁극적인 비주얼 뮤직을 생산해내는 퍼포머들의 퍼포먼스 양태가 단순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 같다. 특히 음악은 영상에 비해 더욱 단조롭게 느껴졌는데, 단순한 BGM으로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리뷰어 정수경)” 

관객들의 아쉬움은 한 가지로 수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 음의 단조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음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배당되는 딜레마와도 같은 것일텐데, 이를 단순히 전통적인 의미의 음악작품에 익숙한 관객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음에 대한 기대를 보다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태싯이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라 생각됩니다.

태싯 그룹에 N2(본명 남상원)가 합류하면서 기존에 태싯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도 앞으로 논의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대무용과의 장르융합을 시도한 첫 번째 작품 'Dance Composition No. 1'은 무용수에 의해 제어되는 음악과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예측 불가한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태싯의 퍼포머들이 컴퓨터 알고리듬에 생명을 부여하고 이를 제어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은 이 둘의 관계가 단순한 종속 관계가 아닌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 때 퍼포머의 '인간적임' 즉, 기계와 대별했을 때의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최소화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 무용과 융합한 작품은 인간의 몸이 전면에 그대로 드러남으로써 태싯이 그 동안 구현하지 않은 또 다른 이미지를 낳게 됩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Dance Composition No. 1'이 알고리듬의 토대에서 생셩되었다 할지라도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태싯이 어떤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뇌리 속에 태싯은 깔끔함과 세련됨을 중심 수사로, 복잡하고 어려운 예술이라기보다 일종의 쾌활한 놀이와 같은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앨리스온은 ‘비주얼 음악’이란 키워드로 리뷰를 모아보고자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집된 리뷰는 의도와 달리 작품 별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달리 말하면, 비주얼 음악이라는 카테고리로 설명할 수 없는 바로 그 ‘무엇’을 태싯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무엇’은 건축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구조물이자, 피와 골격의 조직구성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는 생명체입니다. 만들어 내고 있음과 수용하고 있음이 동시적으로 현현하며 이것이 감각으로 증명되는 공연. 태싯의 아이덴티티를 한 단어로 축약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들이 보여주는 공연은 관객에게 하나의 감각이 아닌, 총체적인 ‘무엇’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한 리뷰어의 코멘트가 이번 태싯 공연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데에 적절할 것 같습니다. 현실과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이 합쳐지고, 이것을 통해 현실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태싯 공연은 무용 이상의, 이미지 이상의, 소리-음악 이상의, 게임 이상의, 그런 공연이었다.(리뷰어 김미희)”


Tacit 5. Music, made from Algorithm

태싯 공연 리뷰를 정리하며 지금까지의 태싯의 작업을 처음부터 밀착하여 지켜봐온 또 다른 리뷰 자원자, 앨리스온 디렉터의 코멘트로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태싯 공연을 지지하고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그리고 태싯 그룹에게도 생각해볼만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태싯 그룹의 이번 공연은 지난 송원문화재단에서의 전시 <neighbors [i]>에 이은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태싯 그룹이 작업을 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기에,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리와 경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기대하는 관객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이번 공연은 지난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공연보다 다른 지점에서 지켜보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태싯의 공연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보다는 다른 지점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무감도 좀 있었답니다^^; 

해외의 흐름을 잠깐 짚어보자면, 태싯과 같은 공연 흐름들을 간혹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Dumb Type'이라던지, 좀 더 건축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Anti VJ', 복합적인 작업을 시도하는 'UVA' 등등의 작업은 다양한 장르들을 혼합시켜 새로운 예술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현대 예술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작업과 태싯의 작업은 몇몇 지점에서 다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태싯은 사운드를 매우 중시하는 그룹입니다. 태싯 그룹의 일원들에 관하여 생각해보자면 당연한 지점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장르를 혼합시킬때 반응이 직접적인 시각적 이미지에 치우지기 쉽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태싯 그룹은 예전부터 나름의 원칙을 잘 고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지점에서도 차별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시' 형태를 띈 지난 시도에서 그러한 점이 더욱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특히나, 이번 공연에서 공개가 된 생명체와 사운드의 결합 및 공연에서의 활용은 그 시도 자체로도 참 반가웠답니다. (이러한 시도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크게 대중적이지도 않고, 국내 상황에서 Generative Art 계열의 작업들은 많이 안알려져 있거든요.) 다만, 생명체가 생성되는 원리와 사운드가 발생하는 지점들이 관객들에게 아주 명료하게 전달되어 함께 호흡하기까지에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어려운 지점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싯의 이번 시도는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들이 이번 공연에서 아주 완성된 작업들을 선보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상당한 복선들을 깔아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mapping 기법이라던지, 퍼포머와의 연동, 알고리즘을 활용한 생명체와 사운드의 결합 등등이 그러한 복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그룹은 이미 그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료?이자, 관객으로서 그들이 다양한 시도들을 결합하여 보다 높은 차원의 예술 작업을 보여주길 희망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앨리스온 디렉터, 유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