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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갤러리_원제《The $12 million Stuffed Shark(1,2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박제 상어》_book review

kunst11 2011. 4. 6. 20:05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와 경매, 갤러리의 르포르타주

원제가 The $12 million Stuffed Shark(1,200만달러를 호가하는 박제 상어인 이 책은 부제 <The Curious Economics of Contemporary Art and Auction Houses(현대미술과경매회사에 관한 흥미로운 경제학)>에서 알 수 있듯 현대미술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쯤에서 원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2005, 영국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라는 작품이1200만 달러( 138억 원)에 판매된 일화는 현대미술계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단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용액이 든 수족관에 담아 박제시켰을 뿐인 작품인데도 말이다. 만일 직접 상어를 구입해 포름알데히드에 담갔다면 이 금액의 100분의 1도 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왜 이처럼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원제를 채택했을까.

 
여기서 허스트를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데미언 허스트가 현재 생존하는 현대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시장경제논리에 대입하기에 적합하며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허스트의 작품, 그리고 타고난 마케팅과 브랜딩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허스트의사례는 먼저 유명 브랜드 작가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작품이 그 작가의 것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는 한, 실제로 작가가 자기 손으로 창작했는지 아닌지는 관심 밖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허스트는 브랜드를 구축한 후 제작 과정에서 품질을 잘 관리했다. 실제로 허스트가 서명한 스폿페인팅 작품은 굉장히 비싸게 팔리지만, 그 스폿페인팅을 최고로 잘 그린다는 레이첼이 서명한 작품은 비싸게 팔리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미술계에서 독창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점이다.


이런 거물급 스타 작가 뒤에는 어김없이 미술계의 큰손인 유명 컬렉터가 뒤에 있기 마련이다. 유명 컬렉터 명단에 오른 인물 중에서 단연 최고는 찰스 사치다. 사실 그를 빼놓고는 현대미술을 논할 수 없다. 그가 어떤 작품을 구입하면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는 즉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데미언 허스트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에 미술작가와 컬렉터, 그리고 개인 구매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상거래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통채널로 딜러,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비평가, 큐레이터 같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대중들은 미켈란젤로, 고흐, 렘브란트, 샤갈, 피카소처럼 국내에도 국공립미술관에 소개 되었던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한 미술가나 인상파, 입체파로 회자된 작가들은 익히 알 것이다. 하지만 현대미술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중에게 그나마 알려진 대표적 미술계 스캔들로 알려진 신정아 사건으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자극한 사건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ain의 작품 한점이 삼성가의 재산 상속과 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탓에 좀 익숙한 정도랄까.

저자의 시선은 현대미술계의 장인 뉴욕, 런던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의 가장 중요한 미술품 가격, 한 마디로 예술과 돈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사이사이 세계적인 미술시장의 뒷얘기들도 전해주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층위를 심도 있게 접근하고 있기에 국내미술관계자들 또한 공부가될 것이라 생각되며, 일반 독자들에게는 현대미술에 대한 재미를 너무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장이 될 것이라 본다. 특히나 경제학적으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들을 통해 미술작품의 가격형성 과정을 설명한 점도 흥미롭다. 또한 미술작품 투자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현대미술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관심있었던 부분은 저자가 시장경제 논리 때문에 예술적 다양성이 손상되는 것을 우려하며 제시한 정부차원의 지원금을 작가들에게 지불하고 시장경제가 유발한 빈자리를 채워주는 방안을 제시한 점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미술이 생각보다 커다란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화경제학을 전공한 이들은 미술작품이 그 소유자 뿐 아니라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가령 미술 작품이 그 소유자 뿐 아니라 미술관에 내걸릴 경우 미술관은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그러면 투자자들은 특정 대도시에 투자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에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쉽지 않은 계획이다, 책을 통해 더 구체적인 방안들은 확인해 보시길.


글. 앨리스온 정세라


저자 도널드 톰슨 Donald Tompson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의 슐릭스쿨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과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석좌교수이자 현대미술품 컬렉터다런던정치경제대학교하버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마케팅과 경제학에 관한 도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현재 런던과 토론토를 오가며 살고 있다
저자는 미술품 거래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하고 원칙과는 거리가 먼 상거래라고 말한다미술품을 직접 구입하면서 작품을 둘러싼 경제현상과 욕망의 근원에 호기심이 생긴 도널드 톰슨은 1년간 미술품 딜러와 화랑경매회사 스페셜리스트미술계 인사들그리고 부자 컬렉터들을 직접 인터뷰했다그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은밀한 갤러리》는 현대미술과 딜러 그리고 경매회사 사이를 연결하는 경제학 원리는 무엇인지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인간 욕망의 기저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냉철하게 추적한다또 데미언 허스트제프 쿤스트레이시 에민 등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이 유명 브랜드와 마케팅을 만나 어떻게 가격이 부풀려지고 인기를 얻는지 그 메커니즘을 낱낱이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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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예술일반 > 예술경영/투자
지은이 도널드 톰슨 (리더스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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