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은 전자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인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전자음악의 시초부터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까지 이끌어온 작곡가이다. 이 책은 슈톡하우젠의 강연과 인터뷰를 토대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직접적으로 작곡가의 정신적인 면, 작곡기법, 작곡에 대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으며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전자음악에서의 중요한 개념들을 따라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현대 음악을 두고(굳이 전자음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것이 음악인가?'라는 의문에 부딪히게 된다. 필자 또한, 음대에 진학하면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슈톡하우젠은 이러한 이들에게 음악의 가능성에 관한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기존 클래식 음악의 개념을 확대하여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열어준 작곡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전자음악이 작곡가들에 의해 실험되고 시도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슈톡하우젠의 음악은 수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Karlheinz Stockhausen>
슈톡하우젠은 작곡가로써‘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작곡을 했다. 그러한 내용이 <확률에 의한 작곡(p.44 - 54)> 챕터에 소개된다. 또한 기존의 음악에 대한 통념과 어법에 만족하지 않았던 작곡가답게, 음악을 듣는 '공간'에 대한 실험 또한 자유롭게 했다. "그 중 14개의 방을 미로처럼 배치하여 청중이 옮겨 다니며 음악을 듣게 한 시도는 백남준의 <방 스무 개를 위한 교향곡>(1961)을 연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층 공간 작곡"과 같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1970년 일본 오사카 세계 박람회에서 실현시킨 것은 <전자음악의 4가지 표준>에 자세히 소개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 '70에서 슈톡하우젠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세워진 음악관>
<직관음악(p.109 -126)> 에서 소개되는 개념 또한 흥미롭다. "전음렬기법"과 같이 아주 세밀한 기보를 요구하던 전통적인 작곡기보의 틀에서 벗어나 그래프, 부호, 때로는 언어로 기보했던 그의 시도들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영감을 얻게 해준다.
<미크로포니(p.76 - 85)>라는 챕터부터는 전자음악에 대한 내용이 더 자세히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초기 녹음 기법들과, 지금보다 훨씬 낙후된 장비로 수작업을 통했던 5,60년대 전자음악의 제작 방식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본 슈톡하우젠은 클래식의 전통적 음악어법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음악의 영역을 넓혀간 작곡가이다. 또한 그러한 상상과 아이디어가 클래식 뿐만 아니라 후대의 다양한 장르의 작곡가들(Ennio Morricone, Herbie Hancock, Brian Eno, Bjork, Kraftwerk...)에게까지 영감을 주고 있으며,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은 슈톡하우젠이 그러했듯이 전자음악에서의 새로운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현대음악, 전자음악이 아직은 소수의 시도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예술가들간의 혹은 관객들과의 소통의 벽을 허무는 방법 또한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글. 조은희.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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