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지나간 미래 : 공수경 개인전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6. 16:46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안느-마리 뒤게는 20세기 중반 이후 "시간은 예술 작품의 반복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시간 개념이 예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으며 작품 속에서 다양한 소통의 방법으로 구현되고 있음 말해주고 있다. 특히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구현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자 행위를 통해 또 다른 시간 개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전 한빛미디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마친 작가 공수경 또한 시간 개념에 주목한 작품을 선보여줬다. 미디어아트에서 주로 인터렉티브(상호작용성)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초창기 <The Box>라는 작업에서 개체의 독립성과 동시에 밀실로의 은밀함을 획득하는 상자를 인간으로 대치하여 그의 기억과 추억, 내면의 소통을 시도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나간 미래>라는 전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전시공간은 나를 시간의 다양한 층들이 있는 공간 속으로 안내하고 있었는데, 전시장 가장 안쪽 <시간의 숲>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어두운 공간 속,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 그리고 파란색 불빛들. 하지만 그 파란색 불빛 사이로 한걸음 한걸음 몸을 움직여 걸어나가면 파란색 불빛들이 다양한 패턴으로 빛을 발산한다. 그 빛을 따라 숨죽여 걷다 보면 저 멀리 물 소리가 들려온다. 사운드와 파란 빛으로 나를 어딘론가 이끌고 있는 듯한 느낌. 하염없이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시간의 숲_LED, 광섬유, 인체감지센터, 무선송수신기_가변크기_2009 

 
작가는 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는 <호수에 떠있는 달>, <호중천> 작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호수에 떠는 있는 달>작업에서는 호수에 비친 달이 변하는 모습을 LED와 광섬유를 이용해 구현해내고 있다.  관람자가 네모난 박스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달이 모습이 초승달에서 반달 그리고 보름달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흘러가는 물, 뜨는 달의 시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심상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나 또한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매일 내 마음속 호수에 떠 있는 달과 이야기하는 것이 상상된다. 작가는 이 작품 구현을 위해 박스에 빛이 나오는 구멍을 하나하나 뚫는 정성을 쏫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우리 마음 속의 호수를 더 아름답게 표현되었던 같다.


                                    호수에 뜬 달, LED, 광섬유, 가속도센서, 나무_20x20x20cm_2010


<호중천>은 중국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한자풀이 그대로 항아리 속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원하는 대상. 혹은 자신 원하는 세계가 표현된다. 작품에는 각기 모양이 다른 3개의 항아리가 있고 그 옆에는 물구덩이가 설치되어 있다. 각기 다른 3개의 항아리를 센서가 부착되어 있는 물구덩 쪽으로 부으면  물이 물결치듯이 천천히 일렁거리면서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항아리 속 세계는 옛날 사람이 동경하고 찾아 해매던 유토피아를 나타낸 지도, 안견이 꿈 속에 본 유토피아를 그린 몽유도원도 등으로 항상 우리가 동경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항아리를 붓는 행위를 통해 현재의 시간에서 새로운 세상의 시간 속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과도 만날 수 있다. 항아리를 붓을 때의 그 설레임과 기대감이  아직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호중천_컴퓨터, 프로젝터, 가속도센서,리드 스위치,적외선LED, 항아리_70x150x180cm_2008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람객의 행위들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가 같이 공존해 있으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 전시였다. 매우 아기자기한 작품들로 관람객들이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작가의 시간에 관한 긍정적인 관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인터렉티브 아트 전시에서 실망감을 주는 경우는 단순한 관람객의 행위로 피드백이 없는 작품이나 단순한 버튼식의 작품이다.  버튼 하나로 아무런 감흥도 없고 느낄 수없는 작품들. 하지만 공수경 작가의 작업은 다르다. 관람객의 행위 자체로 작품이 실행되는 동시에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본 관람객들은 공수경 작가가 제안한 시간의 흐름를 즐기고 가지 않았을까. 나 또한 이 전시를 통해서 시간을 통해 다양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의 그녀의 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