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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준의 미디어문화비평] 1. 애플과 삼성, 디자인의 독창성과 폐쇄성

yoo8965 2012. 8. 30. 04:33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미국에서의 애플-삼성의 재판이 종료되었다.


국내 언론사들의 설레발과는 달리 완벽한 애플의 KO승. 평결과 이후 조치들을 떠올려보면 가혹하리만큼 삼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이다. 삼성의 갤럭시 S3 이전의 폰들을 볼때마다 상당부분 애플의 그것을 모방한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특히 스마트폰 자체보다는 코드나 패키지 디자인과 같은 부차적인 부분에서마저도 ㅠㅠ) 어쩌면 이 판결은 카피캣 삼성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플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의 독창성 문제와 삼성 측이 제기했던 모방과 벤치마킹(삼성측 표현에 의하면, 애플 디자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기술/디자인이 최근의 스마트폰의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사이의 모호함 등은 분명 고려될만한 요소들이었다. 더군다나 애플과는 다르게 모바일 폰의 넓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진 삼성이기에 더더욱 카피캣이라는 오명은 일견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었던 애플 측의 디자인 특허에 관한 주장과 삼성 측의 반박은 다분히 산업 디자인 영역에서의 독창성 문제로 귀결된다.


Apple Special Event, March 2011


애플의 디자인이 독창적인가? 그렇다면 어떠한 부분이 디자인 특허가 허용될만큼 독창적인가? 


이번 재판은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 과연 독창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구체적으로는 애플의 디자인이 스마트폰 디자인에 있어 어쩔 수 없는 기능적 측면을 반영한 당면한 흐름인지를 판단하는 부분이 주 쟁점이었다. 사실 표면적으로 보면 삼성 측의 반박 주장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모바일 폰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기능적으로 직사각형의 디자인 요소를 채택했다. 발달된 기술에 의해 소형화될 수 있었던 모바일 폰은 가방에 넣어다니거나 차에 장착했던 초기 모델과는 다르게 사용자의 주머니 속으로 디바이스의 사용 포지션 자체가 변화해왔다. 따라서 모서리의 라운딩 처리는 미적 아름다움의 추구를 넘어 기능적 안정성을 위한 고려이기도 했다. 또한 모바일 폰 뿐만 아니라 모든 각형 디자인에는 모서리 부분에 라운딩 처리를 하여 미학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기능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도 사실이다(자동차나 냉장고 등을 떠올려보라).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보면 판결의 쟁점은 결국 '애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타사의 제품과 차별화된 독창적 곡률을 사용했는가'와 같은 구체적 수치 싸움으로 변화한다.


Peter Bressler


여기서 이번 재판의 애플 측 디자인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피터 브레슬러(Peter Bressler)의 발언과 삼성 측의 반대심문 내용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전 산업 디자이너 학회 회장이었으며, 제품 디자인 회사 브레슬러 그룹의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피터 브레슬러는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부르며("Apple design expert calls Samsung a copycat"[각주:1])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여러 제품에서 모방했으며, 소비자가 이러한 유사한 디자인에 혼동을 느낄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반대심문을 통해 아이폰 이전의 폰 디자인에서 발견되는 둥근 모서리와 스크린의 균형잡힌 위치/네모난 액정화면들을 열거하며 삼성이 어떻게 '구체적 수치'로 아이폰과 차별되는가를 역설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브레슬러가 소비자가 디자인의 디테일한 측면이 아닌 전체적인 인상을 본다고 이야기한 부분이다.[각주:2] 좀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용자 입장에서 구구절절 따지지 않더라도 척 보면 안다는 것이다.



브레슬러의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사용자/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개별 제품의 디테일한 측면보다는 제품/상품의 전체적 디자인 큐,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다. 오히려 수치에 민감한 부분은 제품의 미적 특성이 아닌 기능적 특성, 즉 하드웨어의 성능과 사용되는 OS/App 등등이다. 그러나 브레슬러의 주장을 100% 수용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다. 그의 발언처럼 전체적인 인상에 의해 결정되는 디자인 모방의 척도는 냉정하게 그 여부를 판결해야하는 법원에서는 그리 논쟁할만한 이슈로서 모호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디자인도 결국 산업 디자인의 영역 속에 포함된다. 디자인은 특정 목적을 전제하기에 예술과 차별되며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최우선사항은 결국 사용자의 편의성과 기능성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적 분야의 제품들이 그 외형적 유사성을 보이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는 까닭이다. 

Mercedes Benz, CLS63 AMG


물론, 이러한 흐름에서도 해당 분야의 선두에 있는 업체의 특성은 분명 벤치마킹 및 모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일례로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쿠페(Coupe)와 같은 루프라인(Roof-line)을 가진 세단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선도한 자동차 회사로서 '메르세데즈 벤츠(Mercedes Benz)'를 떠올려 볼 수 있는데, 이전에도 쿠페형 자동차는 있었고 쿠페형 4도어 세단도 있었지만 벤츠는 그러한 시도들을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으로 만들어버렸다. 벤츠 이후 어지간한 자동차 회사들은 쿠페라이크한 세단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벤츠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유행을 선도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재판 결과는 어딘지 모르게 그 결과가 씁쓸하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게 패배해서도 아니고, 삼성의 주장대로 애플의 고소 내용이 허황된 탓도 아니다. 애플은 분명 그들의 주장대로 산업 디자인 제품 영역에서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다. 독창성을 법적 기준으로 수치화하고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위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애플/아이폰이 이미 누리고 있었던 프리미엄의 지위가 굳이 법적으로까지 증명되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references


Articles about Apple vs. Samsung

Why The Apple vs Samsung Verdict Is A Big Mistake

Apple design expert calls Samsung a copycat

Apple Vs. Samsung: “Overall Design” Is What Confuses Customers, Not The Details


*Peter Bressler's profile photo credit by University of Pennsylvania





  1. Apple design expert calls Samsung a copycat(http://news.cnet.com301-13579_3-57487574-37/apple-design-expert-calls-samsung-a-copycat) [본문으로]
  2. Apple Vs. Samsung: “Overall Design” Is What Confuses Customers, Not The Details(http://techcrunch.com/2012/08/06/apple-vs-samsung-overall-design-is-what-confuses-customers-not-the-detail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