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새로운 창작자의 탄생 - 다빈치 아이디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18. 11:13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거기에 건축과 음악등에도 조예가 깊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른바 '통섭'의 시대인 요즘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누구나 다빈치 처럼 모든 분야에 능통한 '천재' 일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요즘과 같은 네트워크 시대엔 각자의 능력을 쉽게 나누어 독창적인 작업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럿이 함께' 다빈치'를 이룰 수 있게된 시대라고 할까. 


'다빈치 아이디어'는 서울시 창작공간 금천 예술 공장이 2010년부터 추진해온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2012년 선정된 기술기반 창작 아이디어 10점을 개발, 지원하고 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 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수행되는 작품들은 사업화를 전제로 제작되며 단순히 현대 예술의 순수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예술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 하는 이 사업은 기술기반 창작 아이디어에 다각도의 지원(전시 자문, 인근 산업단지 협력등)이 이루어져 단순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이후 사업화에도 그 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여타 다른 전시와의 주요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금천 예술공장'이라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이 독특한 곳에서 이루어 지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주목할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인쇄공장 이었던 곳을 서울시가 매입해 국제 레지던시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는 금천 예술공장은 예술과 기술이 가장 극명하게 맞닿아 있다는  장소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인근 산업지대(서울 디지털 산업단지)와의 협력으로 보다 원활한 산업-예술간의 협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천 예술공장의 프로젝트인 '다빈치 아이디어'는 그 적합성이 더할나위 없다고 할 수 있다.

김영희+조예진_빛의 중력_3D프린트 텍스타일, LED, 릴리패드_24.5×18×18cm_2012

전시장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10점의 작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기술-예술간 협엽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시장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김영희-조예진의 '빛의 중력'은 '미'와 '기술'의 이음새가 가장 여밈이 좋은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력' 에 따라 작품(모자)속 빛(LED)가 움직이는 이 작업은 단순하지만 무형의 물질인 '빛'이 중력에 의해 운동되어짐을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구현해 내었다.


HYBE_아이리스_투과형, 블랙 네가티브 방식의 VA 타입 LCD_9×9cm_2012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하이브의 '아이리스'는 블랙 네가티브 방식의 VA타입 LCD모듈을 이용해 유기적이고 독특한 느낌의 스크린을 구현했는데, 원형으로 구성된 블랙잉크의 단계별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생성하며 관람객의 음직임에 경쾌한 반응을 함으로 가장 역동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랩 526_심박동과 연결된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맵핑_ 아두 이노, 심장 박동 센서, 프로젝터, 사운드 출력_400×500×300cm_2012

Lab526 의 Meditation은 이용자의 심장박동을 감지해 그 박동수를 애니메이션과 음향을 통해 시각화한 작업으로 정좌를 한 관람객의 머리위로 쏟아지는 빛과 소리들은 잠시나마 안식과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여 주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환영을 연출해 준다.


윤석희, 민찬욱, 유동휘의 'Mobilization'은 '기계적 움직임의 아름다움' 잘 살린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브제의 중심위치를 계속 변화시키며 예상치 못하게 하는 운동성을 획득한 이 작업은 관람객이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작업을 바라 보게 한다.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기계형태의 오브제가 예측불가의 움직임을 보일때 생성되는 긴장감과 아름다움은 지나가던 관람객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빼았기 충분했다.

가장 큰 임팩트를 주었던 김병규의 '에이티 필드-마비된 감각'은 어두운 공간속에 사각의 틀 속으로 관람객이 들어가면 레이저가 만들어 내는 빛의 면을 재현 함으로 시각적 중심의 디지털 매체를 실제적으로 '촉각'할 수 있게 한다. 사각의 공간은 마치 마법의 영역으로 관람자를 인도하듯 차가운 '필드'를 구현하며 '관람객을 관람하는' 또 다른 우리의 시선 마저도 스스로가 서있는 공간을 생소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강이연_우리가 만날 확률_유리, 필름, 석고보드, 센서_500×800×240cm_2012

강이연의 '우리가 만날 확률'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우리가 '벽'이라고 인식하고 있는(혹은 있었던) 곳이 또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되는 '소통'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치 네트워크의 '벽'에서 '소통을 전제로 한 또 다른 장벽'을 쌓고 있는 현대인들을 어루만지는 작업이랄까. 두개의 방에 설치된 '매직 글라스'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을 통해 우리 눈앞에 재현되는 환경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져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걸어주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 산업과 예술의 조우는 매 세기마다 항상 고민되어져 왔던 화두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의 이 '협업'은 미스매치의 패션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그 언어가 제대로 통역되지 못한체 성긴 모습을 세상에 내놓기 바빴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 과학-예술-산업의 세개의 축이 고루 균형을 잡고 다시 이야기 되어지게 될 것 같은 희망을 이 전시에서 보았다. 이는 예전보다 발전된 기술탓도, 더욱 좋아진 지원여건도, 아닌 창작자 스스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과학과 예술, 그리고 산업화를 몸으로 채득하고 내제화된 새로운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넓고 열림 태도로 협업을 즐기며, 결과 보단 과정의 '즐거움'을 쫓는 새로운 '창작자들'. 그들이 이 시대가(혹은 이 프로젝트가)원하는 진정한 '21세기의 다빈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