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접속, 되다.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 3. 02:55


 

아트센터 나비를 본 전시장으로 한 Connected 展 (2006. 12. 7. - 2006. 12. 30.)은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으로 24시간 네트워크화된 환경 속에 접속된 삶의 양상들에 대한 작가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본 전시와 이와 더불어 모바일의 기기적 특성을 실험하는 Mobile It!이라는 ‘모바일 아시아 공모전’의 당선작 전시로 이루어진다. Mobile It!은 아트센터 나비뿐만 아니라 레스페스트 디지털 영화제, 휴대폰 채널인 TU DMB 채널블루, June M-갤러리를 통해 동시에 볼 수 있다. 또한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홍보관에서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다양한 도시와 공간의 소리를 담아내는 ‘Sound Transit’ 등을 통해 아트센터 나비와 접속된 전시를 진행한다.


  난감하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시 공간들 간에 잘 접속되어 구성된connected 전시의 본 전시장에서 두툼한 철문을 밀고 들어가면,
  네트워크화된 환경 속에 끊임없이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접속되는connected 지금 우리 현실에 대한 개별 작가들의 시각들이 무작위로 엮어connected 늘어놓은 듯 보이는 전시장의 광경, 그리고 작가적 시각과 통찰이 제시하는 경험은 작가적 통찰의 시도라는 브로셔의 설명글을 끊임없이 매뉴얼을 통해서만 결합시킬connected 수밖에 없음을 경험한다.
  두툼한 철문을 밀고 나오며 느끼는 난감함이란…마치 무식쟁이 취급당하고, 강매당한 물건을 들고 돌아와서 양말부터 벗어던지고 쌕쌕 숨을 고르며 널브러진 여편네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분하다.



  우선, 정보공간을 매개로 접속된 네트워크 환경에서 변화하는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작가적 성찰들.
   <ALAVs 2.0>을 통해 이종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며, 네트워크 환경에서 생겨난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한 제드 버크의 작업, 모바일 폰을 통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유저들 간의 공유문화를 연결시킨 앤 푸차런과 마크 아고의 <Footprints> 작업, 네트워크 상의 가상공간을 실제공간에 투영하는 <Common Grounds>, 도시 안의 다양한 장소정체성을 재고하는 사우터의 <Light Attack>, 인터넷 상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거대자본 권력과 기술권력에 대해 경고하는 <Google Will Eat Itself>, 공동창작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Sound Transit>, 디지털이미지 속에 숨겨진 긴장과 부조리의 역사를 ‘네트워크’라는 용어의 메타포를 이용해 재구성한 양아치의 작업.
    이들이 작가적 성찰을 말하기 위해 혹은 우리에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하여 택한 시각적인 언어방식이 유효한가. 때로는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친구와의 모바일 전송을 통해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모방하는 차원에 그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왜 우리는 그들의 작업을 벽에 붙은 종이매뉴얼을 통해서만 그들이 성찰한 네트워크 문화에 대한 미디어작업과 만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택한 시각적인 언어방식은 애초에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그들이 전시되는 방식은 유효한가. 두꺼운 철문을 통과하여 전시장에 놓임과 동시에, 지금 여기의 네트워크 문화를 이야기하고, 네트워크 문화의 미래를 실험하는 예술이 되기에는 벌써 벽에 놓인 매뉴얼을 보아야만 당시의 의미를 회상할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리진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이 전시의 기획에 관한 것이다.


네트워크 문화들을 박람회의 형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유토피아적 낭만과 냉소적인 시각 모두에 물음표를 던지며 새로운 삶의 경험들을 가능하게 하는 실험실로서 전시라는 행위를 통해 전시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제시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문화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관람객에게 예술가이자, 건축가, 프로그래머이자 해커로서 예술과 미디어 기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제시한 휴대폰 문화, 도시 공간, 파일공유, 신 생태계, 음악,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 속에서 네트워크 환경에서 변화하고 있는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통찰을 시도해보시오’ 라는 맡기는 방식은 너무도 식상하고 진부하다. 우리는 전시장에 선정해 놓았다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보다 더 민감하고 새끈한 경험들을 가능케 하는 일상과 매일 마주하고 있다.



  본 전시에 비해, 오히려 Mobile It!이 모바일 기기로, 모바일을 위해, 모바일에 의해 접속된 connected ‘엄지족’ 세대의 새로운 영상미학을 통해 네트워크 문화의 새로운 경험과 문화적 다원주의 - 성의 문제, 왜상을 통한 인간의 표정, 금기의 위반, 네트워크 시스템의 작동방식에 대한 사유와 행동의 변화 -를 실험하는 장을 펼친다.

   최신기종으로 바꾸어 삶의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할 절호의 기회를 주겠다는 호객행위와 이들에 붙잡혀 듣는 알 수 없는 설명들, 명함만한 모바일 기기에 따라 붙는 적어도 5mm두께는 됨직한 매뉴얼 북을 다시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번거로움, 그리고 결국 나에게는 불필요한 기능과 전혀 새로운 삶의 경험을 가능케 하지 못하는 최신기종을 강요당한 기분. 혹은 습관적으로 최신기종을 강요당하는 얼리어댑터들이 별 볼일 없이 액세서리 하나 덤으로 건져 가게를 나오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저러나, 접속은 되다.





글. 조성지(홍대 예술학) aafre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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