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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꿈은 거대사회가 만든 시스템의 일부분일까?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22. 14:51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딱 한 단어로 이야기 해주십시오.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행복, 멋진사람, 편안함, 건강, 사랑, 나눔... 같은 단어들 이외에도 다양한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청 신청사 소리갤러리에서는 'Inter-view 꿈을 묶다'라는 주제로 김영섭 작가의 사운드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영섭 작가는 2008년부터 앞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시민들에게 묻고 채집하여 '꿈을 묻고, 묶는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당신과 나, 우리의 꿈을 소리갤러리에서 만나 보았다.

<시민청, 소리갤러리>

먼저 본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소리갤러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소리갤러리는 '경청'을 주제로 한 시민청의 상징성을 담아 '소리'를 전문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로 서울과 서울시민의 삶을 주제로 한 사운드 작품들을 기획하여 상시로 전시가 되는 공간이다. 소리갤러리의 작품들을 통해 시민청은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현대미술의 장르지만 미술계에서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어 온 사운드아트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서라운드 레코딩 시스템(5.1채널)으로 수집한 소리 콘텐츠들을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3개의 방으로 구성된 튜브형의 공간에는 각기 5개/5개/2개의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각 방에서 잠시 머물러 작품을 감상한 후 이동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이 조성되어있다. 이곳에서 소리를 청취해보면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들린다는 이질감 보다는 원래의 원음이 자연스럽게 재생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소리에 특화된 공간이다보니 음향시스템에 신경을 쓴 결과가 아닐까 싶다.

김영섭 작가는 과거 사물놀이를 10년이상  해오면서 소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독일에 유학시절 낯선환경에서의 언어와 소리를 이해하고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리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그는 작품 <관계향>에서 스피커 13개를 활용하여, 독일어 방송 12개 소리와 작가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중첩시키고 서로 간섭을 일으키도록 하여 이해할 수 없는 소리나 언어의 무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마치 내 주변을 둘러싼 13명의 사람이 나에게 동시에 무언가를 말하는 느낌인 것이다.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말 소리는 그 의미를 상실한채 소음으로써 전달되는 것이다.  작품 <남과여 - 슬픈인연>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남과 여를 입체물로 표현하고 결혼을 전제로 했을때 서로가 바라보는 조건에 관하여 인터뷰한 결과물을 통해 슬픔, 애정, 사랑, 비난등의 이야기들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한쪽의 스피커에서는 남자의 이야기가, 다른 한쪽의 스피커에서는 여자의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결과물의 단어들은 결혼의 조건이 '너만 있으면 된다.'는 말과는 거리가 있는듯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생각과 환상은 어찌보면 멜로 드라마의 대본보다 더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김영섭, 남과 여 - 슬픈인연, 사운드 설치, 혼합재료, 2010>

그는 작품에서 계속하여 소리를 통해 은유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현재 전시되는 'inter-view 꿈을 묶다'는 2008년부터 시작되어온 작업이다. 그는 2008년에도 시민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딱 한 단어로 이야기 해주십시오.'의 동일한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지고 채집하여 약 200여명의 서울시민의 꿈을 묶어 화분 형태의 오브제를 통해 가시화 시켰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성이 있는데, 몇가지 단어로 압축이 되고, 대부분 비슷한 단어를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거대 도시사회가 만들어논 꿈이 아닐까 생각하며 화분이라는 오브제는 꿈을 키운다기 보다는 관리가 필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분으로 시각화 되었다. 이때 화분 내부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데 스피커케이블을 일부러 노출하여 거대사회의 시스템을 강조하게 되었다. 작가는 2013년에 동일한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지고 다시한번 꿈을 채집하였다. 2013년의 꿈을 소리갤러리에서 만날수 있는데 전시를 관람했던 5월에는 4월에 수집한 꿈의 단어들을 들을 수 있었고, 6월에는 5월에 수집한 꿈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5월에 만난 시민들의 꿈은 '행복, 멋진사람, 편안함, 건강. 사랑, 나눔' 이외에도 '대박, 직업, 아름답게, 사회복지사, 부자..' 같은 단어들도 들을 수 있었다.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가 생각하는 꿈과 유사한 단어들을 듣게 되기도 하는데, 개인의 꿈은 서울이라는 도시사회의 제도나 문화에 영향을 받은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인의 품고 있는 꿈이나 소원은 그들의 정서나 문화현상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꿈은 영화 아일랜드나 토탈리콜의 세계관처럼 억압되고 통제되어 있는 제한적인 현실의 온실속 화분일지도 모른다.

김영섭 <Inter-view 꿈을 묶다. 스피커케이블, 스피커, 혼합재료_가변크기. 2009>


<김영섭, Inter-view 꿈을 묶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3>


2008년과 2013년의 꿈의 다른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작가는, 2008년에 채집된 단어들은 물질을 많이 이야기 하였고 2013년은 행복추구등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대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상점이 달라진걸까? 지금 나의 모습과 생각이 5년전에 비하여 바뀌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변화는 어디에서 영향을 받게 된 것일까? 문득, 현재의 사회현상과 나의 관삼사, 개인의 경제상황등이 꿈이 바뀌어지는 가장 큰 역할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6월 30일 까지 진행되는 'Interview 꿈을 묶다'에서 다른 사람의 꿈을 들어보고, 나의 꿈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본 리뷰는 5월에 가진 '작가와의 인터뷰'와 '소리갤러리' 홍보자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