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대중적 미디어아트 전시에 주제가 필요할까? : 빛의 정원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13. 19:01



체험형 미디어 아트’를 표방한 전시 <빛의 정원>이 지난 3월 2일 종료되었다. 본 전시를 주최기획한 티켓예매 업체 티켓링크에 따르면 본 전시회는 빛을 모티브로 아날로그에서 최첨단 디지털기법까지 활용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로지난 4년간 일본 23개 전시장에서 70만명을 동원한 순회전시 <마법의 미술관>의 전시(일본 산케이신문사, 일본미술협회 주최) 작품 중 인기를 끌었던 20개 작품을 엄선한 전시회라고 한다.

본 전시 소식을 접하는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는 우선 일본에서 4년간 순회전시를 하며 대중적인 인기가 검증된 전시이자해당 전시 작품 중 일본의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12 팀의 작품을 엄선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전시라 여겨졌다. 여기에 본 전시가 대형’ 또는 인기’, ‘체험전’ 이라는 문구로 대중적으로 기획된 다른 전시들과 마찬가지로 성인 15,000소인(19세 미만) 12,000원이라는 관람료가 부과되어 있는 전시이기 때문에 전시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 또한 가질 수 있었다.

 

전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예술 작품들의 관객 친화적 전시를 표방한 전시에 걸맞게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람객은 어린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전시 주최측의 언급에 의하면주말 관람객 역시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자연스레 이 전시의 대상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니우선 아틀리에 오모아 작가의 ‘Playing with shine’이라는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천 위에 색색깔의 유리구슬을 올리고천을 천정에 매달아 그 위에서 빛을 비추도록 설치되어  관람자가 손으로 천을 쳤을 때 천을 캔버스삼아 유리구슬들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인해 순간적이고 비정형적인 이미지들이 만들어졌다. 이와 동시에 구슬들이 부딪히는 소리로 인해 청각적 사운드가 발생한다. 어린이 관람객을 고려하여 천의 위치는 낮게 설치되어 있다


아틀리에 오모아, <Playing with shine>

전시는 여러 미디어 작품을 전시장 동선을 고려해 곳곳에 배치해둔 형태로, 전시 섹션 또는 별도의 공간 설치물은 없었으며 작품들 간 특별한 연결성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야모토 카즈나의 ‘Mirabom’의 경우표면에 작은 거울 조각이 붙여진 구형의 설치물을 관람자가 상하좌우로 돌리게되면사방이 막힌 전시공간 윗편 곳곳에 설치된 조명에 의해 빛이 반사되어 관람자 주변 벽 전체에 움직이는 빛 조각이 투영된다이러한 작용으로 인해 수많은 빛 조각 속에 에워싸인 관람자는 빛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미야모토 카즈나, <Mirabom>

이어서 만날 수 있는 모리와키 히로유키의 ‘Lake Awareness’ 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빛을 동시에 활용한본 전시회 컨셉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는 작품이었다작은 삼각형의 회로보드 중심에 반응형 조명이 있는각각의 얇은 기판 수천 개를 이어 붙여 중앙이 뚫린 반구 형의 조형물을 만들고천정에 매달아 설치하였다관람자가 기판 가까이에 손을 대면조명의 색상이 변화하여 관람자가 조형물의 내외부로 움직이며 조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모리와키 히로유키, <Lake Awareness> 

그러나 전시의 모든 작품이 전시의 제목[빛의 정원및 주제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당연히 관객들은 ''이라는 요소가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작품을 생각하기 마련인데어떠한 작품의 경우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한 수준에서 작품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포스터 이미지로 활용된 고마츠 코세이의 ‘Lifelog Chandelier’는 거위의 깃털로 만든 샹들리에에 조명을 비춘 작품이다가벼운 깃털을 샹들리에 형태로 엮어 천정에 매달아전시 공간의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깃털이 움직이도록 설치함으로써 조명에 비친 깃털 조형물과 조형물 아래 바닥옆 벽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관람자의 시선을 끈다.

고마츠 코세이, <Lifelog Chandelier>

다음으로 부라부라 구즈의 ‘Tool’s Life’를 살펴보자주전자거품기포크수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소품을 테이블 위에 설치하고 어두운 공간 내 테이블 위에 빔 프로젝션이 이루어져관람자가 각각의 소품을 건드리면 테이블 위에 소품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자가 반응적으로 투사된다원래 사물의 그림자가 아닌 사물마다의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그림자(사람동물이미지 패턴 등)가 드리워짐으로써 사용자(특히 어린이)에게 신기한 느낌을 전달하는 듯 하다.




이 두 작품은 그림자가 작품의 중심 요소가 되는데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림으로써 드러워지는 그늘로써 빛과 밀접한 관계성을 가진다는 이유로 본 전시회의 작품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부라부라 구즈, <Tool’s Life> 

부라부라 구즈의 또 다른 작품 ‘Specimen of ISHIMUSHI’ 작품은 보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작동된다. 관람자가 바닥의 조약돌을 집어 가구 설치물의 서랍을 열어 지시된 위치에 올린 다음 서랍을 닫으면내가 주운 조약돌에 곤충 이미지가 영상으로 맵핑되어 가구 설치물 내 비디오 화면을 거쳐 주변 벽면에 투사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니거나 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라부라 구즈, <Specimen of ISHIMUSHI>

마츠무라 세이이치로우의 ‘Dancing Mirror’ 는 빔 프로젝터로 투사된 대형 스크린 앞에 관람자가 마주서서흘러나오는 댄스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거나 다양한 몸짓을 하면관람자를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변형되어 마치 팝핀 댄스를 추는 것처럼 스크린에 투사된다

마츠무라 세이이치로우, <Dancing Mirror>

그러나 전시의 제목으로부터 ''이라는 주제를 떠올리며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작품들은 주제의 연결성을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왜냐하면위의 작품들은 주제가 아닌 미디어의 형식 자체로서 전시에 포함된 것인데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대부분의 영상-미디어 작품들이 ''이라는 형식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의 정원전시 내에는 이렇듯 빔 프로젝터가 활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일본의 <마법의 미술관전시작품 중에서선정된 작품이 위의 작품들을 포함해 전체 작품의 ¼ 정도가 되었다 

한편 도저히 ’의 요소를 찾아보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었다소가 아야노의 <Sound Round>는 외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목 테이블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손으로 표면 위를 두드리거나 스치면 예상치 못한 피아노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적 포인트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과 연관된 이라면 원목 테이블을 비추고 있는 전시장 조명인데이를 작품의 일부로 봐야할지는 의문이다그 외 아마도 전시장 내부에 전시된 몇몇 트릭아트 작품은 전시장의 빈 공간을 채우는 체험의 요소로써 활용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소가 아야노, <Sound Round>

 

물론 본 전시회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여 미디어아트의 체험적 요소를 경험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또한이를 통해 수익적 전시를 만드려는 기획사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 전시라고 해서 자신들이 제시한 주제적 요소가 약화되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주제 및 전시의 제목으로 제시된 '빛의 정원'이라는 문구를 보며 을 중심 주제 및 소재로 활용한 미디어 아트 전시를 기대하였던 관람자의 경우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을 보며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법의 미술관>이었던 전시를 전시 공간과 겨울 시즌이라는 특수한 여건에 맞추어  <빛의 정원>이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를 잡은 것이 이 전시의 약점이다.

그렇다면 체험형 미디어 아트’ 전시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각각의 작품에서 예술성을 찾아볼 수 있는가도 되짚어 보게 된다이 지점에서도 본 전시의 원제가 <마법의 미술관>이었다는 점을 다시한 번 떠올려보게 된다. 2013~2014년 한국에서 개최된 본 전시회는 일본에서 2010년에 처음 시작되어 이후 2013년까지4년간 순회전으로 진행되었다따라서 본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은 최소 2010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이전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제시된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술은 스마트폰 시대인 현재, 일반 대중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예술가들은 이러한 기술을 예술의 도구로써 활용해 왔지만오늘날 기술 매체는 다감각적이고 복합적인 매체로써 이전에 비해 단순한 도구에서 나아가 예술을 대하는 사유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이러한 측면에서 현대 미디어 아트에서의 새로운 기술적 시도는 그 예술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2014년 현재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기술적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기술들이 제시되고 있어 그리 새로운 작품들로 여겨지지 않았다.

볼츠(Norbert Boltz)에 의하면현대의 매체예술즉 미디어 아트는 비 정형성비 물질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작가보다는 수용자가 중심이 되는 예술이다그에 따르면 예술가의 창조성이나 의도에 대한 분석과 예술작품에 대한 객관적 분석보다는예술작품이 어떠한 매체를 이용해서 전달되고또한 이러한 예술작품이 수용자에게 어떻게 지각되고 체험되는가가 문제의 중심이 된다고 한다즉,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체험의 차원에서새로운 유희 공간이라는 예술의 새로운 움직임을 주장하며예술의 삶의 자극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트가 제공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그리고 즉각적인 유희를 획득한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예술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전체 전시 작품에서 느껴지는 주제와의 모호한 연결성에 의해 과람객은 일종의 허무감을 느끼게 된다. 굳이 볼츠의 명제까지는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전시정보

전시제목 : 빛의 정원

전시일정 : 2013.12. 20 ~ 2014. 3. 2

* 본 전시는 4월 11일 앵콜 전시로 재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주최측 사정으로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전시시간 : 10:00 ~ 19:00 (입장은 18:00까지)

전시장소 :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B2 특별전시장

웹사이트 : http://gardenoflight.co.kr


글. 김아름(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