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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oir: The Secret Life of Electronic Objects_Anthony Dunne & Fiona Raby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2. 13:25


Design Noir: The Secret Life of Electronic Objects_Anthony Dunne & Fiona Raby, hertzian space, 2001

웨이블 버블이라는 장치는 개인에게 필요한 최소 공간(약 반경 2미터) 내에서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장치의 버튼을 눌러 핸드폰 신호를 방해하여 통화를 불가능케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는 여러 곳에서 전시 되었을 뿐 아니라 논문으로도 발표되었는데 언뜻 보면 전혀 실용적이지도 않고 시장원리에 충실하지도 않은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류의 작업이었지만, 필자 역시 이 같은 작업으로 남을 설득시키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짧게 동기를 적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만든 이가 논문에서 <디자인 느와르>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하여 선뜻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서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업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비평적 수단으로서의 디자인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전자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유하고 후자를 영화의 느와르 장르에 비유하며, 주류가 채워주지 못하는 면을 새로운 디자인 장르-디자인 느와르-가 채워주길 바라고 있다. 주류 디자인이 생산과 효율의 논리를 강조하는 것에 비해 디자인 느와르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고 디자인의 존재 자체를 통해 사람들이 상상하고 만드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많은 생각거리를 낳게 해주는 디자인은 비로소 전자 장치를 많이 쓰는 최근에 들어 더욱 가능케 되었는데 생활과 밀접하지만 오용의 여지도 많고 변형해서 쓰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디자인 느와르를 “사회 비평적 수단으로서 전자 장치를 디자인하고 이용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중에서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재는 각종 전자 장치들이 뿜어내는 전자기장인데 눈에 보이지 않고 대부분 군사, 산업용 목적으로 쓰여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5가지 섹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디자인 느와르의 개념을 전달 하려고 한다. 섹션 01에서는 전자 장치와 밀접하게 사는 우리들이 그들을 오용하고 변형하며 신봉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없이 우리 사이를 넘나드는 전자기장은 훌륭한 작품 소재임을 말하고 있다. 섹션 02에서는 헤르츠 공간에 대해 좀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며 전자기장의 속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장치, 이야기, 이슈들이 등장했음을 각종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섹션 03에서는 전자기장의 속성을 이용한 장치 외의 다른 장치들의 예를 통하여 디자인 느와르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섹션 04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디자이너들의 역할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시장에 종속되지 않고 비평적 디자인을 하며, 세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저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디자이너들이 자각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섹션05에서는 느와르 장치들이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정말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답을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던과 래비는 8가지의 느와르 장치를 만들고 자원자를 받아 사용하게 한 후 그들을 인터뷰했고 전자기장이 사람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생각해 왔던 여러 디자인 느와르적인 작업들이 충분히 세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작업을 꿈꾸는 디자이너 혹은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다면 필히 읽어 보길 바란다. 특히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희귀하고 재기발랄한 느와르 장치들은 많은 영감을 여러분에게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목차
Section 01: DIY Realities
Section 02: Hertzian Space
Section 03: Design Noir
Section 04: Designer as Author
Section 05: The Secret Life of Electronic Objects

*웨이블 버블(Wave Bubble): 디자이너 Limor Fried,
http://web.media.mit.edu/~ladyada/pub/research.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