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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 - 내 삶 속에서 정보 지우기, 전병국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15. 08:48


delete - 내 삶 속에서 정보 지우기, 전병국, 21세기 북스, 2004

정보information. 우리는 주위의 정보를 통해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우리의 환경 자체이기도 하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정보를 무수히 흩뿌려 놓았다. 그리고 인터넷은 우리를 통째로 정보의 바다 속에 퐁당 빠뜨려버렸다. 수동적으로든 능동적으로든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정보바다 속에서 허부적대며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에는 먹을 물이 귀하고 바다에는 먹을 물이 없다.’(본문 p14) '정보속의 지혜'라는 것은 책을 읽고  대화를 통해 얻던 고전적 시대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정보과잉시대에서는 정보쟁탈전에 뒤질까봐 인터넷을 헤매고, 무의식중에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밀려오는 정보 중 값진 것은 극소수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정보 포화에서의 탈출, 나아가 삶의 활력을 다시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검색엔진 라이코스 코리아의 팀장이던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가는 삶 속에 쏟아지는 정보에 매몰되어 삶을 걸어가고 있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표를 던진다. 쏟아지는 정보를 맞고만 있는 것, 정보를 찾고만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중, 신문에서 미래학자 김인하 교수의 인터뷰를 보고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그에게 접촉한다. 김인하 교수의 ‘한 사람만을 위한 수업’을 통해, ‘마법의 커피 DeCAFF'를 통해, 그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었으며 정보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얻은 수업과 커피를 통해 다른 이에게 재차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에 매몰되어 있는 조난자가 정보의 ‘주인’이 될 수 있는 5가지의 원리를 제시한다.
1. 멈춤 : 멈추면 바꿀 수 있다
2. 목표 : 목표를 찾으면 혼란이 사라진다
3. 몰입 : 몰입하면 정보는 보석이 된다
4. 위임 : 맡기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5. 그리고 마지막의 실천사항으로 다음을 제시한다. 정보를 만났을 때, 정보의 운명을 즉시 결정하며 그 결정을 위한 원칙이다.

첫 번째 질문, 나에게 중요한가?
1. 아니면 버린다.(Delete)
2. 중요하면 내 것으로 바꾼다.(Change)

두 번째 질문, 급한가?
3. 급하면 실행한다(Act)
4. 아니면 저장한다(File with schedule)

세 번째 질문, 내가 해야 하나?
5.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Forward)

그렇게 정보중독을 없앨 수 있는 마법의 커피 DeCAFF, 카페인이 없는 커피가 완성된다. 이 커피를 마심으로써 정보가 괴물이 되어 나를 누르기 전에 정보를 길들일 수 있게 된다.
카페인은 정신을 자극하고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동시에 사람을 불안하고 흥분하게 하며, 중독을 일으킨다. 정보 역시 그렇다. 정신적으로 자극하고 활력을 주지만, 동시에 사람을 중독시켜 불안하게 만들고 떨어질 수 없게 만든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지우고, 관리하고, 정리하는 방식을 쉽고 친절하게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것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렇다. 어렴풋이나마 문제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지 알 뿐, 그것을 해보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을 것이다. 어렴풋이는 알고 있지만 활자화되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진정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들. 이 책이 그런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에 수록된 많은 인용과 사건예시, 잠언들 역시 이 책의 주요한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 하나가 틱틱 머리를 기분 좋게 때리며 영감을 주는 비유와 이야기들이다.
이미 멀티태스킹적인 삶에 익숙하고 많은 고민과 노력을 통한 자기 나름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읽을거리 없는 식상하고 별 내용 없는 책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처럼 쌓이는 정보량에 앞에 보이는 길이 어지럽고 희미한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청량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ps.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_^

글.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 yellow@alice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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