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곳, 유토피아 _ 토마스 시라세노 개인전 _exhibition riview

aliceon 2020. 1. 16. 00:03

토마스 시라세노(Tomás Saraceno)는 오늘날 환경과 기후문제를 고민하며 거미를 소재로 삼아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이번 갤러리 현대에서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지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보여줬던 그의 작품들과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보여준다.

토마스 사라세노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1973년 아르헨티나 투구만에서 출생한 그는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한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아 가족 전체가 유럽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의 가족은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에서 살며 몇 백 년 된 집의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고 ‘과연 집의 진짜 주인이 누구일까?’ 상상했다고 한다. 이후 12살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고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교에 입학해 건축을 전공한다.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 유학하며 예술가 토마스 바렐(Thomas Bayrle)과 벤 판베르컬(Ben van Berkel), 건축가 피터 쿡(Peter Cook)에게 수학한 그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Ray 14998, 2018>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 안에 빛을 발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우주의 별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총 6개의 작품들은 이곳에 관람하러온 관람객들을 우주 공간으로 착각하게끔 만든다. 중앙에는 반투명의 구인  2개가 놓여 있고 주변으로는 메탈과 유리, 폴리에스터의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분산되어 있다. 이 두개의 구는 작가를 대표하는 화석 연료나 관련 장치 없이 하늘을 나는 기구로 <클라우드 시티즈(Cloud Cities)>와 같은 거주지를 만들기 위해 조직된 커뮤니티 프로젝트 <에어로센 http://aerocene.org/>의 특징적인 작품이다. 해당 내용은 테드(TED) 강연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높이와 크기를 가진 작품들이 조명과 미세한 바람에 의해 천천히 움직이며 그림자가 작아지고 커지면서 다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치 잠시나마 우주 행성 사이를 유영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끔 만든다. 이 공간에서 나와 왼편을 돌아보면 라는 작업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작업 역시 유리와 메탈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먼저 관람한 공간에서 떨어져 나와 마치 이제는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을 떠올리게 한다.

 

<Arachno Concert with Arachne (Nephila senegalensis), Cosmic Dust (Porus Chondrite) and the Breathing Ensemble, 2016>

 

<Hybrid Dark semi-social solitary solitary Cluster HR 5985 built by: a duet of Cyrtophora citricola - one week, a solo Nephila inaurata - four weeks, an ensemble of Holocnemus pluchei - eight weeks, 2019>

 

2층의 전시는 작가의 오랜 협력자인 '거미'로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빛도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과 동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받게 되는데, 이 공간에서 눈이 익숙하길 기다렸다가 조금 더 들어가면 작가의 협력자가 만든 을 만날 수 있다. 중앙에는 한 줄기 빛이 먼지의 입자들을 비추며 전시장 상단에 설치한 카메라는 먼지 입자가 공간을 지날 때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조명 하단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먼지 입자가 만든 주파수에 거미망에 그려진다. 어둠속의 관객, 먼지 입자, 거미, 그리고 빛과 기류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즉흥적인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며 하나의 콘서트를 만들어 낸다. 밖으로 나오면 거미의 연작들을 볼 수 있다. 공중에 매달린 하이브리드 거미망은 복잡한 상호 조합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것이다. 사회적과 반사회적인 거미 종들 사이의 특정한 만남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다른 종의 거미 2,3마리가 일주일에서 4주,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망이 한 공간에서 서로의 거미망 건축을 이어나가며 만든 건축물이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거미망은 거미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이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 동선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마지막으로 토마스 사라세노의 오랜 연구 프로젝트인 <클라우드 시티즈(Cloud Cities)>를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과학적 상상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구름 사이에 떠 있는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까? 국가의 경계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에 떠다니는 초국가적인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만약 그러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면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새롭고 대안적인 형태의 도시와 SF영화의 무대처럼 부유하는 거주지를 꿈꾸는 작가의 도전을 시각화한 연작으로 이번 전시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주요 건축물과 풍경 이미지가 벽면 하단에 그려져 있다. 또 상단에 토마스 사라세노가 꿈꾸는 <클라우드 시티즈(Cloud Cities)>이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벽면 앞으로는 <클라우드 시티즈(Cloud Cities)>에서 막 튀어나온 구름 모양의 조형물들이 천장 곳곳에 매달려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구름처럼 자유롭게 이주하며 재결합하고, 동시에 거주까지 가능한 메트로폴리스를 꿈꾸게 한다. 마지막으로 "테드(TED)"에서 토마스 사라세노가 인용한 글귀로 글을 마무리 한다.

 

"인류는 현실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인류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인간 본질의 한 부분이다. 인간은 욕망을 품는다. 
그 욕망은 철저히 현실의 반대쪽에 존재한다.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단절되느니 차라리 거짓을 선호하게 된다." 

알렉산더 클루게

 

참고링크 |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 : 하늘에 떠 있는 도시에서 살아보실래요?", TED2017

 

하늘에 떠 있는 도시에서 살아보실래요?

과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언어를 통해, 토마스 사라세노가 보여주는 것은 공기에서 영감을 받은 일련의 작품들과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대인 "에어로센"으로 안내하기 위해 고안된 설치물입니다. 22미터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운동장같은 작품부터 단 한 방울의 화석연료도 쓰지 않고 세계를 여행하는 풍선 작품까지, 사라세노의 작품이 연약한 인간과 육상의 생태계를 껑충 뛰어 넘은 세계로 초대합니다.

www.ted.com

글. 이보람.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