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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01NE DAY(이하 제로원데이)가 올해로 2회차를 맞이했다. 제로원은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예술가, 기술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모이는 장을 만들어 문화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미래를 고민해 나가는 플랫폼이다. 이들이 1년간 고민한 결과를 선보인 제로원데이는 여러모로 관심을 두고 보아야 할 행사였다. 가능성을 타진해보며 예술가와 기술자, 창작자들의 이목을 모았던 1회차에 이어 이번 2회차는 어떤 풍경을 조성해냈을까. 행사를 관람한 에디터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느낌과 관점을 모아보았다.

 

 

2회 차

 

허대찬(이하 허): ZER01NE DAY(이하 제로원데이)라는 페스티벌이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올해가 2회차죠? 1회까지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대중들의 시선이 닿지는 못했고 제로원의 크리에이터 모집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올해는 지원자 모집부터 제로원데이라는 행사 자체까지 상당히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선주(이하 최): 네, 제로원데이 2018 같은 경우에는 일단 작품 수도 적었고 홍보 면에서도 크게 에너지를 쏟지는 않았어요. 올해는 기술이나, 창업 등 접촉면을 더욱 확장하면서 무엇을 보여줘야하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화된 것 같아요. 2020년에는 그 흐름을 이어 문학, 퍼포먼스, 기획 등 모집 분야가 말 그대로 '경계 없이' 더욱 확장될 것이고, 무엇을 선보일지도 더 구체화될 것 같아요.  

 

허: 그렇네요. 아무래도 첫 꼭지로 작년과 올해의 차이에 대한 것으로 시작해보죠. 말씀하신대로 생각해보니 작년과 올해의 온도차, 그러니까 2018년과 2019년의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2018년에 보여주었던 작품들이 ‘기술과 연계된 예술이 이런 거다’ 라고 소개해주는 느낌이었다면, 2019년의 경우엔 예술과 관련된 섹션, 문화와 관련된 섹션, 스타트업 기업 섹션 등 다양한 레이어가 한 공간에 묶여 펼쳐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 네, 특히 올해는 키노트와 컨퍼런스가 행사 부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이 됐어요. 한국에서는 전시나 강의, 컨퍼런스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문화 관련 행사가 많지 않은데 이번 제로원데이가 차별지점을 두었죠.

  

최: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프로젝트 수도 늘었고, 참가하는 스타트업 수도 늘었죠. 정확한 추산은 아니지만, 들어오는 관객수도 작년대비 10배 정도 늘었어요.

 

허: 그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정말 공간 밀도의 느낌 자체가 달랐죠. 2018년엔 공간이 많이 비어있는 느낌이었는데 2019년엔 작품으로 공간이 가득했고, 공간 곳곳에서 강연, 행사 등이 진행되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꽉꽉 차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분들은 이번 행사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각자의 조성 풍경

 

문현정(이하 문): 저는 2018년엔 제로원데이에 가보지 못했고 2019년에만 제로원 연계 행사에 두 번 참여했어요. 제가 느낀건 일단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콘텐츠들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과 함께 매핑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팜플렛에도 타임테이블과 섹션들이 자세히 나뉘어 설명되어 있어서 관람하기 편했어요. 규모도 굉장히 커서 매우 화려하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DJ 부스, 푸드트럭, 체험 공간 등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포인트가 많았어요. 특히 공연이 추가 되어서 공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관람하기 편했고 구성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소현(이하 김): 미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보통 전시나 행사에 가면, 미술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마주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다양한, ‘제로원이 도대체 뭐하는 프로젝트인가’ 싶어서 놀러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업 회장님, 정치인 등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들의 관람 태도를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많은 전시를 보고 작품을 보며 형성한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데, 이분들은 그런  고정 방식이 없다고 느꼈어요. 이들에게 작품 관람은 놀이가 되기도 하고 인스타 홍보용 배경으로 쓰이기도 하더라고요. 각자 작품을 보는 포지션이 다르니까 전시와 작품을 배우는 입장에서 공부하기 좋았어요. 미술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로원데이가 너무 상업적이고 예술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하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오히려 ‘국내 어느 행사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어요. 한국에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대표할 수 있는 전시, 페스티벌, 행사, 혹은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들 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대해 호의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의로 온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움

 

허: 2018년에는 관련인들의 축제라는 인상이었다면, 올해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는 점이 올해 제로원데이의 인상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인스타 피플, 유튜버, 유모차와 함께한 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로원데이 페스티벌을 즐겼던 것에 저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로원 측에서 이 점을 성공한 점으로 꼽았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로원데이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들을 많이 얘기해주셨는데, 혹시 아쉬웠던 점도 있을까요?

 

김: 우선 글이 너무 어려웠어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왔는데 글이 너무 어려워서 우려가 됐어요.  미디어 아트나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우리에게도 어려운데 그들이 과연 이 작품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갈까 싶은 글들이 많았어요. 또 아쉬웠던 점은 영어 설명이 없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기 어려웠어요. 외국인 지인들의 경우, 작품에 대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어요.

 

최: 팜플렛에는 있었는데 캡션에는 영어 설명이 없었죠. 저도 아쉬운 점이었어요.

 

허: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데,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미묘한 분위기라든지,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여운을 깨버리게 되니까 글의 수위를 잘 조절해야하는데 그게 어려운 점이죠.

 

김: 그래도 적정 수준이 있어야 했는데 너무 전문적인 수준으로 작품을 설명해서 어려웠어요. 

 

허: 그리고 이들이 과연 작품의 구조와 내용을 알고 쓰는가 라고 느껴지는 글이 많았죠. 무언가 얘기는 하고 있는데 작품을 앞에 놓고 볼 때 글이 매치가 안되고 괴리가 느껴지는···.

 

최: 전체적인 기획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반적인 전시처럼 상위의 주제 단계에서 아래의 개별 작품으로 내려가는 글이 아니라 개별 작품에서 윗단으로 모은 글들이라 추상적인 글들이 윗단에 존재하게 되었어요. 결국 넓게 말하는 글과 주제들이 생성되었고. 페스티벌적인 전시에서 이런 글을, 그리고 작품과 프로젝트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씨름하게 될 문제라고 봐요. 

 

허: 네, 그 문제는 이제 제로원의 다음 목표가 될 것 같아요.  배경이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왔는데 이 글들을 읽으면서 글과 작품의 호흡을 따라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이야기하는, “중학교 2학년생의 배경 지식 수준”과 같이 타겟을 정하고 이에 맞게 써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문화계통 종사자를 위한 글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최: 최종적으로 행사에 노출된 글은 본래 받은 글보다 많이 축약된 글이었어요.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비평문처럼 실릴만한 분량이 나왔는데, 그걸 기획단에서 축소한 글이 홈페이지, 팜플렛, 캡션 등에 들어갔어요. 

 

정현목(이하 정): 전체적인 주제가 설정되고 작가들이 들어간게 아니라, 하고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작가들의 작품을 받다 보니 이렇게 방대한 주제의식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내년도 그렇게 될까요?

 

최: 아직 잘 모르겠어요. 협업을 더 요구할 수 있고.

 

정: 올해의 크리에이터들은 모두 선발된 사람들인가요?

 

최: 네, 모두 선발된 작가들입니다. 

 

허: 혹시 비평 원문은 출판 계획이 따로 있나요?

 

최: 네, 출간물로 나옵니다. 작년에도 2018년에 했던 모든 프로젝트와 작품이 도록 같은 형태로 나왔는데요, 올해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문: 그럼 연간 출판물로 계속 나올 예정이란 거죠?

 

최: 네, 결국에는 제로원 역시 기업 안에 속한 부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 할 것인가라는 의미가 중요해요.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결과를 모은 출판물을 누군가가 이를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기업 내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된다면, 이게 제로원의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지점

 

허: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기업이 이 페스티벌을 왜 기획했나’하는 물음에 출판물 작업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레퍼런스로 작용하겠네요. 제로원데이의 또 한가지 목표는 한 기업의 이미지 재고일텐데, 그런 면에서 제로원데이의 전체적인 인상은 좋았어요. 저는 이 페스티벌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즐겼고,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조형윤(이하 조): 저는 앨리스온을 통해서 이 페스티벌을 알고 왔는데 어디서 다들 정보를 알고 왔는지 사람들이 무척 많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전시나 예술 작품을 보러 오지 않을 만한 사람들도 많이 보여서 이들이 과연 작품들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어요. 또, 예술이나 기술,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보조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아예 모든 섹션이 완전히 섞였다면, 전시가 일종의 놀이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최: 혹시 행사에서 작품이 덜 돋보인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나요? 사람들의 평을 들으니, 작품처럼 안보이는 전시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 전시물과 작품이 함께 섞여있으니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작품이 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문: 저는 기획자의 시선에서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크리에이터들의 작품과 스타트업의 전시물들이 잘 버무려져서 상생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모빌리티 섹션의 경우, 현대자동차만의 느낌이 잘 드러나면서 관람자가 체험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아트처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다른 섹션들도 기업과 작품이 상생할 수 있는 효과를 잘 고려한 것 같아요. 이런 경험에는 공간 자체의 특수성도 한몫한 것 같아요. 예전 정비소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잖아요. 그 공간적인 특징을 잘 살려서 특색있는 페스티벌이 되었어요. 전시로서 의미가 퇴색되었다기보단 기업과 예술이 잘 버무려졌다고 느꼈습니다. 

 

김: 오히려 스타트업 기업들의 전시물이 예술 작품과 전시되면서 수혜를 본 듯해요.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문: 스타트업의 전시물도 하나의 작품처럼 부피감이 있었어요. 일반 관객이 전시장에서 즐기는 태도와 페스티벌에서 즐기는 태도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전시와 페스티벌이 같이 버무려져서 경험을 하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상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조한결(이하 한): 저는 반대로 예술 작품들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마감이 거친 작품들도 있었고요. 특히 현박 작가의 소프트로봇 작품은 미적으로 너무 흉측했어요. 섹스토이를 연상시켜서 보기 민망했어요.

 

최: 작가님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소리를 지르고 나간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귀엽잖아요. 풍선도 있었고.

 

허: 저도 아쉬운 부분에 대해 한결씨와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같은 경우는 미술관에 전시되는 경우와 이런 특수한 공간에 있는 경우가 다르잖아요. 공간을 이용하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작품을 부각시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작가들의 역량이 드러난 것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물론 공간을 다루는데 작가가 '어느 정도의 재량을 허락받았는가'라는 점도 있을거에요.

 

최: 아무래도 공간의 제약이 크죠. 가벽을 세우거나 할 수도 없었고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김: 공간의 느낌이 정말 컸어요. 

 

최: 이게 만약 화이트큐브 안에 있었으면 다르게 읽힐 작품도 있었어요. 스타트업 전시와 같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조금 가볍고 펀(fun)하게 느껴진것 같아요. 후니다킴 작가의 같은 작품 같은 경우, 일종의 놀이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문: 후니다킴 작가 작품 옆에 있던 작품은 뭔가요?

 

최: 아, 러봇랩의 <GESTURE1>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원래는 작품이 움직이는데 전시 둘째 날에 떨어져서 고장이 났어요. 그 로봇이 사람과 바로 인터랙션하는 것은 아니고 학습하는 로봇이에요. 그래서 러닝데이터를 축적하는걸 볼 수 있는 작품인데 고장나버려서...

 

문: 모든 기계적인 컨디션을 다 관리할 수 없으니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허: 모든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프로젝트라는 것은 이해하는데, 그래도 작품 설명과 실제 작품의 괴리가 큰 작품은 아쉬움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0과 1을 위한 대피소> 작품의 경우에 문도 제대로 닫기지 않고, 덥고, 소음도 다 들려서 작품이 구현하고자 한 컨디션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어요. 

 

최: 기획단에서는 ‘어떻게 하면 퀄리티 조절을 적정 수준으로 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문제였어요. 크리에이터들은 무조건 팀 프로젝트를 했어야 했거든요. 한 크리에이터가 약 2~3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처음에 가져왔던 주제의식을 끌고 나가기가 어려웠죠. 기획단이 ‘크리에이터들을 어떻게 잘 이끌어갈 수 있을것인가’가 앞으로 제로원의 고민입니다. 

 

작가와 작품들

 

허: 각자 굉장히 좋았거나 아쉬웠던 작품이 있었나요? 저는 러봇랩의 <LOVOT>가 가장 인상깊었어요. 일반적인 인터랙티브 무비인데, 너무나 전형적이고 한국적인 드라마잖아요. 저는 아침드라마처럼 일부러 배우들에게 이렇게 오버해서 연기하도록 가이드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극적인 반전이 강했고 MSG가 잘 버무려져 정말 한국적인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감상이 들었어요.

 

김: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고요. 저는 고재욱 작가님의 개인용 노래방 작품 <Die for- you can sing but you can not sing>가  좋았어요. 관람객들을 지켜보니까 은근히 ‘관종’이 많더라고요. 노래방 큐브 안에서 동요도 부르고 랩도 하고. 

 

https://www.facebook.com/watch/?v=605758683512368

문: 저는 LBL(Laboratory of Blurry Lines)의 다같이 춤추는 ‘안드로이드는 춤추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가?’ 작품도 재미있었어요.

 

최: 그 작업은 완전 예술과는 거리가 멀던 공대생과 미술 작가가 만나 기획한 작품이에요. 최근 비슷한 주제로 전시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퍼포머끼리 누가 퍼포머인줄 몰랐대요. 저도 작품 콘셉트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문: 근데 그 작품에서 춤추던 사람들이 전부 퍼포머들이 아니었나요? 전부 일반인이었어요? 저도 들어가서 춤추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용기를 못냈어요. 

 

최: 퍼포머도 있었고, 일반인도 있었어요.

 

김: 저는 박관우 작가의 VR 퍼포먼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줘2>가 가장 예술적이라고 느꼈어요. HMD를 쓴 두 명의 퍼포머가 서로 다가가요. VR 기기를 쓴 채로 상대방은 기기를 통해 자신을 보게 되는거에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본질적으로 느끼게 되는 퍼포먼스였어요. 저는 이 작품이 가장 아트적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를 따로 인터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김: 박관우 작가님의 이전 작업들도 인간의 존재와 경계, ‘나’를 외재화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어요. 

 

허: 저는 후니다킴 작가님의 이동식 사운드 수집 및 출력 작품 <Unknown DataScape sense>이 좋았어요. 평범한 풍경을 재밌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아쉬운 건 건물 내부 협소한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서 작가님이 작품을 끌고 다니신 것처럼 좀 더 다이내믹한 풍경을 경험할 수 없었던 점이었어요. 

 

조: 저는 서큘러스 사에서 개발한 조그만 로봇, 파이보가 재밌었어요. 엄청 열심히 계속 뭐라고 말하는거에요, 귀엽게.

 

최: 그 조그만 로봇이 작품 설명을 읽는 거에요. 파이보는 실제로 시장에 출시한 반려 로봇이에요. 

 

허: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에 대해 ‘어떻게 하면 귀엽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접근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었요. ‘감성 로봇’의 타이틀이 어울리는 로봇이었어요.

 

조: 저는 앞서 언급한 <GESTURE1>의 망가진 로봇이 정반대의 느낌을 줬어요. 망가진 로봇이 움찔하는거에요, 움직이는 기계와 같은 느낌으로. 기계가 나한테 이런 정서를 느끼게 해도 되는건가 하는 기괴한 느낌을 받았어요. 

 

허: 양아치 작가님의 <Sally>도 아쉬움이 남아요. 자동차극장의 형식을 빌렸는데 자동차 안에서 보나 바깥에서 보나 큰 차이가 없어서 미완성의 느낌을 받았어요.

 

문: 양아치 작가님의 작업이 자동차 정비소에서 자동차 관련 작업을 한거라서 신선한 느낌이 조금 떨어졌어요. 오히려 화이트큐브에서 선보였으면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 그리고 이예승 작가님의 작품의 경우에는 기존에 계속 해오시던 작품의 결이 있는데, 제로원에서 독립적으로 한 작품만 전시가 되니까 작품의 철학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최: 이예승 작가님의 경우에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의 결이 있죠. 작가님은 계속 산해경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한 작품만 따로 떨어뜨려서 보게 되니까 기존 작업들과 이어지는 맥락이 잘 드러내기 어려웠죠. 제로원에서 작가의 언어로 어떻게 풀어내는가 하는 지점을 봐야하는 거죠.

 

문: 우리는 작가님 작품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페스티벌을 즐기고자 온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자칫 그냥 오브제로 느껴져서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 관람객들에게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기획단에서 최대한 하나의 큰 전시로 풀어내려고 구분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는데, 그런 점이 전시에 잘 드러나지 않고 껴맞추기 식으로 보이게 된 것은 아쉬움이 남죠. 

 

허: 그런데 그런 구분을 하나하나 정형화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조율과 균형의 지점이 고민인 거죠.

 

문: 그래서 ‘너희가 하고싶은 걸 해봐’라고 말하고 나온 결과를 모은 전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김: ‘시도는 좋았다’ 는 점에 방점을 줘야죠.

 

최: 제로원 2회까지는 ‘시도’에 방점을 줬지만, 3회부터는 ‘시도’로 퉁칠 수는 없죠. 앞으로는 시도로만 끝날 수 없으니까 기획단의 고민이 커요. 제로원이 보여주고 싶었던 방향으로 어떻게 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미래

 

허: 일단 이번 제로원데이에서 기대감을 높여놨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안에 많은 것이 있구나’하고 관심도 가지게 됐고, 우리도 자극받는 지점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다음을 주시하겠죠. 뿌려놓은 기대감을 제로원에서 어떻게  본격적으로 꾸리는지.

 

최: 가혹하다...

 

허: 일단 우리나라의 페스티벌에 이러한 영역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성공한 거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작품을 펼쳐놓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없잖아요.

 

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제로원데이가 새로운 페스티벌의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허: 지속성이 큰 문제죠. 

 

문: 관객수만 봐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제로원데이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김: 저는 미술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상업적인 경계에서 전시를 하는 게 아쉬웠어요. 차라리 전시 섹션을 단단히 꾸리고 외부 행사를 부차적인 것으로 기획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평성은 있었는데 강점은 부족했어요. 

 

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제로원 기획단에서는 항상 "우리는 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예술가나 전시를 지원하는 일은 현대자동차 안에서도 아트랩,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와 재단,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국공립 대형공간에서 이미 하고 있잖아요. 제로원데이는 “우린 다른 걸 할꺼야”라고 보여주는건데, 그 다른 무언갈 어떻게 남들이 하는 만큼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은 거죠. 

 

문: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면서 한 5년 정도만 지속되다보면 어떤 성격의 플랫폼이 될지 나오지 않을까요?

 

허: 기획단에서 하고 있는 많은 고민이 보였어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그냥 한국에 가져온거네”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아르스는 벌써 40년 차에 접어든 페스티벌이고 제로원은 이제 2회차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주제나 결이 혼재된 상황이라던지 덜그덕거리는 지점, 납득이 안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죠. 조금 더 지속되다보면 내부 기획자들이 흐름을 잡아내서 제로원만의 정체성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문: 그리고 기업이 이런 시도를 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거잖아요. 이렇게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이런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고 장기적인 계획을 짰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기업들에게 자극을 줄 법한 큰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허: 하지만 한편으로,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결과물이라는 목표는 명확해요.

 

최: 기업이 이 페스티벌을  2년, 3년 해봤는데 결국에 기업에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전부 없어질 수도 있겠죠.

 

(허: 우리가 얼마나 차를 많이 팔아줘요..! )

 

(문: 앨리스온에서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은 다 현대차잖아요..!)

 

조: 저는 항상 예술과 기술의 동거가 어색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제로원데이를 보면서 어느 정도 그 조합이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완전히 기술 엑스포도 아니고, 예술 전시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딘가에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최: 저는 오히려 기획단에 있으면서 예술과 기술의 협업은 ‘죽어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물과 기름 같아요. 

 

허: 서로 부딪혀서 부숴져야 해요. 그 고통의 시간이 있어야 무언가 나올 수 있죠. 같은 사람, 같은 그룹에서 최소한 2,3년 붙어서 싸워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최: 예술가와 기술자가 서로 매일 만나서 깨지고 해야 협업이 가능해요. ‘협업’이란건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이트를 얻어야 결과물로 나올 수 있는데 개개인의 팀이 만나서 단시간에 나오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목표하는 것이 예술과 기술의 협업이죠. 

 

정: 원래 예술이 바로 기술(techne)이었는데. 언젠가 섞일 수 있겠죠. 

 

최: 그게 제가 말한 거에요.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나서 인사이트를 얻어 배우고 개인 안에서 내적 융합이 되어야 협업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제로원이 목표하는 바는 예술가와 기술자가 서로 인사이트를 얻게 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인거죠.  

 

정: 인류 역사상 소위 말하는 ‘테크네’가 가장 정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예술이 기술에 붙어 있는데 어느 순간 바뀔 수도 있겠죠. 과거에 미술의 시대, 공연의 시대, 문학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테크네의 시대인 거잖아요. 앞으로는 우주의 시대가 될 지도 모르죠!

 

허:  그래서 우리는 SF 특집을 해야 해!

 


이상.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로 찾아뵙겠습니다.

 

정리. 조한결. 앨리스온 에디터. 허대찬. 앨리스온 편집장.

참여자: 허대찬(편집장), 문현정, 조한결, 조형윤, 김소현(이상 에디터), 정현목(편집위원), 최선주(ZER01NE CREATOR STUDIO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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