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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mophone, Film, Typewriter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7. 20:56



매체이론이나 매체예술에 관한 논의에서 새로운 매체의 속성을 규명하는 것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매체연구가 지나치게 매체 자제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매체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매체가 그 시대 사람들의 사유방식과 인식체계 그리고 역사사회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독일의 매체 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A. Kittler) 역시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한 매체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들이 그 시대의 역사사회적 변혁와 새로운 담론형성의 토대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 미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매체이론가인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전공자들 사이에서 그의 매체이론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늘 소개할『축음기, 영화, 타자기(Gramophone, Film, Typewriter)』는 1985년에 처음 출판된 독일어 본이 아닌 199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된 영어본을 참고로 했다.
키틀러는 그의 저서 『축음기, 영화, 타자기 Gramophone, Film, Typewriter』에서 1900년대에 등장한 세 가지 매체: 축음기, 영화, 타자기가 인간 사회에 가져온 변화에 주목하였다. 키틀러는 이 책보다 조금 앞서 출판된 Aufschreibesysteme 1800/1900 (1985)을 통해 매체의 변화에 따른 1800년대와 1900년대를 시대적 변화에 주목하면서 데이타를 선택하고 여과하고 생산하는 체계의 변화가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였다면, 『축음기, 영화, 타자기』에서는 1900년대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라는 세 가지 대표적인 기록 매체가 그 시대의 담론을 구축하는 세계관, 제도, 사회체계까지도 변화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키틀러가 매체와 사회적 변혁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푸코(Michel Paul Foucault)의 사유체계에 빚을 지고 있다. 키틀러는 매체의 변화가 바로 담론의 변화를 야기한다고 보며, 푸코가 시대마다 단절적 episteme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과 같이 매체의 단절적 혹은 변혁적인 속성이 시대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그는 1900년대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라는 세 가지 대표적인 기록 매체가 그 시대의 담론을 구축하는 세계관, 제도, 사회체계까지도 변화시켰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1. 축음기(Gramophone, 2. 영화(Film), 3. 타자기(Typewriter)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록매체를 통해 ‘영혼’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1800년대 낭만주의 시대와는 달리 소리, 이미지, 문자를 기록하는 축음기, 영화, 타자기라는 1900년대의 새로운 매체들은 인간을 더 이상 낭만주의 시대의 영혼의 존재가 아닌 기계적 매커니즘으로 파악함으로써 인간이라는 대상 자체에 대한 인식마저 변화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키틀러는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1900년대에 등장한 매체와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료들과 매체의 발전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본 신경생리학이나 뇌신경학 분야의 연구,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을 자신의 풍부한 철학적 이해를 연결시키며 글을 전개하였다. 키틀러의 이와 같은 글쓰기 방식은 그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하지만 한편 독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미로를 헤매는 듯한 어려움에 빠지게도 한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사실상 키틀러의 책을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와 사회체계 사이에 맺고 있는 관계를 고찰하는 키틀러의 탁월한 관점은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또 다른 매체와 그로 인해 변화될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는 유익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란 점에서 그의 저서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보았다.



글.이주연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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