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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ading…정흥섭_대안공간루프 신진작가 공모전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24. 16:59
전시는 이달 25일날 오픈하여 다음달 25일 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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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ading…』 은 대안공간 루프 2008년 신진작가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정흥섭의 개인전이다. 대안공간 루프의 공모전은 1차와 2차의 심사를 거쳐, 동경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후미히코 수미토모, 베이징 꼬뮨갤러리 디렉터 렁 린, 사무소 디렉터 김선정씨와 루프 디렉터 서진석의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약 200여명의 공모자들 중 정흥섭과 이은우가 당선되었고, 정흥섭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이은우는 올해 9월에 루프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정흥섭 개인전 『Loading…』은 온라인의 이미지를 오프라인으로 로딩한다면, 가상과 현실 사이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정흥섭은 인터넷 속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아 A4용지로 출력, 3차원의 조형물로 재현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이한 두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들 사이의 타협지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정흥섭은 일반이 가지고 혹은 믿고 있는 시각적 고정관념에 대한 질문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매스컴 혹은 가상현실의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일반의 인식 방법에 대해 질문하며 상황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인식할 것을 권유한다.


로딩(Loading)이란 컴퓨터 용어로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보조 기억 장치나 입력 장치로부터 주기억 장치로 옮기는 것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온라인의 이미지를 오프라인으로 로딩하면 과연 이것은 가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는 것일까? 작가 정흥섭의 한국 첫 개인전 Loading은 이를 자문(自問)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1960년대 초 비디오 아트의 탄생을 알리며 백남준은 “미래에는 브라운관이 종이를 대신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렇다. 1980년대 PC(personal computer)의 보급과 1990년대 인터넷의 상용화는 우리의 삶에 전자매체와 정보통신기술을 도입시킴으로써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와해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인터넷 상의 많은 정보들, 즉 수없이 오고 가는 전자메일과 다양한 정보 탐색의 결과물들을 종이로 출력하여 재검증하거나 혹은 특정한 상황의 증거를 위해 문서화시켜 이를 보관한다.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던 “종이”는 너무나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종이의 건재(建材)를 입증이라도 하듯, 정흥섭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는 이미지들을 무작위적으로 선택하여 A4용지로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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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모니터 속 이미지는 그것의 발전과 대단한 기술력으로 인해 마치 3차원적 부피와 질량을 가진 것으로 우리를 오해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이 이차원의 평면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우리의 시각체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흥섭은 온라인 속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아 A4용지에 출력하여 이차원적 공간 안에 가둔다. 결국 종이 위의 이미지는 부인할 수 없는 평면성을 가지게 되는데, 모순적이게도 정흥섭은 이를 다시 손으로 거칠게 뜯어내어 원래 우리가 컴퓨터 화면 안에서 상상했을 만한 부피와 질량을 가진 3차원의 오브제로 부활시킨다. 나아가 이러한 오브제는 실제 그것들이 갖는 크기보다 과장되게 확대되어 수 많은 A4용지로 출력되어 모자이크처럼 전시장 벽에 배치되는데, 이는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 용량이 작은 이미지를 크게 확대했을 때 픽셀(pixel)이 깨어진 것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준다. 실재가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실재가 되는 현 시대에 정흥섭은 종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이한 두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들 사이의 타협지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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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의 이미지들이 무작위로 선택, 출력되어 삼차원의 볼륨감을 부여 받은 채 화면 속 이미지보다 과장된 크기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결과물이 온라인 상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대단히 하찮고 사소한 이미지라는 점이다. 컴퓨터 게임의 한 장면을 차용한 「피파 2005(FIFA 2005)」, 「파이널 판타지 7(Final Fantasy 7)」에서도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도구는 강조되지 않았다. 그가 결국 정지된 화면 안에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피파 2005’의 게임 속 익명의 관중, ‘파이널 판타지 7’의 여주인공이 입고 있는 상의의 단추 등이다. 나아가 그는 이렇듯 사소하고 하찮은 이미지들의 조형물을 대단히 근엄하게, 마치 과거 조형물의 기념비적 형식을 따른 듯 거대하게 확대시켜 우리 앞에 재현시켰다. 이렇듯 그가 재현하는 일련의 방법은 수 많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중심 인물과 사건에 편향된 일반화된 우리의 시선을 조롱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영상작업 「기차(Train)」에서는 달리는 기차의 창 밖으로 촬영한 풍경의 모습을 약 2초간의 시간차를 두어 두 채널 비디오로 선보이며 마치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좀 더 노골적으로 우리의 사고체계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비웃고 있다.  이 밖에도 책장, 주방, 신발장 등과 같은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제작한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눈속임 장치가 어렵지 않게 노출되어 있다. 즉, 일상적인 사물의 외부에 흰색 물감을 칠하고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낸 뒤 이를 사진으로 제작한 작품에서는 일반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믿음을 가볍게 조롱하고 있는 듯 하다. 정흥섭은 일반이 가지고 혹은 믿고 있는 시각적 고정관념에 대한 질문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매스컴 혹은 가상현실의 이미지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일반의 인식 방법에 대해 질문하며 상황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인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