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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래의 삶의 모습_마크로스 프론티어Macross Frontier

aliceon 2008. 5. 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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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ross Frontier, 2008, 사테라이트

문화산업은 볼거리가 많은, 즉 화려하고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성공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과 소재, 맥락의 폭과 깊이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그리고 잘 연결이 되어있는지가 핵심일 것입니다. 물론 반짝 성공이야 하겠지만 단지 화려하고 이쁘고 선정적이기만 하고 속이 비어있다면 롱런은 불가능한 것이죠. 특히 영상 시리즈물들이 그 예이고 다수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마블과 DC 코믹스 등 장편 만화 기반의 헐리우드 영화들의 성공과 특수 소재의 미국 드라마물-CSI, Hero, 각 의학드라마-의 성공이 그 예일 것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쪽을 관심을 가지고 많이 보는 편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단지 주인공들의 특성이나 스토리만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들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들 아래 깔려있는 기반-인문학적, 과학적 배경-들이 언급한 요소들고 잘 연결되고 어우러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즉, 하나의 가상 세계가 만들어지는, 그럼으로써 그 세계에 대한 몰입과 재창작과 상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또한 그런 지식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해 줍니다. 이나이에 만화를 보고 있는 데에 대한 방어기재 역할도 해 주고요.(이건 좀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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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의 배경인 식민선 프론티어. 가장 큰 메인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의 모듈들이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미국 SF영화나 만화의 모습과 다른 것은 잠수함같은 밀폐되고 갑갑한, 금속성의 항성간 우주선이 아닌 바다와 육지를 통째로 옮겨놓은 말그대로 우주에 떠 있는 섬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일본의 자연관과 생활관을 느낄 수 있다랄까요... 여튼 하늘의 고도만 2km라고 하니 스케일 참 큽니다 네^^

그런 맥락에서 요즈음 참 재미있게 보고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Macross Frontier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마크로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하나의 대작 이후 나온 후속편들이 평균적으로 죽쒔었죠. 원작의(정확히 말해 원작의 극장판) 아우라와 존재감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던 거죠. 그것인 즉슨 후속편가지고 제대로 돈을 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 후 작심하고 그 후계로서 내 놓은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것으로 화려한 전투신과 멋진 디자인의 메카닉, 그리고 간질간질한 사랑이야기 등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언급한 것들 다 좋지만^^ 특히 제가 놀라고 흥미로워 했던 것은 미래 세계의 생활 모습, 그리고 그들 중 하나인 핸드폰입니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 이런 근미래 혹은 미래가 배경인 영상작품들을 볼 때의 즐거움 중 하나는 미래가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그 결과물을 보았을 때의 신기함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허공^^;; 조작 인터페이스나 아이로봇의 주차장면,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개인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서비스 같은 것입니다. 물론 거대한 우주선이나 최첨단 로봇, 환상적인 거대도시같은 것은 그 엄청난 스케일과 비현실감 때문에 멋져 보이지만 그 곳 안에서 펼쳐지는 세세한 생활상의 모습들은 스펙터클은 덜할지언정 더 가깝고 더 상상하기 쉽기에 아기자기한 즐거움에서 오는 호기심과 감정에 조금 더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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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이고 우주가 배경이긴 하지만 우주에 떠 있는 도시와 그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일상의 모습들이 많이 나오며, 핸드폰의 모습 역시 많이 등장합니다. 위의 이미지는 전화온 사람의 이모티콘이 출력되는 모습이죠. 정지 이미지가 아닌 애니메이션GIF처럼 움직이는 이모티콘. 홀로그램일 뿐 지금도 실현 가능한거죠. 당장 불가능한 모습이 아니라 조금만 어떻게 하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들이라 더 관심이 가네요.


scene 1. 동생 찾아내라 닦달하는 오즈마 리 소령. 독특한 핸드폰의 모습.

scene 2. 보이스 메일을 확인하는 주인공 알토. 독특한 개인 이모티콘 출력.


다시 이야기를 돌려 본 작품에서 등장하는 핸드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의 핸드폰은 화상통신이 기본이라던지, 화려한 3차원 홀로그램을 지원한다던지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 많이 보여지지는 않은 가운데(현재 6화) 등장한 핸드폰도 꽤 됩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추무력단체인 사설군사업체SMS의 소령의 핸드폰, 그곳에 속해 정체불명의 적과 그리고 두 여주인공 사이에서 고군분투할;; 남자주인공의 것, 여자주인공인 란카의 것, 그리고 약간 다르긴 하지만 또 하나의 여주인공 쉐릴의 메니저가 가지고 있는 뇌내 삽입;;핸드폰 등입니다. 각자 개성있는 독특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scene 1. 도마뱀핸드폰^^;; 조작모습.
scene 2. 도마뱀 핸드폰 끄는 모습. 장렬히 전사;
scene 3. 도마뱀 핸드폰 문자보내는 모습. 문지르는 것이 인상적.



가장 눈에 띈 것은 히로인 중 하나인 Ranka의 핸드폰입니다. 도마뱀 모양의 참 귀엽게도 생긴 핸드폰인데 작동방법이 참 눈에 띕니다. 기본적으로 말랑말랑한 폴리머 계통의 소재인 것 같은데 버튼을 이용한 것이 아닌 손으로 쥐고 주무르는 등 압력에 의해 작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꽉 쥐어서 통화를 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문지르며 문자메시지를 작성하며 어느 부분들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쥐는가에 따라서 기능들을 조작합니다. 그리고 현재 상태, 문자메시지 등의 정보는 표면에 홀로그램으로 표시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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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팍 끊어버리고 꽉 눌러서 전원을 끄는 모습입니다. 도마뱀이 발버둥을 치네요ㅎㅎ

각 인물들의 개성에 특성화된 홀로그램에 의한 리액션도 멋졌지만, 그리고 가장 압권이었던 것이 기능에 따른 물리적 리액션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몸체를 쥐면서 메시지 확인창을 띄운다던지 뒷발을 잡아당겨 핸드폰 전원을 킨다던지 잔소리많은 오빠의 전화를 안받으려고 전화기를 꽉 눌러 끄는데 그 꺼지는 모습이 도마뱀이 죽어가는 모습이네요^^;;(실제로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만들어진다면 좀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음...) 그 표현과 상상력이 놀라웠습니다.
애니메이션 내 많은 이야기거리 가운데 특히 핸드폰이 와닿았던 것은 지금도 너무나 우리와 가까운 기기이고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점이었습니다. 더이상 우리의 생활기기들이 기능성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기기를 다루며 즐긴다라는 점을 잘 집어낸 한 예일 수 있겠네요.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J. 호이징거가 이야기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노는 사람'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사람의 존재의의, 살아가는 의의의 중요한 부분을 바로 놀이 라는 것이 차지하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목적성이나 효율성보다 즐거움이라는 것이 보다 위에 있다는 점은 대표적인 생활기기 핸드폰에서도 잘 보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핸드폰에서는 더 이상 잘 터지고, 보다 작게라는 개념이 주가 아닙니다. 좀 크더라도 대형화면, 카메라의 장착여부, 그리고 최근의 대세 터치UI입니다. '통화'라는 핸드폰의 존재의의 이외의 것들이 핸드폰을 고르는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 모두가 즐기기 위한 요소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신 요소가 바로 터치라는 인터페이스이고요. 가장 편하게 조작하는 방법은 그냥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그 방법이 빠르고 효율적이지요. 하지만 그런 방법 대신 구태여 손가락으로 클릭하고 드래그하고 흔들게 하는 번거로움을 도입한 것은 작동하는 재미라는 체험 요소에 집중했고 사람들역시 그것에 더욱 매력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즉, 가지고 놀고, 즐길 수 있는 기기를 바라는 거죠. 기술의 발달로 기본적 기능이 보장되고 그 이외의 것들이 가능해진 것이 지금의 세상이니 이런 추세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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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 주인공 Sheryl의 콘서트 모습. 기본적으로 무대 전체에 걸친 홀로그램 투영에 의상 역시 특수기능 수트 위에 영상이 덧씌워진 것으로 마음대로 순식간에 교체가 가능합니다. 말그대로 증강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네요.

이것 이외에도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장 본연의 주제이자 특성 중 하나인 '노래-이를 위한 여자주인공 성우 모집을 위한 오디션 경쟁률이 5,000:1이었다고 합니다. 원작의 린 민메이라는 존재의 여파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이...-'와 단순히 가수를 직접 보고 직접 노래를 듣는다는 콘서트의 모습이 아닌 거의 표현의 제한이 없는 뮤직비디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발전한 콘서트의 모습 등 '가능성'있는 근미래의 모습 등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은 작품입니다. 어렸을 때 저희또래의 로망 중 하나였던 완벽하게 구현되는 가변시스템의 발키리라는 변신로봇(써놓고보니 촌스럽;;)의 변화모습도 즐거웠습니다. 대충 보여진 모든 모습들은 그만큼 제작진들이 진행한 치밀한 사전조사와 연구, 자료수집과 그런 일련의 자료조사가 있기 이전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문학, 과학,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결과입니다.

안타까운 것이 우리나라는 이것이 참 약하죠. 워낙 마이너한 분야이긴 하지만 이런 SF류의 영상작품들도 얼마 없고 보이는 것들도 사실 독창적인 모습이나 개념을 소화해 낸 것은 없다시피합니다.
바로 결과가 보이는 부문들에 대한 열정과 투자, 성과는 대단합니다. 그런 열정과 활기, 추진력이 있기에 잿더미에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야 밖에서 장기간 시간과 노력,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그 경쟁력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우리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문화 분야이겠지요. (워낙 기본적인 이야기인 돈얘기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많은 어려움과 고비에 부딪치고도 여전히 꾸준한 생명력, 그것을 넘어 꾸준한 성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러한 폭넓고 깊은 기초와 이해, 그리고 그것들이 있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모습일 것입니다. 당장의 변화와 이익을 얻기보다는 장기간을 바라보고 꾸준히 일을 진척시킨다라는 것은 개인이나 교육기관 등의 사회 내부의 각 그룹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가장 힘있고 가능성높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정부일 것입니다만... 하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정부가 하는 꼬라지를 보면...ㅡㅡ... 네. 이것역시 더이상 말을 말겠습니다.

어쨌든, 우리 삶과 기술을 뗄 레야 뗄 수 없고, 서로간의 영향력이 지대한 것이 지금이죠. 기술의 발전은 사회와 우리 삶의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기술발전의 맥락과 상상력이 버무려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만화 등에서 보여집니다. 그것을 보는 우리들은 재미있죠. 스토리나 아름다운^^주인공들간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 이외에도 미래가, 그 미래에서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참 즐거운 경험입니다.
(써놓고보니 이게 애니리뷰인지 문화기술리뷰인지 잡담인지 정체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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