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off the record

200808 : Check your I.D!!!? _한승구_off the record

yoo8965 2008. 8. 16. 04:40



요즘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정체성에 관한 대답을 요구받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식 시도하는 ID 등록에서부터, 시즌별로 찾아오는 SF영화 속 대사에서까지. 그들은 우리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쉴 사이 없이 묻는다. 그러나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고유한 자신의 ID는 조금씩 그 색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적 상황과 문화 현상들, 그리고 스로를 둘러싸고 있는 기억과 경험 속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삶에 관한 모든 정보들은 스스로를 인식하고 정체성을 규정하는 근원적 요소가 된다.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이러한 나름의 정의를 떠올려보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 요즘의 세상은 스스로를 믿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의 첫 부분을 위와 같은 딱딱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이유는 이번 ‘오프 더 레코드’에서 소개할 ‘한승구 작가’의 일련의 작업을 보며, ‘작가는 왜 가상의 존재들을 설정하고 그것으로부터 각자를 반영시켜고 있는가?’ 라는 궁금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면 수많은 얼굴들이 교차하는 한 인물의 상이 보인다. 현실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얼굴’이라는 상징적인 부분은 다른 인물들의 얼굴로 수없이 변화한다. 아마도 작가는 현실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지만 가변적인 스스로의 정체성의 변화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리비도의 대상으로까지 여기는 넘치는 정체성의 확립을 보여주었다지만^^;, 우리들 모두가 그러하지는 못하다. 따라서 다른 이들의 모습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식하며 서로에 대한, 또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진다.


Node & Ancient Rituals type _ mixed media_artspace Hue_2006

   어렸을 때 부터 비현실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혼자 낙서하거나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어떤 하나에 몰입해 다른 세계에 빠지고, 관심 가지는 것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것에 대해 무언가 표현해 보고 싶었고요. 가상이라는 비 현실에 빠져 있었기에 현실의 나와 가상 공간에서의 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들, 현실이 불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랐고, 그래서 자신의 자아상을 찾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의 인터넷 환경이라는 가상 공간 환경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인터넷 상에서 육체가 아닌 정신만이 존재하고 부유하는,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 있고 체험하고 있는 그런 세상이 지금입니다.

한승구 작가 _앨리스온 2008년 7월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작가의 언급에서,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다시 가상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예전 우리가 현실과 대비되는 지점으로서 인식했던 가상 세계는 이미 현실 세계의 부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는 때로는 다소 급진적이고 가변적인 ‘ID:Joony8965’로, 때로는 친철하고 젠틀한 ‘ID:cruise8965’로 모습을 변화시킨다. (포털에서는 익명의 악플러로....??) 더군다나 이러한 현상은 예전부터의 자신의 이미지를 설정하는 우리들의 습관을 확대시켜버리고 말았다. 즉, 가상의 아바타가 현실 세계의 자아에게 조금씩 투영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상은 가상과 현실의 이분법적 체계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혼재한 그 무엇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의 우리들이 가변적인 모습의 정체성을 전제하고 있다면, 이제 고려해야 할 것은 그러한 가변성 속 내포되어 있는 스스로의 본질이다. 이것이야말로, 가변적인 인터페이스를 뒤로 한 채 변하지 않는 자아 스스로의 정보이자 우리가 해독해야 할 고유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글.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 홍대 앞 미디어 실험공간인 Off°C(오프도시)에서, 한승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한승구 작가와의 라이브 인터뷰가 8월 22일(금) 오후 7시부터 진행되오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놀러오세요~^^

http://www.offdoc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