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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스케치_aliceview

aliceon 2008. 10. 19. 09:33


앨리스온에서는 올해로 벌써 일곱번째 전시를 개최하는 광주비엔날레의 현장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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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대로, 2008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초의 외국인 예술총감독으로 ‘오쿠이 엔위저(Okui Enwezor)’가 기용된 것과 '주제없음'을 전제로 전시가 기획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의 변화는 광주비엔날레가 한국과 아시아라는 지역적인 틀에서 벗어나 보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현대미술을 조명해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연례 보고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하나의 주제로서 모든 장르를 포함시켰던 과거 비엔날레의 성격을 바꿔보고자 한 점도 의미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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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광주비엔날레는 3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모두 5개의 장소(비엔날레관,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광주극장, 대인시장)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요 전시로 분류되는 ‘길 위에서 On the Road’는 07-08년 사이에 발표된 최근 작품들에 대한 보고이며 ‘제안 Position Papers’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이 (전시 실천이라는 맥락아래) 스스로 질문하고 제안하여 5가지 전시 속 전시 (돌아갈 곳 없는 자들의 향락에 관하여/ 복덕방 프로젝트/ 탐험 7(상대적 조국)/ 봄/ 발원지에서의 방향전환: 작가 – 큐레이터)로 탄생시킨 것입니다. ‘끼워넣기 Insertions’는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기획되고 초대된 작품들이 소개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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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엔날레에서는 36개국에서 127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총 115개의 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 영상 작품의 비중이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마 최근 현대미술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이겠지요. 비엔날레관에서 만난 캐서린 설리반 Catherine Sullivan의 <수요의 삼각형 Triangle of Need>과 아이작 줄리앙 Isaac Julian의 <서부의 유니온 WESTERN UNION>은 각각 3개, 5개의 멀티채널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커다란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리된 각각의 영상들이 서로 절묘하게 얽히면서 관객의 시지각을 자극합니다. 멀티 채널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싱글 채널과는 다른 자극을 선사합니다. 3개 이상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그것의 감상법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요. 관람객들은 각각의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같은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에 집중하게 됩니다. <수요의 삼각형>이란 작품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관객의 행위를 예상하고 그것을 비틀어 작품 속에 담아냅니다. 관객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3가지 영상의 접점을 찾아 의도를 읽으려 하지만 작품은 그것들을 피해가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규모의 <서부의 유니온>은 5개의 스크린이 상영공간의 입구와 중간 그리고 출구에 배치되어 감상공간의 딱딱한 선을 지워버립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다양한 비디오 아트의 형태로 전시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MYDADA의 와 같이 스크린의 앞뒤 공간을 분리하면서 (투척기계를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로 확장한 작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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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하얀 흐름 Wide white flow>, 한스 하케(Hans Haacke)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중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업의 하나로 세계적인 거장 ‘한스 하케(Hans Haacke)’의 <넓고 하얀 흐름 Wide white flow>이 있습니다. 거대한 실크천과 4대의 선풍기로 연출한 작품인데 관람객들이 그 ‘흐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스 하케는 정치 ▪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는 작가입니다. 함께 전시된 에서는 이라크 침공 이후 분리된 미국의 민심과 서민경제를 죽이는 부유층을 위한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는 비엔날레를 위해 광주에 체류하는 동안 ‘5.18 국립묘지’를 둘러보는 등 광주와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보이며 광주를 소재로 한 신작을 구상하겠다 밝혔다고 하는데요. 광주를 그의 작품으로 어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한스 하케 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최근의 정치. 사회적 사건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래서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나라’ 이야기들에 불과했던 이슈들을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런 작품들이 많아 보여 그만큼 전시가 조금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현대예술이 ‘고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영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네요. [탐험 7: 상대적 조국]는 현대인의 근본적인 삶의 문제들을 고찰한 작품들이 지니는 현실 참여에 대한 가능성과 확장에 의의를 두고 기획된 전시라고 합니다.



대인시장_복덕방 프로젝트_광주비엔날레 전시장소

‘제안 Position Papers’ 섹션의 하나로 대인시장이라는 특색 있는 장소에서 펼쳐지고 있는 '복덕방 프로젝트'는 전시를 찾아온 관람객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깜짝 선물이 되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구부정한 시장 할머니들의 거친 초상화나 튀밥, 푸대자루 등의 친숙하고 구수한 소재를 이용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좁고 즐비한 가게들 사이에 마치 숨은 듯 자리잡고 있는 전시공간들을 찾아내고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감상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잘 정돈된 전시장에서보다 능동적인 감상의 재미를 이끌어냅니다. 작가 박문종씨의 <1코 2애 3날개>는 수컷 홍어가 당하는 거세의 수모를 현대사회 남성의 지위에 빗대 이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품인데, '홍어 있습니다' (중간에 희미하게 (좆)이라고 적혀있음;) 라는 나무팻말의 연출때문인지, 심지어 정말 홍어를 파는 가게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전시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며 흥미로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예술과의 체감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예술이 먼저 다가가는 소통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이런 작은 시도가 광주비엔날레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 축제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복덕방 프로젝트는 좋은 기획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흥미로운 시도들이 선보여졌지만,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실험적 요소들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점에 있어서 아쉬운 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의 참여와 소통의 측면에서도 인터랙티브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전시의 분위기가 한층 더 즐거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과 능동적인 소통으로 광주라는 지역적 한계 및 아시아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현대 예술축제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선윤아 (앨리스온 수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