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_반성과 인식의 매체로서의 게임미디어 실험하기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1. 16. 12:15


곤살로 프라스카 (Gonzalo Frasca)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아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라니? 비디오게임이 단순히 일반인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해결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비디오게임은 이제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미디어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의 시각에 게임은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좀 먹는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게임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면 어떠할까?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줄 수가 있을까? 혹은 그러한 게임이 있을 수는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곤살로 프라스카의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연구자이자 게임 개발자인 그는 게임 고유의 특성에 주목하는 게임론자(ludologist)의 입장에서 게임이 우리의 삶과 현실에 대한 반성과 인식을 위한 매체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대안적 게임의 제작으로 실험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시사적인 현실 문제와 비디오게임의 접속을 시도하는 프라스카의 노력들을 담고 있다.

책은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파트는 저가가 코펜하겐 IT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을 실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논문은 비디오게임이 일종의 현실의 거울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그들 삶의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음을 탐색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저자는 현실을 재현하는 강력한 방법인 시뮬레이션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게임을 해석한다. 그런 다음 브라질 출신 연극이론가 겸 연출가인 아우구스토 보알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테크닉을 바탕으로 게임 디자인을 설계한다. 보알의 연극 테크닉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기자가 되게 하고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가능한 해결책들을 연기하게 함으로써 비판적 사유와 토론을 촉진하는 것이다. 저자는 비디오게임들에 보알의 테크닉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두 개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하나는 많은 게임머들의 인기를 받았던 <심즈>에 기반을 두고 플레이어에게 시뮬레이션의 자질구레한 규칙들을 변형하고 보태고 토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참여자가 스스로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떤 특별한 상황을 모델화하고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해서 게임을 제작한다. 다른 참여자들은 그것을 플레이하고 이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개인적인 견해를 보여주는 변형된 버전들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모든 참여자들은 다양한 이런 버전들을 플레이할 수 있고 다양한 모델들을 토론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들은 비디오게임이 그저 오락물에 불과한 것으로 판결 받은 저속한 미디어가 아니라 오히려 게임은 비판적 사유와 개인의 능력 및 사회 변혁을 자극하는 강력한 재현 형식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두 번째 파트는 게임과 게임학에 대한 연구, 게임비평들 그리고 저자가 제작한 대안적 게임들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개별 소논문들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저자의 게임관을 살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게임이 산업적 측면에서 양적·질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게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에서는 많은 이윤을 남기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학계에서는 스토리텔링 하위 범주로 게임을 가두어 둠으로써 게임은 그 다양한 가능성들을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게임은 프라스카의 실험과 같이 게임 자체로 우리의 삶과 현실에 대한 반성과 인식을 위한 미디어가 될 수도 있으며, 게임의 매체적 특성을 이용하여 미디어 아트와의 결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 ‘게임/놀이’를 주제로 한 지난 제3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작가들의 실험은 미디어 아트 뿐 만 아니라 게임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도였다. 게임이 반드시 오락적이어야 한다는 굴레를 벗을 때,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질 때, 게임은 지금보다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동현. 연세대학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dd7979@naver.com)


저자소개

곤살로 프라스카(Gonzalo Frasca)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게임 연구자이며 게임 사업가이다. 코펜하겐 IT대학에서 게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우루과이 몬테비디오에 Powerful Robot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상업적인 게임과 실험적인 게임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특히 그가 주도적으로 조직한 Newsgaming.com은 시사·정치 사건과 게임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큰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커뮤니케이션학과 게임의 이론적 접목을 구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로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 www.ludology.org를 통해 프라스카와 그의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

옮긴이의 머리말 v

PART _Ⅰ억압받는 사람들의 비디오게임
1. 서론
2. 게임과 비디오게임
   비디오게임의 정의
   파이디아와 루두스 
   컴퓨터에서의 루두스와 파이디아
3. 게임, 비디오게임과 재현 
   컴퓨터 재현에 관한 세 가지 견해들 
   시뮬레이션과 체계들 
   시뮬레이션과 비실재적 소스 시스템들
4. 시뮬레이션과 해석 
   시뮬레이션과 기호학 
   정신 모델과 시뮬레이션 
   기호학 1.0
5. 시뮬레이션과 이데올로기
6.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구성주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변혁의 시학
7. 억압받는 사람들의 비디오게임 
   <억압받는 사람들의 ‘심즈’>_시스템의 기능 전환 
   ‘ 나의 억압 플레이하기’_개인 문제들의 시뮬레이팅
8. 결론
참고문헌

비디오게임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곤살로 프라스카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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