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Aliceview 141

‘형식 format’이 태도가 될 때 : gif 30주년을 기념하며 _aliceview

※이 글은 다수의 gif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gif의 역사 오늘날 인터넷 밈(meme)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그래픽 파일 형식인 GIF(그래픽 인터체인지 포맷,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gif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업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컴퓨서브(CompuServe)가 1987년 5월 28일에 발표한 것이었다. 당시 gif는 jpg보다 압축률은 떨어지지만 같은 색을 표현할 때 용량이 훨씬 적고 이미지가 잘 깨지지 않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때 개발된 gif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gif의 대표적인 특징인 ‘애니메이션 루프’는 불가능했다. 2년 뒤, 1989년 개발자 스티브 윌하이트(Steve Wilhite..

review/Aliceview 2017.12.30

로봇의 예술, 인간의 작품일까? 로봇의 작품일까? _aliceview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원숭이가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의 시작은 위키미디어에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 사진은 무료이용이 가능했고 데이비드는 수입을 뺏긴다고 주장하며 당장 사진을 내려달라고 위키미디어에게 요청했지만 위키미디어는 거부한다. 데이비드가 아닌, 원숭이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동물보호단체PETA가 개입하면서 더 복잡해진다. PETA가 원숭이 셀카의 저작권은 원숭이에게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는 과연 누구의 저작물일까?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숭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PETA와 데이비드 양측은 데이비드가 원숭이 셀카로 발생하는 수익의 25%를 원숭이를 보호하는 일에 쓰기로 합의..

review/Aliceview 2017.12.12

공동의 창조를 실험한다 : 팀랩월드 _aliceview

공동의 창조를 실험한다 : 팀랩월드 지난 해 8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teamLab)’의 상설전 ‘팀랩월드(teamLab World)’가 문을 열었다. 전시의 제목에서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팀랩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한편 전시장이 어린이 및 가족이 주 관람층인 테마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장소의 특성 또한 전시장과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국내 파나웍스(Panaworks)사와 팀랩이 공동 주최하여 운영하는 팀랩월드는 팀랩이 직접 전시의 기획 및 공간 디자인,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팀랩의 작품 콘텐츠뿐만 아니라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메이커페어 서울 ..

review/Aliceview 2017.08.21

Dream Café : 은유하는 이미지의 잔치 _aliceview

정연두 실험극 Dream Café : 은유하는 이미지의 잔치 기억(Memory)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는 므네모시네(Mnemosyne)는 우라노스(Uranus, 하늘)와 가이아(Gaea,땅)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티탄족의 여신이다. 므네모시네는 지하 세계에 있는 기억의 연못을 관장하는 기억의 여신으로, 므네모시네의 물을 마시면 기억이 되살아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에 따르면 므네모시네는 제우스와 아홉번의 밤을 보내며 아홉명의 여신 무사이(Musai)를 낳았는데, 이들은 바로 ‘학예의 여신’으로, 오늘날 '뮤즈’의 어원이다. 므네모시네가 낳은 9명의 무사이의 영역을 보면 서사시, 역사, 서정시, 희극, 비극, 합창, 독창, 찬가, 천문의 영역으로, 기억의 여신이 낳..

review/Aliceview 2017.05.23

세 작가들의 이야기 : Vision Hall / VH AWARD 2016, part II _aliceview

VH어워드의 최종후보 3인 김형규, 정화용, 최성록은 선정 후 2016년 9월 3일부터 3주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비전홀의 작품환경에 각자의 작업을 발전,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종 그랑프리는 김형규 작가의 이 최종 선정되었다. 2부에서는 이들 작가 3인의 VH 어워드 과정중의 경험과 참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펼쳐보았다. 작가 김형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 현장 (좌로부터 최성록, 정화용, 김형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예술감독 게하르트 슈토커)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대학원을 전공하고, 현대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규입니다. 사실 저는 미술작가로 활동하기 이전, 그리고 지금도 영화,..

review/Aliceview 2017.04.26

사운드아트, 의미의 단절이 주는 풍부함 _aliceview

* 본 글은 2017년 2월 5일에 앨리스뷰에 게재된 "왜 우리는 사운드아트를 감상하는가?" 에 대한 코멘트 리뷰입니다. 칼럼의 논지 “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 라는 질문은 음악적 가치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청중으로 하여금 음악 감상의 목적과 그것을 달성했을 때 얻는 유익함이 무엇인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작곡가 혹은 연주가의 단독 행위가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임을 감안했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운드아트를 감상하는가?”라는 질문은 이보다 더 심오하고 진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 장르의 작품들이 주로 서로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힘든 시,청각 자료들을 소재로 삼으며 이를 청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청중은 자신의 기존 ..

review/Aliceview 2017.04.11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진 작가들의 이야기 : Vision Hall / VH AWARD 2016, part I _aliceview

‘스크린(screen)’은 상이 맺히는 평면이다. 어원상으로 무언가를 숨기거나 분기하는 경계이고, 영화 그 자체를 나타내기도 하며 오늘날은 영화관 화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티비의 화면 등 무언가를 표현하는 평면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접하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많은 정보와 경험을 전달하는 이 스크린은, 말 그대로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표면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 안에서 각자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스크린은 기술 발달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스크린의 발달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짚어볼 수 있다. 첫번째가 고집적 고해상도이고 두번째가 화면의 크기이다. 우선, 애플이 제시한 고집적 고해상도에 대한 마케팅 용어 ‘레티나(retina)’는 많은 사람들이 접해본 ..

review/Aliceview 2017.02.15

왜 우리는 사운드아트를 감상하는가? _aliceview

사이언톨로지교 종교 집회가 있다면 흡사 사운드 아트 공연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삐익- 삑 거리는 전자음, 출처불명 소음 덩어리는 외계인과의 교신음 같고 사운드 아티스트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감상자들은 집회에 모인 신도들과 비슷해 보인다. 사람들은 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 소리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해석할까?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이거 왜 들으러 왔어요?” 사운드 아트, 예술감상의 두 가지 태도 예술 감상자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첫째는 감정의 고양이다. 반 고흐의 속 붓 터치와 조화로운 색감을 보는 감상자는 직관적으로 변화하는 심적 고양을 느낀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나 팝음악을 감상하면서도 우리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감성을 느끼..

review/Aliceview 2017.02.05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두 가지 서사적 양상의 통일 _aliceview

1. 2016년 6월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다. 오랫동안 블리자드가 공을 들였던 만큼 사람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았다. 사람들이 기대를 했던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블리자드는 게임도 잘 만들지만, 시네마틱 영상을 잘 뽑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게임영상을 언급하면 언제나 블리자드가 제작한 영상들은 반드시 등장한다. 영화처럼 길지는 않지만 단편영화에 준하는 완성도를 언제나 자랑했다. 그런 곳에서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으니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후 ‘와우’로 표기)는 게임계의 밀리언셀러다. 전성기 시절은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겼으며 2014년 기준 누적 사용자 수가 1억을 육박한다. 일정한 인구, (가상의) 영토, 공유하는 문화 등, 과히 국가에 준하는 공동체라..

review/Aliceview 2016.12.07

연극 '게임(Game)' : 현실같은 환상 혹은 환상같은 현실, '파타피직스(Pataphysics)' _aliceview

오늘날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가상과 현실을 봉합선 없이 중첩시키고 있다. 철학자들은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였고 가상 뒤에 숨은 참된 실재를 찾으려고 했다면 디지털 대중은 모든 대상에 대해 판단중지를 수행한다. 즉, 가상을 다른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디지털 시대, 가상과 실재를 융합시키는 “상상적 해결의 과학”시대, 파타피직스(pataphysics) 세계에 살고 있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중첩된 세상으로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 사이의 단절을 봉합선 없이 이어주기에 파타피직스 세계라는 것이다.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2014) 참조) 영국의 극작가인 마이크 바틀렛(Mice Bartl..

review/Aliceview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