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162

궁극의 리스트 _ 문학과 예술 속의 목록사: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_book review

기호학자이자 『장미의 이름으로』를 쓴 소설가로도 잘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는 다시 한번 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그 깊이에 감탄하게 되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에코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양 문학과 예술 속에 나타난 여러 가지 목록들과 열거의 예를 보여주면서 목록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적한다. 문화사 전반에서 '목록'은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시대에, 그리고 특히 근대와 포스트모던 세계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결국 우리가 여러 다양한 이유로 목록의 무한성에 얽매여 있다는 징후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목록은 여러 형태의 예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박적인 리듬이 반복되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는 그 ..

전자책의 혁명은 오는가? : 전자책의 충격 _book review

이제,곧,드디어, 아이패드가 국내에 정식 출시 된다고 한다. 출시한지 수개월이 지났고, 심지어 다음세대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의 출시이다. 이는 국내의 경쟁기종 완성을 기다렸다고밖엔 생각할 여지가 없는 촌극이다. 외국의 한 회사 제품을 기다리는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되풀이 되고 있는 자국 보호의 페쇄성 짙은 정책들이 아쉬어서 하는 소리다.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소비될 콘탠츠의 적극적인 유통에 힘을 쏟아가고 있는 이웃나라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오늘 소개할 책, 바로 그 이웃나라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이름하여 '전자책의 충격'. 전자책이란 무엇일까? 한국에서 '전자책'을 디바이스 중심으로 생각하고 '대항마'를 키워낼 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전자책을 '..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_book review

근대이후의 학문들은 제각기 독립된 분과로 자리 잡으면서 학문적 지식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러한 세분화와 전문화의 양상은 오히려 각 학문분야의 적극적 교류와 협력, 경계 허물기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융합의 필요성은 인문학의 위기나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직면한 난점들을 타계하기 위한 돌파구로써 각광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통섭이나 학제간연구의 흐름들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각 분과 학문 내에서도 경계와 영역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국내 학계의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의 모색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새로운 인문학자들’ 이 책 역시 이러한 흐름의 한 단편을 보여준다. 인터넷사이트 엣지(www.edge.or..

Neo-Baroque Aesthetics and Contemporary Entertainment _book review

당신은 바로크 시대의 예술을 기억하고 있는가? 흔히, 예술의 전형을 이야기할때, 우리는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을 떠올리며, 균형과 안정을 추구했던 예술의 질서를 추억하곤 한다. 그러나 바로크 예술은 다르다. 형태를 완전히 일그러뜨리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비정형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형태를 왜곡하고 화면을 확장한다. 미켈란젤로'가 이상적 아름다움을 화면에 표현했다면, 카라바죠’는 그만의 확실한 음영 구분으로부터 화면의 역동성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르네상스-바로크가 규율로서 존재하는 예술의 이상향 쯤으로만 남아있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아직도 르네상스와 바로크는 정신으로서 또는 하나의 이념으로서 무의식적 계승을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 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거 바로크 ..

리얼리티 TV, 살아있는 인간들의 사육제, 텔레비전과 동물원, 올리비에 라작_book review

이 책은 동물원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구에서는 제국주의를 선전하기 위해,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식민지의 여러 인종들을 전시하였던 동물원에 주목한다. 저자가 보기에 근대 동물원은 현실을 이동(tele)하여 재현(presence)하는 대규모 가상 세계 기획이다. 동물원 안에는 관람객들의 몰입을 위해서, 현실에 가깝게 모사한 (또는 아예 이식한) 새로운 원시 세계가 건조된다. 그 가상 세계 안의 원주민들은 - 마치 우리에 갇힌 호랑이가 야생의 호랑이를 연기하듯 - 자신의 고향에서 행동처럼 자연스러운 삶을 연극처럼 살았다. 이렇게 동물원은 살아있는 리얼리티 쇼 공간이었다. 우리가 낭만적으로 상상하는 동물원과 달리, 19세기와 20세기, 제국의 시대의 동물원은 단지 ‘동물’들을 사..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 나랜스_book review

비저자Non-Authors의 탄생: 얼굴 없는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손끝으로 감각을 전달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세계는 인간의 오감 중 특히 시각에 의존하여 기존과 다른 전달과 이해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혁명이라 말해졌고 재빠른 누군가는 이 새로운 세계가 몰고 올 변화들을 예측하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알아차리기 전에 디지털 시대가 먼저 도래 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는 전달 방식과 표현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은 이 발견은 두 가지 동기를 부추겼다. 하나는 이야기를 ‘여전히’ 잘 써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는’ 나도 가능하겠다는 ..

노르베르트 볼츠 , 보이지 않는 것의 경제_book review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끝에서(1993)』,『컨트롤 된 카오스(1995)』,『감각의 사회(1997)』,당대의 뛰어난 매체이론가이자 트렌드 분석가로 뛰어난 저작을 선보이고 있는 노르베르트 볼츠.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것의 경제』는 1999년에 새로운 세기를 바라보며 발표한 글로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통찰은 세계를 바라보는 중요한 계기를 던져준다. 볼츠의 미학적 시선은 현대사회의 네트워크화된 세계의 가치체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대중들은 하나의 이상적 지침서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후기자본주의적 상황에서 세계를 조망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정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문체적 특성과 논의의 광범위함으로 인한 난해함을 호소할 수도 있으나, 실제적인 사례에서..

세기말 파리, 시각문화의 폭발 : 구경꾼의 탄생_book review

밀어대는 구경꾼 앞에서, 그들은 시체 안치대 위에 줄지어 있다. 지난밤 마신 술에 취한 듯이 주정뱅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무시무시한 시체들 앞에서,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 앞에서, 후회 없이 만족하는 구경꾼들은, 극장에 온 것처럼 자리를 차지한다. - 앙줄랭 뤼엘(Angelin Ruelle)의 '모르그의 노래' 시 중에서 - 이번에 소개할「구경군의 탄생」은 근대 프랑스의 도시문화와 시각문화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바네사 R. 슈와르츠의19세기말 파리 당시, 도시화가 형성되면서 시작된 다양한 도시를 즐기는 시각문화를 다양한 구경거리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는 책 초반 부분에, 농촌에서는 모든 일상이 이야기 식으로만 전해진 반면 19세기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일상을 이야기적인 서술..

sensorium_Caroline A. Jones_MITpress_book review

"Put aside everything you think you know about art for the sake of experiencing the sensual extravaganza of 'Sensorium,' the ambitious, technically astute, and at times mesmerizing List Center exhibit that addresses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and physical sensation." - Boston Phoenix 뉴 미디어에 관한 책은 너무나도 많지만 이 책은 과학 기술과 인간의 감성을 통해 뉴 미디어와 현대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목 (“Embodied Experience, Technology..

FUTURE CINEMA : The Cinematic Imaginary after Film_book review

미디어아트 씬에서 유명한 이론가이자 작가, 기획자인 제프리 쇼(Jeffrey Shaw)와 피터바이벨(Peter Weibel)이 2003년 공동으로 에디팅한 책 는 한해 전 독일 칼르루헤의 ZKM에서 개최된 동명 전시의 도록이자, 미래의 영화의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페이지만 해도 700 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서적은 단순히 출품된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는 전시 도록 수준을 넘어 당시까지의 대중예술로 자리 잡은 현재의 영화 시스템을 뛰어넘는 실험적 영상 작업과 개념적 시도들이 잔뜩 실려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과거로부터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변화해 온 영화예술(cinematographic art)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러한 기술로부터 새로운 영화적 기술들과 표현의 양상들을 주목해보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