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202

작품과 유물의 경계에서_<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 _exhibition review

2016년 상반기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양대 공기관에서 모두 ‘사진’을 화두로 대규모의 기획전을 개최하였다. 마치 2016년이 ‘사진의 해’인 듯 전시의 주요 흐름이 ‘사진’으로 전개된 것이다. 사진 기획전의 포문을 연 것은 서울시립미술관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불수교 130주년과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접 ‘기획’한 전시가 아니라,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아키텐지역 현대미술기금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를 수입한 것이다. 이 전시와 더불어 일우스페이스에서는 롤랑 바르트의 관점으로 기획한 을 선보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다는 에서는 바..

디자이너가 바라본 오늘의 서울_<디자인그래픽디자인, 2005-2015, 서울> _exhibition review

처음에 전시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이상스레 긴장이 되었다. 전시가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너무나도 포괄적인 개념과 2005-2015라는 바로 '당대'라는 시점을 모임에 대한 막연함 때문이었다. 근래 기존의 행보와 상당히 다른, 젊은 발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는 일민미술관이었고 미술관에서 워크룸프레스의 김형진 대표, 디자인듀오 슬기와 민의 최성민이 공동 기획으로 참여한 전시여서 우려보다는 신선함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전시장의 처음을 장식한 색인에서 드러나듯, 전시는 디자인 영역과 서울의 문화 예술 영역의 교차를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개괄하며 관찰한 결과물이었다. 그래픽은 감각기관중 시각이었고 말이다. 기획진은 2000년대 이후 여러가지 문화사회적인 맥락에서 발생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와 이..

개념과 감각의 과잉 : 갤러리 루프 <컬러 쉬프트> _exhibition review

1. 갤러리 1층에 설치된 로스 매닝의 몇 가지 작업을 보고서 내려간 지하, 어둠이 짙게 착색된 곳인 만큼 모든 감각을 또렷하게 벼려낸다. 여기서 감각의 주인은 소리다. 킷 웹스터의 의 효과다. 똑딱 하는 시계소리가 귀가를 단순하되 단단하게 맴돌며, 소리의 ‘현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렇게 잠시 청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정면을 응시하면, 추상적인 괘종시계 형태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시각의 집요한 욕망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관철되며, 소리의 현전은 어느새 시각에 포박된다. 다채롭게 변주되는 삼각형 기둥에 진자추가 오고가는 형상은 똑딱 하는 소리의 운동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보거나 마치 보는 것 같고, 따라서 소리가 영상으로 번역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Kit WEBSTER, Phaseshift,..

반판옵티콘 역감시: 날 바라보는 너를 바라보다 _exhibition review

우리는 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 말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들 또한 눈을 가지고 있고, 다시 말해 내가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바라봄의 행위는 대상을 스캐닝(scanning)함으로써 자신과 대상 혹은 타인과의 차이를 구별 지으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를 자크 라캉의 용어에 의하면 ‘응시(gaze)'라고 할 수 있다. 라캉에 의하면 응시란 거울 앞에 처음 서 보게 된 유아가 거울에 비친 모습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되는 시선의 환기를 의미한다. 사람은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과 대상 혹은 타인과 구별 짓고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게 해주는 매체로 영상카메라가 있다. 카메라의 대상(피사체) 앞에서 촬영기..

미디어를 보는 11개의 시선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_exhibition review

지난 7월 16일부터 10월 4일까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전(展)이 있었다. 전시의 제목처럼 우리 시대의 미디어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르고 급속하게 전파되었고, 그에 따른 미디어의 영향력과 개인의 삶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모두 1960~1980년 사이 태어나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인터넷, 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친화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디어에 대한 각 작가들의 시선은 친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좌) 앤 소피 시덴, , 9채널 혼합매체 비디오 설치, 1시간 50분, 2014우) 노재운,, 혼합매체 인터페이스, 가변크기, 2015 고전적 미디어을 이용한 작품들 1층의 백남..

결국, 호기심으로부터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Sense of Wonder' _exhibition review

앨리스온에서는 지난 9월, 현대의 기술과 예술의 접점에 선 다양한 작품 전시와 미디어아트 창작의 신기술을 제시하는 워크숍, 혁신적 예술의 가치를 주제로 한 렉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행사에 다녀왔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고 난 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 : 작가, 창의적인 것)들의 축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물음을 떠올려 보았다.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에서 개최하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행사는,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사업을 통해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 제작을 연간 지원하여 해당 작가들의 작품 제작이 완료되는 시점에 열리는 축제이다. 금천예술공장이 개관 이듬해부터 추진해온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사업은 금천예술공장이 자리잡은 서울디..

봉합된 흔적들: Film Montage _exhibition review

봉합된 흔적들: Film Montage ‘진정한 몽타주란 연속과 결합이 아닌 충돌로써 제3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 에이젠슈테인 우리가 매일 접하는 무한한 이미지들은 속도의 경쟁 속에서 현재를 스펙타클한 이미지의 사회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우리의 지각과 함께 재편되기 마련이다. 결국 현실 세계는 조작된 이미지들로 바뀌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의 현실적 환경으로 인식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도상을 제안한다. 코리아나 미술관의 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11점의 작품들은 새로운 현실이라는 이미지의 서사와 지각의 재편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전시 주제의 전면에 드러나는 몽타주(Montage)는 원래 불어의 ‘monter’ 즉 ‘조립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어 온 건축용어이다. 어원..

<로봇 에세이 Robot Essay>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세상은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 프로세스와 이들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뒤덮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삶을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의 변화를 야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단순히 로봇에 대한 상상과 인식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노동과 물질적-정신적 삶, 나아가 윤리와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까지 그 변화는 다양할 수 있다. 오늘 우리의 로봇에 대한 관점은 어떠할까. 그리고 이러한 로봇을 작가들은, 미술관은 어떻게 바라보고 정리하고 주장하고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로봇에 대해 내어놓은 하나의 관점 에 대해, 앨리스온 에디터들이 각자의 다른 세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내어본다. 1st Essay: 아직도 전기양은 안드로이드의 꿈을 꾸는가 이종완 (앨리스온 에디터) 지난 4월 18일부터 ..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응원 / 랜덤 액세스 _exhibition review

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지향해야 할 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미술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이미 많은 것들을 축적해 온 작가의 작업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 또한 놓쳐선 안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1월에 시작하여 6월 말(기존 5월 31일까지였던 전시기간이 6월 28일까지로 연장되었다)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라는 전시는 그 의미에 부합하는 전시이다. 이는 미술관의 전시 소개 글에서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과 현대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

한반도의 건축, 미디어로 그려지다 : 아르코미술관<한반도 오감도>展 _exhibition review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는 참가 역사상 최고 영예인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두에 올랐다. 아르코미술관에서는 베니스에서의 한국관 전시를 옮겨와 3월부터 전시했다. 총감독 렘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주제는 ‘모더니티의 흡수:1914~2014’였다.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그 시점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4년은, 우리의 근대기 건축 역사를 보기에 적절한 시기였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베니스 비엔날레가 다소 광범위한 주제를 제시하여 어떠한 작업도 다 포괄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키워드로 ‘모더니티’를 내건 것이다. 또한 비로서 건축가 보다는 건축에 초점을 둔 비엔날레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분단의 비극’에 초점을 둔 조민석 커미셔너는 남북 공동 건축전인 를 기획하게 되었다.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