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202

2012 서울미디어시티 <너에게 주문을 건다>: 테크노-주술사의 사보타주는 성공할 것인가 _exhibition review

마법단계의 잔재로서 예술이 지니는 마법적 성격은 탈마법화로 인해 직접적인 감각적 현재로서는 거부된다. 그러나 예술의 마법적 성격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예술은 이러한 사실을 원동력으로 삼는다…마법자체도 현실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한 일종의 계몽이다. 즉 마법의 가상은 탈마법화된 세계를 탈마법화한다.(아도르노) 0. 시대착오 2년 전 는 중요한 ‘혁신’을 감행했다. 오랫동안 쓰였던 공식명칭인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를 버리고, ‘미디어시티 서울’을 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총감독 김선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매체예술’은 미술을 매체(재료)로 제한하며, 둘째 매체의 원래 의미는 광대하다. 다소 납득하기 어렵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매체의 일반적 의미로 돌아가, 정보를 전달하는 사회..

[기획취재_4인4색] 기계는 무엇을 구걸하는가? : 테크놀로지 사회의 기계미학_exhibition review

앨리스온에서는 지난 2012년 11월, 송원 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던 展을 기획 취재하였습니다. 이 미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대 사회는 기계에 의해 매개되어 변화되고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를 통해 물리적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 관한 탐구를 시행하고 있으며,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는 삶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죠. 한편 기계는 부분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지능과 인식 구조를 지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계의 발전은 자연스레 기계가 궁극적으로 발전하고자 아니 닮고자 하는 인간상에 관한 질문으로 회귀하게 만듦니다. 과연 인간과 기계는 어떠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을까요? 사실 이러한 의문은 그리 신선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16-7세기에 영국인 의사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

새로운 창작자의 탄생 - 다빈치 아이디어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거기에 건축과 음악등에도 조예가 깊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른바 '통섭'의 시대인 요즘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누구나 다빈치 처럼 모든 분야에 능통한 '천재' 일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요즘과 같은 네트워크 시대엔 각자의 능력을 쉽게 나누어 독창적인 작업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럿이 함께' 다빈치'를 이룰 수 있게된 시대라고 할까. '다빈치 아이디어'는 서울시 창작공간 금천 예술 공장이 2010년부터 추진해온 를 통해 2012년 선정된 기술기반 창작 아이디어 10점을 개발, 지원하고 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 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수행되는 작품들은 사업화를 전제로 제작되며 단순히 현대 예술의 순수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

스펙타클한 빛의 공간: more Light: 리경_exhibition review

우리가 알고있는 매트릭스의 공간은 어떤가. 짙녹색의 사이키델릭한 빛들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공간 한가운데 우리가 서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할까. 보이는대로 믿는 것은 얼마나 불안전한 것인가, 우리의 일상 세계에는 무수한 가상의 이미지들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설치 작가인 리경의 이번 전시는 'more Light 더 많은 빛'이라는 타이틀 아래 과 , 두 개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냈다. 가상 공간 내에서 계산되고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우리가 아는 현실 공간과 유사하거나 혹..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_exhibition review

1958년 독일 다름슈타트 여름 신음악 강좌에서 현대 실험 예술의 운명의 분수령이 되는 우주적 만남이 있었다. 그 해 백남준은 레코딩 테이프에 여자의 비명소리, 전화기, 거리 등에서 무작위로 들리는 소리를 담은 를 발표하고, 멘토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와 함께 새로운 예술 흐름의 줄기를 만들어갔다. 백남준의 1962년 인터뷰에서 그 해를 기점으로 1957년이 기원전 1년이 되었다고 했다. 1992년 존 케이지의 죽음 후 다시 93년은 기원 후 1년이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2006년 미국 언론은 백남준의 부고기사에서 비디오를 개척하고 무음악(a music)추구하였던 20세기 아방가르드 작곡가로 소개하였다. 이처럼 백남준의 음악가, 아니 (고정된) 음악을 몰아내거나(ex-pel) ..

테크놀로지가 우리를 밝혀줄 수 있을까 :「The Earth - Laser Art」展 _exhibition review

현대는 테크놀로지의 시대이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삶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제2의 자연”이라는 지위를 지닐 만큼 테크놀로지와 시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현대 인류가 처한 시대적 위기 상황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인 테크놀로지가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의 속도를 바꾸고, 인간을 사로잡는 스펙타클 속에서 인간을 오히려 퇴행시키고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지배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테크놀로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자연에서의 생존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테크놀로지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를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The Earth - Laser Art, 한빛미디어갤러리 큐레이터 ..

[기획리뷰] true / 本当のこと by 10 Japanese Artists Collective_LIG아트홀 l 부산

일본 야마구치 아트센터(YCAM)의 “true / 本当のこと” 작품은 사실 예전부터 멀티미디어 관련 수업에서 멀티미디어 작업의 좋은 예를 소개하기 위해 학생들과 비디오를 보고 여러 차례 토론했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참여작가들은 미디어작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공연에 이어서 나의 미디어 작품 [con.act]가 바로 옆의 L-Studio에서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 역시 “true / 本当のこと” 의 전체 작품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 동안 공연에 대한 기대로 흥분되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극장에 들어서서 보이는 것은, 정사각형의 하얀 댄스플로어, 그만한 크기로 뒤에 스크린이 있었고, 댄스플로..

작가와 대화를 시도하다 : walking along new reflection _exhibition review

당신은 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을 보고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바를 이해하고 있나요? 란 질문을 받는 다면.... 여러분들의 대답은? 내가 이 질문을 받았다면 나의 대답은 NO 노! 다. 우리는 모든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을 작품을 보고 딱 이해하기에는 현대미술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다양하게 있겠지만 관람객들과의 소통의 부제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월 한빛미디어갤러리에서는 7명(팀) 작가의 생각(관점)이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보여준 전시가 열렸다. 인터렉티브 설치작품 부터 영상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 현재의 현대미술 속에서 관람객들과의 소통 부제를 없애는 동시에 작가와 대화를 ..

과거에 매몰되어버린 현재와 표류하는 전시공간 : 문화역 서울 284 개관 프로젝트 COUNTDOWN _exhibition review

2004년 구 서울역 옆에 들어선 신역사는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번들거리는 유리에 금속 파이프들이 들여다 보이는 커튼월로 마감된 건물은 역사(驛舍)로서의 기본적인 정체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벽면 위에 붙어있던 대기업들의 간판은 서울역이라는 장소에 얽힌 수많은 역사들을 일거에 매몰시키는 상징 기호였다. 100여년의 서사는 동시대적 탐욕의 저편으로 소멸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수많은 토론과 논의, 워크숍과 세미나, 기대와 주장, 염원과 이해관계가 갑론을박 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울역은 ‘문화역’ 서울이라는 불필요한 수식어를 달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리노베이션을 마친 서울역사의 공간은 전적으로 신축 당시의 시점으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모든 벽면은 깨끗하게 채색되어 있었고 낡은 부자재에는 번들거리는..

정제되지 않은 Random : Random Access Black Box – 임의적 접근이 가능한 블랙박스 _exhibition review

지난 11월 3일 금천예술공장에서는 'Random Access Black Box - 임의적 접근이 가능한 블랙박스'라는 제목 하에 실험적 미디어-예술 작품들의 전시가 개최되었다. 예술적 상상력, 과학적 기술, 비즈니스 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문화콘텐츠 연구를 지원하고자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 5월 '다빈치 아이디어'라는 공모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시키고자 한 서울문화재단-금천예술공장의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HYBE), 과거, 예술에 있어 ‘기술-미디어’의 개입을 현대 예술이 시행하는 하나의 실험적 시도로서만 인식했던 순간이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예술계의 관념은 이제 더 이상 미디어를 반-예술 매체로 규정하지는 않는 듯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