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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리뷰] 몸에 다다르는 방법 : 서정춤세상 "순환속으로" Digital Dance in a Cycle

1. 오랜 옛날부터 몸의 아름다움은 찬양의 대상이었습니다. 몸에 대한 미감은 비단 종교나 생물학 측면에서 기대되는 '기능성'에 충만한 대상에서 비롯되지 않더라도, 우리와 닮은 대상이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가능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텍스트나 그래픽과 마찬가지로 정보로서 환원되는 '디자인된 몸'은, 포토숍을 거친 잡지화보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비슷한 얼굴들처럼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마사지해주는 미디어가 곧 우리 몸의 디자이너 역할을 맡은 셈입니다. 이처럼 몸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왔고, 부여되는 가치의 질량도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몸은 여전히 불확실한 무엇이기도 합니다. 각자에게 여분이 없는 마지막 보루이면서, 너무나 가벼워서 금방 ..

review/Aliceview 2011.07.03

퍼블릭 인티머시 : 시각예술의 공간적 확장

'본다'는 행위와 시선의 이동에 따른 기억의 재창조. 우리의 두뇌는 그걸 다시 '형상'으로 재 축조하고 또 다른(원본의 의도에 충실하던, 재구성되던) 형상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본다'라는 경험은 단순히 시신경체의 반사적인 반응을 넘어 무언가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축'은 '건축'과 매우 닮아 있다. 미술과 건축, 그리고 영화를 통해 형상이 인간의 두뇌속에 '구축'되어지는 현상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저자 '줄리아나 브루노'는 '영화'를 보는 행위와 그것이 '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으로 갤러리와 뮤지엄에 들어오는 현상을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에이젠슈타인 감독이 말했듯, 건축과 영화는 '인식'을 쌓아 올리며 재 구성하는 의미적 연상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저자..

화면을 넘나드는 만 개의 물결: Ten Thousand Waves: Isaac Julien_exhibition review

사실 갤러리에서 영화를 튼다는 개념은 실험영화의 궁여지책 같은 것이었다. 일반 극장에서 틀기 힘든 전위적이고 까다로운 영화들은 마치 난민처럼 미술관 주변을 맴돌았고,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찾아 헤매던 큐레이터들은 이 작품들에 피난처를 제공했다. 화이트큐브로 들어오면서 검은 방에 들어가서 프로젝션으로 상영되는 방식은 다소 단조로웠고 일반 극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미디어아트 씬에서 진화가 거듭되면서 갤러리에서 보여지는 투사 방식이나 설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디어아티스트들이나 혹은 미술가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패러디 함으로써 순수미술의 영토를 넓혀왔다. 또 영화적 이야기나 촬영 테크닉, 영화세트 디자인과 편집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예술가들도 있다. 미디어아트와 장편 극영화를 넘나..

검색 엔진으로 접근하는 미디어아트_aliceview

Intro 현 시점에서 미디어아트는 어떠한 방향과 내용의 예술을 지칭하는가? 또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디어아트는 말 그대로 '미디어'와 '아트'의 합성어이다. 미술사를 되짚어 보자면, 이른바 시대성 내지는 활동의 성격 및 내용을 설명하는 다양한 개념들이 아트(예술)를 수식하여 왔다. 물론, 미디어아트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미디어아트란 일차적으로 '미디어'를 등장시킨 '예술'의 한 흐름이니까. 일반적으로 정의를 시도하는 이유는 특정 개념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기존 개념과의 본질적인 차별점이 특정 개념의 구별점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별점을 가지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것, 그것이 정의를 시도하는 이유이자, 근본적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아..

review/Aliceview 2011.06.13

"걷고, 생각하며, 숨쉬기" | 김승영 개인전: walk

김승영 개인전: walk_2011.5.4~6.3_사비나미술관 김승영 작가는 물질적 매체로 심리적 공간을 형성하는 작품을 한다. 특정한 물질적 매체에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이라든가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찰나의 감각적 느낌 등을 부여하여 그 매체와 공간을 미묘하게 살아움직이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무척이나 예민하다. 물론 모든 예술작품은 그럴 수밖에 없지만, 특히 그의 작품은 공간과의 관계성 때문인지, 작가 특유의 섬세함 때문인지, 그 예민함이 통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그는 색의 느낌, 소리의 균형 등 공간과 오브제의 시각적 밸런스를 1mm의 오차도 허용치 않도록 감각적으로 조율하여 맞춘다. 작품을 보고 있으니, 그가 오차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에너지를 쏟아부었는..

Growing Alice, Developing Story: '다크'한 앨리스와 함께 떠나는 여행_App review

모든 것은 구멍(hole)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는 겁도 없이 그 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런데, 만약 앨리스가 그곳으로 발을 내딛길 두려워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하면 그녀의 등을 떠밀어 그 모든 모험의 이야기들이 시작되게 할 수 있을까? Inanimate Alice(http://inanimatealice.com/)는 독자, 혹은 유저로 하여금 그녀의 등을 떠밀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클릭이기도 했다가, 어떤 형태의 게임이기도, 퍼즐이기도 하다. 여덟살인 앨리스부터 스무살인 앨리스(!)가 그녀의 여행에 우리를 초대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매우 '다크'하다. 다크한 색채의 이미지, 그리고 다크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일종의 텐션을 유지하게 한다. 편안한 이야기들이 독자들..

review/Application 2011.06.01

도시 속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 : GeoCity : Ars Electronica _Exhibition review

현재, 많은 비율의 인류가 '도시(City,都市)'에서살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인들의 도시 속의 삶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놀랄만한 사실은 기원전 3,000년전경에는 세계 인구에 대한 도시 인구의 비율이 거의 '0'에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적으로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활동을 좁은 경계를 벗어나서 광범위하게 통합 조정하며 살고 있는 공동체를 뜻하는 '도시'는 현재 세계인구의 2/3 이상이 자신들의 일생을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이러한 도시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존재할까? 우선, 도시라는 개념에 접근해보자. 많은 인구수와 빌딩, 밀집되어 있는 주거형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직업군 등등 몇 가지 요소들로부터 사전적 의미에서의 도시를 정의하고 규정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정..

문턱의 작가(the Author on the Threshold)와의 만남: 움베르트 에코 '작가와 텍스트 사이'

자신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관객의 반응과 맞닥뜨린 한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의도한 것’에 대해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 관객의 예상 밖의 이해를 수정해줘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작가와 사적인 친밀도에 근거해 그의 과거 작품들을 접한 두터운 경험의 층을 갖고 있던 나는 그렇다고 과연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에 비해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일지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어떤 텍스트이든지간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작가가 이 텍스트에서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혹은 작가를 지우고) 텍스트가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비평이 솟아나는 텍스트의 틈새에서 작가는 또 다음과 같..

벽에 대한 새로운 지각 : 공존과 소통 _exhibition review

벽이라는 말은 어원학적으로 ‘무르스muru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도시의 울타리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보호와 안전을 뜻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 ‘모이로스moiros’는 그리스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Moirai’라는 낱말과 비슷한데 운명의 손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생명줄을 잣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여신들을 지칭한다. 신화적 해석에 따르면 벽은 모성적 보호 울타리인 동시에 부성적 금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에서 볼 수 있듯이 벽은 양면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자 삶의 근원이기도하며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 고립과 억압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벽으로 인해 생기는 경계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과 밖, 성聖과 속俗, 여기와 저기..

검색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지성 : exonemo의 FragMental Storm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극중의 인물들이 곧잘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는걸 보게됩니다. 데카르트나 잠언록, 그리고 각종 동양 사상까지, 주인공들은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민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검색'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점 인데요. 이렇게 컴퓨터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사고 기능 자체가 '네트워크화'된 미래 인류의 '지성'은 '검색'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통해 그 능력을 더욱 확장해 나가게 될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요즘 우리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온갖 정보를 몇개의 단어 만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최근에 활발히 홍보 되고 있는 검색 사이트들의 '음성검색..

review/Application 201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