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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 : 후니다킴 _interview

연서정 2018. 9. 11. 04:11


지난 6월부터 8월 11일까지 페리지갤러리에서는 PERIGEE ARTIST #16 Hoonida Kim <익숙함이ㆍ쌓이고ㆍ녹아내리는 - 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이 전시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소리 속에 살고 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부터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아이 울음 소리까지. 이 많은 소리들은 일상이라는 이유로 바쁘디 바쁜 일상 속에서 그저 흘러가버리는 화이트노이즈로 사라진다. 그렇지만 이 소리들은 단지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진동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도 일상 속에서 흐르고 있는 소리라는 진동은 후니다킴에게 특별한 매체다. 관객에게 일상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해 번역을 시도하는 후니다킴의 낯선 이야기를 귀기울여보자. 



Q. 안녕하세요. 먼저 앨리스온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공기조각가이자, 메타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후니다킴입니다. 그 외에는 김승범씨와 함께하는 프로토룸이라는 콜렉티브로 활동하고 있어요. 미디어아티스트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아서, 저희가 만든 단어인 메타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 미디어아티스트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미디어아트라는 단어가 현재는 너무 광범위한 것 같아요. 지금은 미디어아트가 하나의 분야라기보다 하나의 문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저를 소개하고 있는 “메타미디어”라고 하는 것은 “미디어를 만드는 미디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이죠. 

조금 더 애기하자면, 미디어가 회화, 조각, 사진, 영화가 순서대로 등장하고 그 이후 컴퓨터가 나왔다 라고들하죠.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흔히 멀티미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멀티미디어라기보다 사진,영화 같은 미디어와는 다르게, 다른 많은 종류의 미디어들을 생산해내는 미디어입니다. 기존에 미디어발전에 등장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미디어들의 상위개념인거죠. 그림, 사진, 영화 등과 같은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메타미디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래서 메타적 미디어를 가지고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메타미디어아티스트”라는 말을 만들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Q. 2008년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운드라는 매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학부 때는 물리적 조각을 전공했었어요. 대학 졸업 후 사진이랑 조형작업을 하러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크리스토퍼 샤를교수를 만나서 영상, 미디어아트 전공안에서 사운드아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큰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계기가 있었는데요, 교수님께서 학교에 들어갔을 때 사운드 공연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이전까지는 물리적 조각, 영상, 디자인을 했던터라 사양했었는데, 그 때 그냥 녹음해서 틀면 된다고 엄청 쉽게 말씀해주셨어요. 그 당시에 휴대성이 있으면서 저렴한 세미프로용 디지털 레코더가 나올 때였거든요. 필드레코딩이 뭔지도 모르고 녹음을 했었고, 그걸 가지고 소리를 늘리고 줄이고 어떻게 해서 공연을 했어요. 그러고는 준비한 사운드로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에 비주얼이 아닌데 사운드가 그 넓은 공간을 꽉 채우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전부터 매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매체가 나한테 맞는다는 생각이 순간 들더라구요. 그 이후 당시 6-7년 정도는 지금보다 더 사운드에만 집중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철저하게 시각을 배제되는 작업을 많이 했었습니다. 



 spacecompostion, perigee gallery

 


Q. 이번 페리지갤러리에서도 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이라는 주제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이고 계시는데요. 이번 개인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좀 거슬러 올라가서 말씀드리자면, 한국에 들어와 “소리환경장치”에 대한 초기 프로토타이핑을 금천예술공장 2012, 2014년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선정을 통해 시작하게 됬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박연주 디자이너와 정희승 작가의 독립출판 헤적프레스에 “Float시리즈”작업으로  “Space Composition”을 출판하면서 사운드스케이프 아파라투스로 퍼포밍 쇼케이스, 2016년에는 일본 소보(SOBO, Tokyo)에서 이번 페리지갤러리 전시의 공간적 드로잉으로서 <Space Composition / sound drawing>개인전을 했습니다. 이런 장기간에 실험과 밑그림들을 바탕으로 처음 설치 작업으로써 소개 되는 전시였습니다.

 <익숙함이•쌓이고•녹아내리는 - 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은 먼저 관객들이 전시에서 그냥 오브제들 <사운드스케이프아파라투스>을 바라보는 환경에 놓여지게 됩니다. 관객들이 관찰하다가, 관객의 적극적 개입(접촉)을 통해서 소리들이 발현하게 돼요. 그 소리는 주로 일상에서 집중하지 않는 소리들, 배경적 대상들입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이 발현하는 위치 / 움직임 / 반사 / 흡수 라는 4가지 요소를 가지고 물리적 공간에서 마치 소조하듯이 공기 중의 진동을 사유하며, 직선적 소리 레이어와 흡음과 반사에 의한 물리적 엔벨로프를 만듭니다. 이는 공간의 물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물리적 스코어(공간작곡)”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간적 소조"를 통해 사전에 짜여진 스코어 환경 안에서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접촉과 이동을 반복하게 하는데요. 그때 만들어지는 청각적 레이어들은 관객들의 머리 속에 쌓이고 재조합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녹아내리는 상태를 그리게 합니다. 이것은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을 하나의 사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아마 청각요소의 재구성, 공간 작곡에? 전혀 새로운 어프로치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익숙했던 것을 익숙하지 않는 것으로 변용시켜, 새로운 감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그 밑단에 있는 디지털 메터리얼을 베이스한 “디지털적 소조“를 이용한 “점토화”과정을 통해 나온 “환경적 소재”로서 <사운드스케이프아파라투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든 단어가 많아서 이해가 좀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짧은 인터뷰에 전부 얘기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Q. 일상이라는 사운드 데이터를 수집하실 때,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일상이라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혹시 고려하시는 지점이 따로 있으신가요?


A. 먼저 “물리적 공간에 진동”을 수집할 때의 태도에 대해서 얘기할게요. 저는 녹음을 하기 위해서 의도를 가지고 소리를 찾은 적이 거의 없어요. 저는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혹은 자주 걷는 길에서 배경음에 집중합니다. 배경음에 집중하다보면 거리와 상관없이 포커싱된 소리중심으로 이퀄라이징되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제가 포착한 소리는 일종의 노이즈고 배경음일 뿐인데 제가 집중하는 하는 순간, 더 이상 배경음이 아닌 주체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위주로 채집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왜 이런 소리를 들려주지?”, “왜 이 소리지?”라는 궁금증을 가지실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 소리의 내용 자체는 관객에게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일상에서 존재하는 익숙하기도 하고 조금은 낯설기도 한 소리라는 점과 물리적 공간에 진동이 레코딩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로 매체번역되고 디지털 메터리얼로 사용되고 다시 물리적 공간에 환원되어 소비됩니다.

 


   SoundscapeApparatus2014__디지털토지_#prototype, perigee gallery     SoundscapeApparatus2018, perigee gallery



Q.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아파라투스라는 소리환경장치에 대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나요?


A. 이 장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국 돌아오자마자 금천에서였어요. 그때는 제가 만든 장치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했었어요. 저의 당시 생각은 예전에는 물리적 소조 작업을 했었는데, 비물질적인 소조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 “이 공간 안에서 공기의 진동을 가지고 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공기라는 형태로 메시지를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는 작업에 초지향성이라는 형태를 주로 쓰고 있어요. 벌써 7년째 초지향성이라는 형식을 쓰고 있네요. 지향성이라는 것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레이어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반사된다는 것은 직접 듣는 것이랑은 또 다른 것인데, 한 공간에 관객들이 들어왔을 때 어디에 자기가 서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의 레이어를 듣고 느끼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Q. ‘소리로 샤워하는이라 퍼포먼스를 소개하시던데, 샤워란 온 몸을 적시는 혹은 깨끗이 씻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퍼포먼스에서의 샤워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사실 의도해서 샤워한다라고 소개한 것은 아니구요, 퍼포머와 관객이 받아들이는 감각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런 느낌과 유사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촉각적인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물로 샤워하는 것처럼 소리도 관객을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그런 감각을 비유한 것 같습니다. 아마 퍼포먼스를 보시면 샤워라는 표현이 은유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듯합니다. 하지만 감각하는 데에 있어서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인 것 같습니다. 작품의 레이어가 워낙에 겹겹이 쌓여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감각하느냐는 넓게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spacecompostion, perigee gallery


 

Q. 이번 전시는 특히 관객들이 직접 실행하는 인터랙티브적 전시입니다. 전시내의 인터랙티브적인 요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작업에서 관객의 움직임과 장치와의 접촉에 의한 사유적 인터렉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터렉티브라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주고 받는 행위이죠. 제 작품에서는 관객이 움직이고 아파라투스를 흔드는 정도에 의해서 생기는 결과를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만 다른 위치에 있어도 다른 레이어의 이퀄라이징을 느끼게 하는 방식의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렉티브한 요소를 최대한 적게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작업에 너무 많은 요소가 인터렉티브적이면 작품을 감상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관객의 약간의 움직임을 요구함으로서 생기는 사유적 변수는 엄청나거든요.  

 


Q. 학부 때 조소와 입체미술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간적 소조이라는 단어가 의미 있어보이는데, 아무래도 조각은 깎아내는 데에 의미가 있다면 소조는 빚어낸다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 공간적 소조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A. 저는 옛날부터 조소전공을 했을 때도 조각 작업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깎는 작업은 한번 실패하면 끝이니까, 그런 작업보다는 붙여나가고 수정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작업을 선호했어요. 그 이후 일본에서 아트 앤 테크놀로지과를 다닐 때, 그 당시 배웠던 코딩작업이 그랬어요. 아무리 밤을 새서 공부를 해도 코딩실력이 늘지 않아서 힘들어했었죠. 그런데 나중에 기판설계를 계속 하다보니까, 틀리면 또 고치고, 또 코딩이 틀리면 또 고치면 되더라고요. 아무리 많이 고친다고해서 컴퓨터가 망가지지는 않잖아요. 이걸 “디버깅”이라고 하는데 디버깅은 잘못된 코딩을 고치는 과정이예요. 근데 이게 소조랑 똑같은 거예요. 그때 제가 안 되는 디지털 작업을 약 10년간 붙잡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라고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이건 정말 3년 전? 정말 최근에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유학시절에는 최종 전시되는 작업 결과물에는 디지털 인터렉션요소를 넣지 않고 공부만하고 실험만 했었으니까요. 정작 전시에는 시각적 인터렉티브는 들어가지 않았었고 사운드만 들어가기만 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아직 제 작품에 체화가 된 상태가 아닌데 그걸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작업을 하는 게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또, 제 작업은 사운드가 있는데 그 사운드는 하나의 레이어, 하모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떤 소리가 다중으로 있으면 그 소리를 어떤 소리는 줄이고 어떤 소리를 키우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관객이 어떤 소리에 꽂혀서 많은 레이어들이 새롭게 빚어지는 것. 이것이 제 작품의 소조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업 소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소재자체를 만든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Q. 전시장의 디스플레이가 마치 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이 전시의 주된 성격이지만 시각적인 연출과 전시 디스플레이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저는 개인적으로 깊이가 안 느껴지는 공간을 좋아해요. 플랫한 느낌의 공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공간에 있을 때 일상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그 공간이 굉장히 입체적인데도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상하달까, 그런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작업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리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요소인 것 같아요.

또 페리지에 굉장히 감사한 부분이 있는데, 공간을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데 3주라는 설치기간을 주셨어요. 그 정도 기간 덕분에 공간을 연출하게 되니까 저에게는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처음엔 사운드를 페리지 공간에 튕기니 사운드가 사방팔방으로 튕겨서 고민이 많았는데, 준비기간이 3주 정도 되니 공간을 하나하나씩 잡아가면서 연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앨리스온 독자들에게 작업에 대해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제 작업에 대해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만든 개념 중 "디지털 토지"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디지털 토지는 공기의 진동을 물리적 환경에 환원시키기 위한 그리고 실체화하기 위한 것인데요. 일상적 환경에서 경험하고 관찰했던 여러 요소를 디지털 코드나 수적 형식 언어로 수많은 표현방식과 다른 물성으로 변형 가능한 마치 말랑말랑한 점토와 같은 성질로 변환한 이런 디지털 점토화의 과정은 하나의 매체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코드라는 게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씀드린 디버깅과 같은 많은 과정을 통해서 점토화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여기서 디지털은 점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점토화’가 된다는 것이 주된 요점입니다. 점토화라는 것은 결국에 누적이 되는 것, 즉 쌓이는 것이죠. 일종의 레이어인데, 데이터를 통해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시간을 축적시키면서 저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제가 작업을 하기 위해 소리를 녹음을 하면 그 소리는 ‘수’가 됩니다. 그 녹음된 수는 저로 인해 어떻게 재생시키게 할지를 생각하게 해요. 이를테면 ‘센서를 통해 재생시킬 것인지, 소리를 더 키울 것인지’ 아니면 그 ‘수’로 빛을 컨트롤할지, 움직임을 만들지, 무언가를 조형할건지, 사실 수많은 매체로 가능하죠.  그 사유과정이 소리라는 데이터를 제 나름으로 “점토화”하는 과정인거죠. 이런 과정들이 쌓이게 되면 그 ‘수’들이 제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점토”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저는 하나의 매체번역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Q. 2014년부터 PROTOROOM이라는 이름으로 김승범씨와 함께 메타 미디어 콜렉티브로 활동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앞에서 말씀드린 환경장치에 대한 얘기와 연결되는데, PROTOROOM은 디지털 리터러씨를 담론화 하고 있는 콜렉티브입니다. 주로 워크숍을 하는데 워크숍을 통해서 전시를 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씨는 읽고 쓰는 능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언어화하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해도 알고 있는 단어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끔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디지털 점토화와 비슷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영어권에 가서 배운 영어를 아무리 유창하게해도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면, 영어를 못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아무리 유창하게해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면 한국어가 서툴러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씨를 단순히 교육적인 목적보다는 러닝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워크숍이라기보단, 다양한 관점과 관찰에 가능성을 열어놓은 워크숍이예요. 아무래도 저희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매뉴얼을 만드려고 하는데,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떻게 관찰했고 무엇을 봤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예전에 ACC에서 했던 워크숍 키트는 하나의 회로 키트였어요. 그런데 이 회로들을 통해서 다른 점들을 하나하나씩 찾아내다보면 전자회로를 읽지 못하던 사람들도 하나의 언어처럼 결국엔 전자회로를 읽어낼 수 있게 되게끔 만들었어요. 완벽하게는 힘들겠지만요. 그래도 읽어낸다는 점이 중요하죠. 저는 이걸 감각의 트랜스포밍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감각이 변하는 것을 어떻게 읽어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만든 키트는 그냥 단순한 회로키트라기보다는, 이 키트를 통해 담론될 이야기나 과정을 설계해서 만든 키트예요. 그 설계하는 과정도 전체가 워크숍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전체를 키트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저희 PROTOROOM은 원자적 요소를 가지고 얘기하려고 하고, 1bit, pixel과 같이 그것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하나의 요소를 주목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해요. 이것은 제 작업인 환경장치요소와도 맞물리기도 합니다. 그 장치도 결국은 제가 작업을 위한 하나의 환경적 소재, 원자적 요소가 되는 것이었죠. 저희는 생각을 리터러씨할 수 있는 디지털 코딩에 목적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익숙함이쌓이고녹아내리는 : 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외에 현재 진행하고 계신 전시나 예정하고 계신 계획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저는 10월에 현대자동차 제로원 프로젝트 전시 준비 중입니다. 저는 “근미래의 이동공간 안에서 바라보는 랜드스케이프” 대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고요, 장기 프로젝트라 에피타이저 수준으로 전시할 듯합니다. 주제는 “감각하는 랜드스케이프 데이터”라는 타이틀로 준비하고 있고, 조호영 작가님과 함께 작업을 구성하고 있어요. 이전에 작업했던 것과 내용적인 부분은 비슷하지만,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일본에서 trans books 페어, 한국에선 서울 우정국에서 작은 공연 그리고 광주에서 디지털페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니다킴 홈페이지 : www.hoonida.com / www.hoonidalabs.com 

프로토룸 홈페이지 : protoroom.kr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정서연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