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미디어아트는 무엇이 다른가. 배우가 나오느냐 안나오느냐, 선결된 세트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최근 들어 더욱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통념적 구분기준을 미련 없이 버리고, 좀 더 그럴 듯한 차이점들을 열거해보자. 일단 극 혹은 내러티브의 유무는 아니다. 좁은 의미에서 극이란, 미디어아트와 연극, 소설 간의 헐렁한(따라서 영양가 없는) 차이이기도 하거니와, 넓은 의미의 극 개념을 적용해본다면, 극이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 임의의 작품 앞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한 장의 사진 안에도 극이 있으며, 극을 제거하려해도, 관람자의 극적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한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자주 얘기되는 테크놀로지도 그 결정적 차이는 아닌 것 같다. 미디어아트만큼이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