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그려진 조각 보링거Wilhelm Worringer의 『추상과 감정이입Abstraktion und Einfeblung』을 보면 예술작품은 모방충동이 아닌 추상충동에 의해 창조된다. ‘공간공포’ 즉 텅 빈 공간에 속에서 느끼는,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함은 필연성과 합법칙성을 만들고자 하는 추상충동을 일으킨다. 이때 예술가는 공간을 재현해 내지 못하고 평면으로 돌아가서 유기적인 자연의 모습을 제거하고 기하학적인 선과 형태로 평면에 합법칙성을 부여한다. 만일 이러한 그의 논리를 따르자면 텅 빈 캔버스 앞에 선 작가들이 긋는, 최초의 선은 그것이 기하학적인 선이든 아니든 간에 추상적인 선일 것이다. 김신일의 작품은 이와 같은 보링거의 주장에 적합해 보인다. 공간을 표현하거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