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46

Circuit Diagram전_exhibition review

전시 공간의 다양성 현대 미술에서 논의되어온 수많은 담론의 구구절절한 반복을 거부하며 ‘현대 미술계의 인적 구성요소인 전시기획자와 참여작가라는 사회적 관계’ 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아 놓은 展은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기획자의 인간관계로 구성된 전시이다. 사실 미술계에서 이러한 일들이 종종, 아니 빈번히 자행되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밝힌 전시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송원 아트센터의 전시는 일단 솔직하다. 물론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기획자와 친분관계가 없는 한 그들의 인간관계를 ‘확인’ 하는 차원에 머무를 것이며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친절하게 소개받는 정도일 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획자가 의도한 지점에 가까워 졌으니 이 전시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기획자가 제시한 ‘현대 미술계에..

Women's perspective in new media_exhibition review

미디어 아트에서의 기술과 여성성 ‘뉴 미디어 아트에서의 여성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린 허쉬만Lynn Hershman, 야엘 카나렉Yael Kanar, 사치코 코다마Sachiko Kodama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미디어 아트, 디지털 아트라는 말이 너무나도 익숙해진 현재적 상황에서 이들의 작품은 새로움, 현재성이라는 단어로 접근하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따른다. 또한 ‘뉴 미디어 아트에서의 여성의 관점’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여성이라는 카테고리가 과연 전시를 관람함으로 이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여기서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과 대치되는 여성, 페미니즘적인 여성의 개념을 이야기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관점이 작품 이해에 있어서 얼마나 도..

traveler_이경호 개인전_exhibition review

제 2의 막이 오르다 최근 전시를 기획하거나 감상하면서, 필자는 문득 개인전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이 미술사나 관련된 이론들과 엮여 해석되는 것도 개인전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필자는 개인전을 대할 때 “아무개가 개인전을 연다.”라는 가장 객관적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전에는 그간에 제작된 작품과 동일한 시간 동안 현실 속에서 정제되고 날카로워진 작가적 감성이 함께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경호의 두 번째 개인전은 작가 이경호가 4년 만에 준비한 전시로서, 그 동안 꾸준히 바라보아 온 세계에 대한 그의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전시를 단순히 영상매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나 그것의 결과물이 아닌, 그의 습관, ..

이미지극장(image theater)전_exhibition review

매체의 확장, 노이즈의 감지 展은 스페이스 C가 미술관으로 등록을 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기획전으로 ‘현대미술이 연극과 무대의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조망해 보는 취지’를 갖고 기획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총 8명의 작가가 연극의 배우나 연극연출가와 상호 소통하거나(로젤, 코리아환타지, 이(爾), 에쿠우스) 미술이 종래의 형식 밖으로 나가 현장의 조건을 작품의 변수로 끌어들여 공연을 실연하고(하이츠파크), 설치를 통해 여성의 방으로 입장시키기도 한다(재키의 그네, 자기만의 방). 또한 홀로그램으로 처리된 거대한(?) 음향의 객석에서 관객이 홀로 갈채를 받게 된다(홀로오디언스). 이들 모두는 ‘상호매체적intermedia’으로 미술을 공간적으로,..

초대되지않은(unbidden)_윤진미 개인전_exhibition review

초대되지 않은-익숙하나 낯선 불안과의 화해 비디오 작가 윤진미의 세 번째 개인전은 우리말보다 영어제목이 가진 함축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초대받지 않은, 초청받지 않은’이라는 일견 수동적인 뉘앙스를 넘어 ‘요구나 명령을 받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인’이라는 뜻 까지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따왔다는 이 단어에서 그러나 우리는 어쩐지 서글픈 작가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된다. 캐나다에서의 한국인이라는 소수민족의 입장과, 한국태생의 캐나다 시민이라는 이중적 입장이 가진 작가의 상태 혹은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이 이번 전시의 제목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지식 없이도 윤진미의 작품이 주는 이질적이고 낯선 느낌은 관객 스스로 비디오 속 작가의 몸짓에서 스스로 동화되는 느낌..

Sadi Space Gallery 기획전_Media Edge From the Movable Image_exhibition review

'판'의 변화, '운동'하는 이미지 대다수의 미디어 전시들을 보고 보아오며,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의 다양한 범주와는 달리 그 작품들이 소재꺼리란 생각보다 단일하다는 점에 항상 못내 아쉬워 하곤 했었다. 때문에 각양각색의 미디어 관련 전시를 볼 때마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현재 현대미술의 장 안에서의 미디어 아트란 유행(fashion)의 일색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설치 작업들, 단순한 도상들을 나열한 인터렉티브한 작업… 가끔은 너무나도 쉬운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인 듯이, 혹은 참신함을 내세우기도 하며, 때로는 유행의 물줄기에 편승하여 흘러가는듯 그 소재들은 일색화 되어 가는 듯 하다. 결국, 외형의 스타일을 쫓아 가는 이러한 일색의 작업들은 보는 우리로 하여금 끝내 허전함만을 남기기에 ..

color of narrative_김창겸,김해민,올리버 그림展_exhibition review

아날로그 감성의 3중주 3월은 봄의 시작이다. 눈치 없이 찾아드는 꽃샘추위도 기분 좋게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봄 햇살과 옷 속으로 파고드는 따뜻한 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조금은 움츠려 들었던 전시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꼼꼼히 날짜를 기억해 두지 않는다면 놓쳐버리고 마는 전시들이 많을 정도로. 그렇게 많은 전시들 가운데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작가의 의기투합이 관심을 끌었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가들마다의 개성과 색깔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회자되고 주목받았다는 뜻이지만, 야속하게도 '그 다음은?', '새로운 작품은?'과 같이 추궁 아닌 추궁이 될지 ..

실체변화The Transubstantiation_김신일 베다니엔 귀국 보고展_exhibition review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그려진 조각 보링거Wilhelm Worringer의 『추상과 감정이입Abstraktion und Einfeblung』을 보면 예술작품은 모방충동이 아닌 추상충동에 의해 창조된다. ‘공간공포’ 즉 텅 빈 공간에 속에서 느끼는,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함은 필연성과 합법칙성을 만들고자 하는 추상충동을 일으킨다. 이때 예술가는 공간을 재현해 내지 못하고 평면으로 돌아가서 유기적인 자연의 모습을 제거하고 기하학적인 선과 형태로 평면에 합법칙성을 부여한다. 만일 이러한 그의 논리를 따르자면 텅 빈 캔버스 앞에 선 작가들이 긋는, 최초의 선은 그것이 기하학적인 선이든 아니든 간에 추상적인 선일 것이다. 김신일의 작품은 이와 같은 보링거의 주장에 적합해 보인다. 공간을 표현하거나 대상..

Angel Soldier_ 이용백 개인展_exhibition review

Inter_SpFace 급진적인 미디어이론가 볼츠(Norbert Bolz)는 이른바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예술가에게는 기존과는 전연 다른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앞으로 예술가는 테크놀로지컬 디자이너 내지는 프로그래머이거나 아니면 영적인 영역을 맴도는 주술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다분히 파격적인 발상이지만, 짚어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통찰이다. 미디어아트의 여러 속성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비물질성은 기실 테크놀로지라 통칭되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기저로 해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이용백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디자이너 혹은 연출자이자 동시에 논리적인 언어로는 풀이할 수 없는 관념의 세계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볼츠가 제시한 극단적..

Bitmap_International Digital Photo Project展_exhibition review

갈 곳 잃은 디지털 이미지 이번 전시의 의도는 기획자의 설명에 따르자면, 웹상에 비트맵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 혹은 디지털 사진이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기존의 예술 공간에 물체로 구현되었을 때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초에 전시는 온라인 전시와 함께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서 같은 기간동안 똑같이 출력된 디지털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즉, 전시의 요점은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출력된 디지털 사진이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문제는 출력이나 인쇄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이미지 혹은 사진의 존재론이나 위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원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진’이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새로운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