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22

노웨어(nowhere)가 아니라 지금, 여기 (now here) : 에레혼 EREWHON _book review

사진 출처: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3/02/erewhon 에레혼 EREWHON』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활동한 소설가이자 사상가,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ler, 1835~1902)의 1872년 소설이다. 새뮤얼 버틀러는 목사가 되길 바라는 가족을 떠나 뉴질랜드로 이주해 성공한 목축업자기도 했다 (버틀러는 뉴질랜드의 황무지에 목장을 만들고 양치기 생활을 했다). 버틀러는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종의 기원』을 읽고 매료되어 그에 관한 글을 발표하고 다윈과 편지로 대화하기도 했으며 음악과 작곡에도 재능이 있었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버틀러의 『에레혼』, 특히 다윈의 진화론을 기계에 대입한 ‘기계..

기계와 대화한다는 것: Semantris _app review

※ 게임은 아래 링크에서 할 수 있습니다.https://research.google.com/semantris 몇달 전, 구글 AI가 최근(2018년 4월) 흥미로운 게임을 발표했다. 구글의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을 이용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라는 이름의 게임이다. 자연어 처리에 대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차치하고, 게임적 요소만로 보자면 세만트리스는 (그냥) “단어를 이용하는 테트리스 게임”이다(semantic+Tetris). 게임은 아케이드 모드와 블록 모드 두 가지이다. 테트리스가 내려오는 블록의 위치를 조절하면서도 블록을 없애야 하는 전략 싸움이라면, 세만트리스는 스피드와 전략이라는 테트리스의 두 가지 특징을 아케이드 모드와 블록 모드로 나눈 게임이다. 아케이드 모드는 제시된 한 단어와 맞는 단어를..

review/Application 2018.12.21

인공지능 시대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_book review

인공지능 시대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책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는 저자 김재인이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개설한 “컴퓨터와 마음” 강의를 글로 옮긴 것으로 알파고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상업적 관심으로 옮겨간 오늘날, 다시 한번 인공지능이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질문한다. 인공지능 시대, 저자가 던진 질문은 ‘고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플라톤과 데카르트, 흄과 니체를 지나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묻는 튜링의 오랜 질문을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1장에서 밝히고 있듯, 모든 질문은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그 질문을 구성하는 기본 개념들이 더 중요하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에 답하기 전에 기계는 무엇이고, 생각은 무..

E.A.T. 끝나지 않은 실험 - 2부 _exhibition review

1부(http://aliceon.tistory.com/2975)에서 소개한 것처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했던 은 2000년 이후 E.A.T.의 활동을 다룬 두 번째 회고 전(展)이자 한국에서 E.A.T.를 소개한 첫번째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는 E.A.T.와 관련된 작품 33점과 아카이브 100점이 소개되었고,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 연계 강연과 렉처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왜 1960년대, 냉전의 시대에 E.A.T. 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였던 과 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2부에서는 각 작품의 맥락에 대해서 설명하기 보다 전시의 구성과 이 전시가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첫번째 섹션 ‘협업의..

인간과 기계의 상호매개성: 해럴드 코헨(Harold Cohen)과 아론(Aaron) _Aliceon_Archive

사진 출처: https://calendar.ucsd.edu/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오늘날,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은 매우 가까이 와있다. 그러나 이미지 생성이나 인식, 컴퓨터 비전 등 기술의 성급한 발전에 비해 아직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에 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40년 전, 인간과 인공지능의 예술을 보여준 선구적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럴드 코헨(Harold Cohen,1928~2016)과 그가 개발한 아론(Aaron,1973~2016)은 창작에 있어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매개성을 보여준 선구적인 사례였다. 이들의 협업은 현대적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베를린 독일기술박물관: 기술이 지탱하는 두가지_world report

베를린 독일 기술 박물관(Deutsches Technikmuseum)은 베를린의 남쪽 지역인 크로이츠베르그(Kreuzberg)에 위치해있다. 1982년 교통 기술 박물관(Museum für Verkehr und Technik)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02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발명가로 알려진 콘라드 추제(Konrad Zuse) 아카이브를 시작으로 2003년에는 선박, 항해 기술, 2005년 항공과 우주에 관한 전시 공간을 추가했다. 2015년 와 라는 전시를 개최하면서 음식과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까지 포함하며 범위를 확장했다. 처음 독일기술박물관에 도착한 방문객이 마주하는 것은 건물 위에 올려진 엄청난 크기의 비행기이다. 이 비행기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실제 사용되었던 C-47이라는 군용기이다 (광..

world report 2018.05.29

<Otherly Space/Knowledge >: 감각과 지식 사이에 있는 것들_exhibition review

Otherly Space/Knowledge : 감각과 지식 사이에 있는 것들 지난 3월2일부터 25일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는 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 스튜디오 2와 3, 문화창조원 로비, 볼트 공간 등에서 진행된 전시로, 미디어테크놀로지의 개입이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의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을 다루었다. 데이터 세계와 동시다발적으로 연동되는 지금, 예술은 감각과 지식 사이의 또 다른, 제3의 공간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가? 피어스 바르네크+매튜 비더만, (2015) 가장 처음 만나는 작품은 사운드와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피어서 바르네크와 1990년부터 다양한 매체와 사회환경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매튜 비더만의 작품이다. 어두운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진동이 느껴지는 낮은..

한국 영상예술'人'을 만나다 : [OKULO] 유운성 영화평론가 _Interview

오늘날 영상 기반의 예술 작품은 그 어느때보다 활발히 제작, 유통 그리고 전시되고 있다. 비물질적인 무빙이미지(moving image)는 여타 다른 예술 작품과 다르게 고정되지 않고 여러 미디어를 유영한다. 영상 예술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장르가 되었음에도, 영상 예술에 대한 비평의 장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앨리스온에서는 영상 예술의 지형을 보다 비평적으로 조망하고자 여러 영상예술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영상예술 비평지 [오큘로 OKULO]의 발행인 유운성 평론가를 만나 [오큘로]의 활동과 함께 그가 지적하는 국내 비평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유운성 선생님. 우선 앨리스온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저는 2001..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_aliceview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최근, 다양한 기술 매체와 결합한 미디어아트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흐름이자 실험적으로 예술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말 그대로 매체와 예술이 적극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지칭하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분야이다. 다만, 기술 매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예술과는 그것의 소장 형태 및 유통의 방식이 상이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특히 디지털에 기반을 둔 예술 작품들은 물질적 형태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제목의 본 아티클은 지난 2017년 9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review/Aliceview 2018.02.20

‘형식 format’이 태도가 될 때 : gif 30주년을 기념하며 _aliceview

※이 글은 다수의 gif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gif의 역사 오늘날 인터넷 밈(meme)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그래픽 파일 형식인 GIF(그래픽 인터체인지 포맷,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gif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업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컴퓨서브(CompuServe)가 1987년 5월 28일에 발표한 것이었다. 당시 gif는 jpg보다 압축률은 떨어지지만 같은 색을 표현할 때 용량이 훨씬 적고 이미지가 잘 깨지지 않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때 개발된 gif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gif의 대표적인 특징인 ‘애니메이션 루프’는 불가능했다. 2년 뒤, 1989년 개발자 스티브 윌하이트(Steve Wilhite..

review/Aliceview 201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