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85

Gramophone, Film, Typewriter_book review

매체이론이나 매체예술에 관한 논의에서 새로운 매체의 속성을 규명하는 것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매체연구가 지나치게 매체 자제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매체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매체가 그 시대 사람들의 사유방식과 인식체계 그리고 역사사회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독일의 매체 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A. Kittler) 역시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한 매체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들이 그 시대의 역사사회적 변혁와 새로운 담론형성의 토대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 미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

나의 사랑 씨네마, 김수용_book review

나의 사랑 씨네마, 김수용, 씨네21, 2005년. 이 책은 1958년 로 데뷔하여 2000년 에 이르기까지 109편의 한국영화를 찍었던 김수용 감독의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다. 어색하지만 우리들은 김수용 감독의 처절한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하나의 기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군사독재정권 하의 강력한 통제 대상으로 검열을 통해 한국영화들이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결국 강화된 검열정책에 항의해 1986년 를 끝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김수용 감독의 참담한 기록들, 그리고 “나는 말하였고 내 영혼은 구원 받았습니다”라는 희망을 이 책은 담담히 이야기한다. 한국영화사를 논할 때 많은 이들이 1965년부터 70년대까지를 한국영화의 전성기로 본다. 지금 대중들에게는 ..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_book review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 서울:프로네시스, 2007 체코 작가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부정하고 싶은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는 세계를 미학적 이상으로 가지는 것, 이러한 미학적 이상이 ‘키치(Kitsch)’라고 말한다. 즉, ‘부정’을 통해 존재를 외면하게 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 키치의 의미라고 정의 내린다. 꽤나 단순하고 편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르는 이 ‘부정’에 숨어서 우리는 어떠한 것을 손쉽게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어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모르는 척’ 넘겨버리곤 한다. 그건 사람에 대한 감정이던지, 일로 인한 스트레스라던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delete - 내 삶 속에서 정보 지우기, 전병국_book review

delete - 내 삶 속에서 정보 지우기, 전병국, 21세기 북스, 2004 정보information. 우리는 주위의 정보를 통해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우리의 환경 자체이기도 하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정보를 무수히 흩뿌려 놓았다. 그리고 인터넷은 우리를 통째로 정보의 바다 속에 퐁당 빠뜨려버렸다. 수동적으로든 능동적으로든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정보바다 속에서 허부적대며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에는 먹을 물이 귀하고 바다에는 먹을 물이 없다.’(본문 p14) '정보속의 지혜'라는 것은 책을 읽고 대화를 통해 얻던 고전적 시대의 이야기이다. 지..

Design Noir: The Secret Life of Electronic Objects_Anthony Dunne & Fiona Raby_book review

Design Noir: The Secret Life of Electronic Objects_Anthony Dunne & Fiona Raby, hertzian space, 2001 웨이블 버블이라는 장치는 개인에게 필요한 최소 공간(약 반경 2미터) 내에서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장치의 버튼을 눌러 핸드폰 신호를 방해하여 통화를 불가능케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는 여러 곳에서 전시 되었을 뿐 아니라 논문으로도 발표되었는데 언뜻 보면 전혀 실용적이지도 않고 시장원리에 충실하지도 않은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류의 작업이었지만, 필자 역시 이 같은 작업으로 남을 설득시키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짧게 동기를 적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하이테크네 High Techne, R.L.러츠키 _book review

하이테크네 High Techne, R.L.러츠키, 시공사, 2004 우리의 일상은 모두 테크놀로지에 의하여 포위 되어있다. 우리는 언제나 테크놀로지를 통하여 모든 것을 향유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이야기하고 테크놀로지를 통해 학습하고 ,일하고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태초부터 테크놀로지와 같이 생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같이 생활하고 자연을 개척하는 인간의 모든 삶과 문화는 인간이 도구를 든 순간부터 테크놀로지의 역사였는지도 모른다. 전시대의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생활을 매개 하는 것이었다면 포스트 모던 시대의 테크놀로지는 소통의 문제와 더 가까워져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물리적 삶에 대한 문제들의 해결책들이 나타난 이후 우리는 미디어와 같은 소통의 문제에 우리의 테크놀로..

Digital Art History, edited by Anna Benthowska-Kafel..._book review

Digital Art History, edited by Anna Benthowska-Kafel, Trish Cashen and Hazel Gardiner, CHArt Publications, 2005 이 책은 책 제목(Digital Art History)이 시사하듯, 컴퓨터의 보급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정보 기술들과 예술의 결합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며, 현재의 예술이 이전까지의 예술과는 달리 ‘디지털’ 이라는 형식의 이해와 더불어 진행되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책을 출한한 ‘CHArt’는 매년 디지털 문화 혁명과 더불어 변화하는 예술에 관한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CHArt는 컴퓨터에 열광한 예술과 디자인 사학자들에 의해 1985년 설립되었는데, 매년 관심있는 뮤지엄..

The New Everyday: Views on Ambient Intelligence, Emile Aarts and Stefano Marzano외 90인_book review

The New Everyday: Views on Ambient Intelligence, Emile Aarts and Stefano Marzano외 90인 테크놀러지자체는 좋고 나쁨을 강요하지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이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되거나 부정적이 된다. 그 이유는 테크놀러지로 구현 가능한 모든 것들이 사실 꼭 인간이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스테파노 매르재노 (Stefano Marzano) 필자가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The New Everyday라는 책이다. 실제 인터랙티브한 미디어아트 작업과 스마트한 홈 관련 연구를 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참고가 되었기에 본지에 소개한다. 이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많은 연구들..

New Media Art, Mark Tribe & Reena Jana _book review

New Media Art, Mark Tribe & Reena Jana, Taschen, 2006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번 나를 기쁘게 하는 메일이 있다. 바로 아마존닷컴amazone.com에서 보내주는 미디어 신간들을 소개해주는 메일이다. 사용자user가 원하는 책을 어쩌면 이리도 잘 찾아다 배달해 주는지 메일박스를 열 때마다 가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작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감동을 또 한번 느낀 때가. 먼저 지은이의 이름이 눈에 띈다. 마크 트라이브Mark Tribe? 일주일에 서너 번은 들르는 뉴미디어아트를 위한 웹 커뮤니티, Rhizome.org의 디렉터이자 작가로, 뉴욕을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의 큐레이팅을 보여주기도 하여, 종종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이었다. 지은이 이름만으로도 쇼..

열린예술작품, Umberto Eco_book review

움베르트 에코 Umberto Eco저 / 조형준 역 / 새물결 / 2006 『열린 예술 작품』은 에코가 기호학으로 선회하기 이전인 1958년에 개최된 국제철학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열린 작품의 문제」를 계기로 현대 문학과 예술에 관해 쓴 주요한 글들을 1962년에 단행본으로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이래 에코의 사고는 다양하게 발전되어 가는데 특히 초기 저술에서 후기 저술까지 총체적이고도 본질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연속성을 주목할만하다. 『열린 예술 작품』은 에코의 연구가 지닌 연속성의 시발점이 되면서도 이를 동시대의 문화 전반에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저서로 지목된다. 특히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예술의 ‘개방성’은 예술의 복수성과 다수성, 다의미성 그리고 문학에 대한 해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