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46

천경우 개인전 <Being a Queen>_exhibition review

내가 만약 당신이 단지 궁금하다고 해서"당신 집을 방문해 당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싶군요."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 말은 사람들이 "당신 미쳤군" 이라고 말할 것 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그들은 극도의 방어적인 자세를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일종의 허가서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기 바라는데 그것은 응당 받아야 할 일종의 합리적 관심이다._ 다이안 아버스 '초상사진'이라고 하면 누군가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7일부터 6월 5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경우의 전시 속 초상사진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의 초상 사진들..

전시된/아카이브된 신체들_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개인전_exhibition review

센세이션이라는 주제나 방식은 현대 예술에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진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이미 소를 절단한다던가, 코끼리 똥을 사용하여 성모 마리아를 그리는 등 자극적 시도들을 하지만, 센세이션들에 익숙해진 관객이 이를 직접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뉴욕의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아티스트는 현존한다” 전시는 많은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 작가는 3개월이라는 전시 기간 내 오프닝 시간 동안 2층의 로비에 작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원하는 관객은 누구나 작가와 맞은편에 원하는 시간만큼 침묵 속에서 아브라모비치의 눈을 바라보며 일종의 에너지를 교류한다. 어떤 이는 한번에 3시간씩 앉기도 하고,..

현실이 배어든 삶의 색을 밝히다_함양아 개인전_exhibition review

형용사적 삶 > 넌센스 팩토리 Adjective Life in the Nonsense Factory 함양아 개인전, 아트선재센터, 2010.3.5 ~ 4.25 세상의 많은 것들이 형용사로 묘사된다. 그 가운데 ‘인생’ 혹은 ‘삶’ 이라는 말만큼 다양한 형용사와 짝을 이루는 것이 또 있을까? 누군가는 인생을 아름답다고 했고, 혹자는 잔혹하다고 했다. 살맛 난다고 하는가 하면 더럽고 진절머리가 난다고도 한다. 싱그러움으로 터질듯한 초록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아무 맛도, 향도, 촉감도 없는 회색으로 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과연 어떤 형용사로 표현될까? 내 삶에는 내가 처한 현실의 색이 배어있고, 또한 내 삶의 색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물들인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 함은 복잡다단한 타인과의 관계 ..

편안하고 쉬운 접근 - <네 개의 얼굴>전_exhibition review

올해 서울은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이며, 또한 각종 미디어 관련 행사들이 앞다투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이는 해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어 수많은 미디어 설치물들이 서울 도심을 수놓는 가운데 서울 안의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채널 중 하나인 한빛 미디어 거리의 한빛 미디어 갤러리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 전이 열렸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미디어 아트는 다음과 같이 인식되는 듯 하다. 기술(technology)를 사용하는 예술작품. 실제로 강남대로의 미디어 폴,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한빛 미디어 거리 등의 도심 내 미디어 설치 행사나 인다프(indaf),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 미술관, 코리아나 미술관 등 대형 기관에서 진행된 미디어 관련 전시에서 보여진 대부분의 전시는 기술..

표면문화를 넘어서 (Beyond Surface Culture)_exhibiton review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미지'란 모든 영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이란 감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현대미술에선 거대한 자본주의 산물과 합쳐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이미지의 강력한 영향은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감, 진정함 그리고 역사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사람의 인식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소개할 '표면문화'를 넘어서(Beyond 'Surface Culture') 展은 20세기 후반부터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정보화의 혁명에 의해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강타한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문화와 디지털 기술들을 접한 사람들이 점점 이미지를 통해 모든 정보를 이해하고 구분하고 결정하는..

저항, 그리고 건강한 담론의 시작_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_exhibition review

조각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동시대 조각에서 목격되는 현상들을 조망해보기 위해 기획된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 은 전시의 제목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전통적인 조각 혹은 조각적인 속성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관념과 지금의 현대조각에서 그에 대한 저항적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경향들이 과연 무엇인지, 아울러 장르의 경계가 어떻게 희석되어 가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전시다. 기본적으로 전시는 전통적인 조각이 지닌 양감, 재료와 더불어 조각이 지녔던 기념비적 속성에 대한 반향이 동시대 작가들의 손끝에서 어떻게 변화, 변주하는지를 살펴본다. 그에 대한 고민으로 전시는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조각의 매스, 덩어리 속성을 관통하고 있는 ‘힘’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는 ‘힘의 자장-불안한’, 전통조각의 재료..

Scenic Sound_제3회 서울 국제 사운드 아트 페스티벌 _exhibition review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0 : 장소특정적 소리, KT&G 갤러리 상상마당, 2010.1.8~2.10, 공간 해밀톤, 2010. 1.8~1.31 장소특정적 소리(Sound Specific)를 주제로 다룬 이 전시의 리뷰를 쓰기로 결정하고, 스스로 내 주변의 장소 특정적 소리에 집중해 보는 실험을 감행해 보았다. 이 실험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는 어떤 특별한 녹음 장치도, 사운드를 처리할 툴이나 능력도, 그리고 그 소리를 재생할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실험은 다분히 관념적인 차원에 머물고 만다. 압구정 역에서 홍대까지 한강을 가로질러 서울 도심을 통과해 달려가는 버스 안. 아스팔트 도로와 버스의 마찰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우선 압도적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음은 균일하고 안정적이 되..

[기획리뷰] 문화원형을 활용한 융합형 감성미디어아트 展, 2010.01.13-24

우리가 사용하는 문화'한류'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 현상에 대한 주목도 높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문화수입국이지 수출국은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했기에 더 그랬습니다. 당시처럼 안방에 놓인 TV나 책상 위에 놓인 PC가 아닌,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작은 디지털 제품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도, 우리에게 향유하는 문화나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국가'나 '민족'적인 자의식이 강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다양한 재료를 잘 배합하는 '비빔밥 정신'에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눈 앞의 새로움이 넘칠 때, 등 뒤에 지난 것을 되돌아보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비단 특정 국가나 민족에 속한 개인이라는 정체성의 근거로 삼지 않더라도 ..

소리기호 연습 1장_exhibition review

Carpenters의 음악이 전시장 저 아래로부터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편안한 그들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착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무척이나 귀에 익은, 하지만 가사는 물론이고 제목조차 알 수 없는 이 음악을 어찌하여 이 전시장으로 가져왔는지는,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기호연습의 지침들을 따라가 보며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영은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소리(또는 음악), 텍스트, 설치, 그리고 퍼포먼스와 같은 형식들 혹은 소재들이 떠오른다. 특히 소리와 언어는 작품의 중심이다.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만큼이나 포괄적이고 유보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사운드 아트’라는 범주, 혹은 장르를 생각해볼 때, 김영은의 작업에서 소리는 언어와 관계를 매고 있다. 소리는 언어의 한계, 즉 언어가 고착화시킨 확고..

67시간의 지적유희-클랏사신_스탠 더글라스 개인전_exhibition review

클랏사신. 1984년 칠코틴 부족 족장인 그는 일군의 전사들을 이끌고 자신들의 영토를 가로질러 해안도로를 건설하려는 백인 노동자들을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일으켰다. 그 후 백인들의 추적을 피해 다니며 저항했지만, 결국 붙잡혀 일곱 명의 부하와 함께 포로가 되었다. 클라사신을 포함한 다섯 명은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해졌고, 두 명은 풀려났으며, 한 명은 호송도중 탈출에 탈출해 다시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 사건이 스탠 더글라스의 의 단초가 되었다. 스탠 더글라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05년 슈트트가르트 슈타츠갤러리와 뷔템베르기셔 쿤스트페어라인에서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릴 만큼 국제무대에서는 이미 그 인지도가 확고한 작가이다. 국제적인 인지도에 비해 국내에 본격적인 소개가 늦어진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