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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노이즈, 텔레노이아적 유토피아 : 석성석 _AliceOn_Archive

Scene #1 기술에 대한 편집증적 사유 일종의 편집증일까. 석성석의 작업은 지속적이고 완고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불필요한, 어쩌면 매우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이러한 의심은 그의 작업에 있어 본질적 작동 기재가 된다. 그는 과거로부터 매체 실험적 작업을 지속하여 왔다. 때로는 매체 그 자체의 매질[媒質]로부터, 때로는 그러한 매체가 상징하는 의식적 수준에 관한 실험이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하이-테크놀로지가 아닌 로우-테크에 가까운 것이었고, 디지털적 변환에 도달하지 못한 그것이었다. 이는 다분히 의식적 선택이다. 아직 그러한 변환과 전개를 따라가기에는 이전 기술에 대한 사유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 기술로부터 현재의 기술을 가늠하고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 기술의 역사가 말해주..

인간과 기계의 상호매개성: 해럴드 코헨(Harold Cohen)과 아론(Aaron) _Aliceon_Archive

사진 출처: https://calendar.ucsd.edu/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오늘날,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은 매우 가까이 와있다. 그러나 이미지 생성이나 인식, 컴퓨터 비전 등 기술의 성급한 발전에 비해 아직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에 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40년 전, 인간과 인공지능의 예술을 보여준 선구적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럴드 코헨(Harold Cohen,1928~2016)과 그가 개발한 아론(Aaron,1973~2016)은 창작에 있어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매개성을 보여준 선구적인 사례였다. 이들의 협업은 현대적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정지와 운동의 역설 : 이이남의 사건들 _AliceOn_Archive

과거로부터 예술은 일종의 가상적 사건이었다. 동굴 속에 황소를 그려 넣을 때에도 그 황소는 당시 그린 이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미지로서 기능했고 또한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도 황소는 그저 벽에 그려진 대상을 넘어 실제 황소를 그 장소에 현전시키는 마법과 같은 환영으로 존재했다. 우리가 이러한 사건을 예술이라 규정하는 이유도 그것이 어떠한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다양한 상상력이 더해진 무한한 사유의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에 있어 이미지가 정지해 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지의 운동은 사유의 확장을 저해하는 반-사유적 요소로서 취급되기도 하였다. 일찍이 초기 영화의 놀라움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보는 이들..

헤켈과 라포스키(Haeckel & Laposky) : 정보에 대한 미적 자극의 시작점 _AliceOn_Archive

* Ernst Haeckel, Kunstformen der Natur, Tafel 85, Ascidiae, unicellular radiolarians, 1899~1904 우리가 이야기하는 미디어 아트, 특히 대다수 작품이 성립하는 필요 충분 조건이 된 '디지털'과 관련한 디지털 아트의 시작을 보려면 어느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까. 우선, 디지털은 정보를 다루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정보로 변환과 표현이 가능케하여 정보로서 다룰 수 있게 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즉 정보를 다루고 감상하는 감수성의 출발점이 바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시작 지점일 것이다. 일단 그 대상이 예술이니만큼, 미적인 부분의 시작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아트의 미적 기초를 찾으려면 예술 영역에서의 모더니즘의 미적 전통을 ..

아람 바르톨(Aram Bertholl) : 디지털 미디어의 전면화에 저항하다 _AliceOn_Archive

디지털 미디어는 과거의 미디어를 흡수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메타 미디어로서 과거의 미디어를 재매개한다. 다분히 새로운 미디어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분해해보면 과거 우리가 사용해왔던 몇몇 미디어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재매개, 즉, 흡수와 통합은 미디어의 근본적 성질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가속화된다. 디지털은 0과 1, 두 숫자들의 집합으로 우리 세계를 코딩한다. 따라서 물리적 근거를 지닌 과거의 것들은 지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추상적 기호 덩어리로 변환된다. 우리는 이로부터 매우 기능적이고도 편리한 쾌적한 미디어를 마주하게 되었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혹은 공간적 한계에 묶여있던 미디어는 이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한다. 독일 출신의 작가인 아람 바르톨(Aram Ba..

료이치 구로카와・히로시 마토바・반성훈의 <노드 5:5> : 감각의 블랙박스 _AliceOn_Archive

0. 는 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이 2016년 선보인 작업이다. 이 작품은 몇 가지 측면에서 10년 전 매체예술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째 대형기관이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며, 둘째 그에 따른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 작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매체예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기를 끌었던 만큼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는 매체예술의 성격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매체예술에서 기술은 무엇인가, 기술적 숭고는 어떠한 의미인가. 1. 오랫동안 기술은 크기를 지향했고, 역사적으로 기술의 성과는 크기로 가늠됐다. 건축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고딕건축이 돌로 만든 날개(부벽)를 통해서 부상하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자. 질료의 한계는 언제나 돌파의 대상이었고, 크기는 그것의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