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639

라운드토크: 당신의 제로원데이Zer01ne day는 어땠나요? _aliceview

ZER01NE DAY(이하 제로원데이)가 올해로 2회차를 맞이했다. 제로원은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예술가, 기술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모이는 장을 만들어 문화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미래를 고민해 나가는 플랫폼이다. 이들이 1년간 고민한 결과를 선보인 제로원데이는 여러모로 관심을 두고 보아야 할 행사였다. 가능성을 타진해보며 예술가와 기술자, 창작자들의 이목을 모았던 1회차에 이어 이번 2회차는 어떤 풍경을 조성해냈을까. 행사를 관람한 에디터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느낌과 관점을 모아보았다. 2회 차 허대찬(이하 허): ZER01NE DAY(이하 제로원데이)라는 페스티벌이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올해가 2회차죠? 1회까지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대중들의 시선이 닿지는 못했고 제로원의 크리에..

review/Aliceview 2020.01.16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곳, 유토피아 _ 토마스 시라세노 개인전 _exhibition riview

토마스 시라세노(Tomás Saraceno)는 오늘날 환경과 기후문제를 고민하며 거미를 소재로 삼아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이번 갤러리 현대에서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지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보여줬던 그의 작품들과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보여준다. 토마스 사라세노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1973년 아르헨티나 투구만에서 출생한 그는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한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아 가족 전체가 유럽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의 가족은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에서 살며 몇 백 년 된 집의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고 ‘과연 집의 진짜 주인이 누구일까?’ 상상했다고 한다. 이후 12살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고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

통제받거나 혹은 통제하거나, 현실의 알고리즘 해킹하기 / Random International : Out of Control, 부산현대미술관 특별기획전 _exhibition review

오늘날 현실이 매우 허구적인 공정을 통해 우리에게 도착하고 있음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텔레비젼과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접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메시 지를 송신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너머로 상대방을 가늠해야 하며 심지어 자연적인 것조차 인 공의 체를 통해 다시금 매개한다. 따라서 누군가 현재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그것의 현재성 및 인공성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기술과 매개 작용에 관한 서술이 필요하다. 어느새 우리는 기술에 의해 매개된 인공적 현재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술 매체를 이용하여 현실을 매개할까? 현실은 어떠한 측면에서 기술에 의해 매개 되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의 답은 결국 기술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서 찾을 수 있..

나를 잠식해버린 가면 뒤의 현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 Show Me Your Selfie_exhibition review

2019년 7월 17일부터 10월 6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Show Me Your Selfie] 전에서는 고양과 베를린 두 도시가 협력하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8인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엮었다. 행사 명 앞의 '영상 미디어아트 展'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영상작품이 전시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는 2013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하였다. 우리에게 셀카로 더 익숙한 셀피라는 단어는 자가 촬영 사진, self-portrait의 줄임말로, 2000년대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하였으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당시에는 전년에 비해 사용 횟수가 17,00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에 대표성을 확..

결정된 승리 - 작가와의 감성추론게임 하비에르 마틴 개인전_exhibition review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가에타노 카니자(Geatano Kanizsa)는 1955년 흥미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카니자의 삼각형(Kanizsa Triangle)이라고 불리는 이 이미지는 집게발 형태의, 마치 팩맨 같은 원형 도형의 배치를 통해 삼각형을 그려낸다. 여기에는 삼각형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3개의 선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 꼭짓점을 감싸고 있는 팩맨 도형이 만들어낸 형상 없는 삼각형을 너무나도 명확히 인식 ‘해낸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공백에 대하여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그것을 채운다는 것이다. 이것은 멈출 수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연상 시스템이다. 해야 한다고 마음먹어야 진행되는 의지의 문제 이전이다. 무언가를 채우는 것, 형상을 만들고 의미를 만드는 ..

며칠간의 실험에 대한 보고서 - 공유언어로서의 소리탐색 _aliceview

근래 주변에서 융복합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술과 다른 영역과의 만남과 그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시도는 반복 진행되어왔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2005년부터 대전 FAST(Future of Art, Science and Technology)라는 예술-과학간 융합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금천예술공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다빈치 크리에이티브(Da Vinch Creative)라는 융복합 예술 작품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한예종은 2008년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 교육(U-AT, Ubiquitous Art and Technology)을 시도한 전적이 있다. 2010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의 발표행사에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한 것은 융복합이라..

review/Aliceview 2019.07.04

검색, 사전을 삼키다_book review

이전 직장에서 ‘검색’은 공적인 하루 업무 중 하나였다. 언론인의 꿈을 안고 들어간 모 통신사의 이슈팀에서 인턴 기자로 일을 시작한 첫 날, 나는 펜을 무기 삼아 현장을 누비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너 쪽으로 정리된 얄팍한 기사 작성 매뉴얼을 손에 들고 나서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됐다. 우리의 취재처는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의 기자실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디시인사이드, 네이트판과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나 오유(오늘의유머), 인스티즈, 엽혹진(엽기혹은진실), 디젤매니아, 파우더룸, 아이러브싸커 등의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말하자면, 회사가 우리에게 기대한 것은 현장 취재가 아니라 ‘검색어 대응’과 ‘어뷰징’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1위부터 10위까지 ..

노웨어(nowhere)가 아니라 지금, 여기 (now here) : 에레혼 EREWHON _book review

사진 출처: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3/02/erewhon 에레혼 EREWHON』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활동한 소설가이자 사상가,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ler, 1835~1902)의 1872년 소설이다. 새뮤얼 버틀러는 목사가 되길 바라는 가족을 떠나 뉴질랜드로 이주해 성공한 목축업자기도 했다 (버틀러는 뉴질랜드의 황무지에 목장을 만들고 양치기 생활을 했다). 버틀러는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종의 기원』을 읽고 매료되어 그에 관한 글을 발표하고 다윈과 편지로 대화하기도 했으며 음악과 작곡에도 재능이 있었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버틀러의 『에레혼』, 특히 다윈의 진화론을 기계에 대입한 ‘기계..

디지털 생명 기술시대에 인간은 무엇일까 :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_book review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 신체변형 미술과 바이오아트_book review 디지털 생명 기술시대에 인간은 무엇일까.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들은 항상 데카르트의 코기토에서 시작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기술에 의해 침범당한 인간은 이제 정신과 신체의 이분법적 이해로는 쉽게 정의 내려지지 않는다. 신체변형과 증강 등의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술 시대의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의 서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다. 도처에 가상실재와 고도기술 융합기계가 혼재한 현실에서, 우리는 이미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스트휴먼이란 포스트(Post)와 인간(Human)의 합성어이다. ‘탈’을 의미하는 ..

경계없는 세계로의 여정 : 《teamLab★Borderless》_ exhibition review

엡손 팀랩보더리스EPSON teamLab★Borderless チームラボ ボーダレス " 경계 없는 아트 속에 몸을 던져 신체를 통해 세계를 탐색하고, 타인과 함께 새로운 체험을 창조하다. 경계 없는 하나의 세계 - teamLab Borderless " 최근 국내 전시의 동향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어떠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넘는다는 의미를 가진 '탈경계', 그것이 요즘의 이슈인가보다. 오늘날의 눈부신 기술발전에 더불어 다문화주의 그리고 글로벌리즘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의 이면에 감춰진 경계를 알아채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시들이 경계에 주목하는 것 역시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경계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경계를 주목하고 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