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 창작 스튜디오에서 흥미로운 전시를 합니다. 미디어 및 설치가 다양하게 보여질 '물物기척'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누군가가 있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미세한 공기의 떨림, 또는 단지 어딘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인(人)기척이라 한다.
뒤돌아보면 그가 있다. 물론 착각일 때도 있다.
사람을 닮은 석고상에도 인기척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석고상에 누군가가 있을까? 있을 수도 있고, 단지 착각일 수도 있다. 물건이 풍기는 살아있는 듯한 존재감을 물(物)기척이라 이름붙였다.
작품이 인간을 닮거나, 인간을 닮지 않더라도 로봇처럼 움직이고 변화할 때 물기척을 더욱 진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본 전시는 움직임이 있거나 빛의 변화가 다채로운 미디어아트(media art)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품들은 서로의 구분 없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비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저마다 다르게 움직이고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저마다 다른 빛을 낸다. 작품과 작가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전시와 비교한다면, 본 전시는 마치 북새통을 이루는 명동거리처럼 느껴진다. 이는 작품들로 북적이는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물기척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이다.
살아 꿈틀대는 물건들로 가득 찬 방에 초대된 관객을 떠올리며 전시장을 방처럼, 작품을 방안에 놓인 가구나 소품처럼 연출했다. 또한 두 개의 원형 전시장으로 분리된 난지전시실의 특성을 살려, 두 전시장을 서로 대조적인 분위기의 방으로 꾸몄다.
난지 1전시실은 물리적으로 물기척을 드러낸다. 섬세한 기계근육으로 움직이는 권용철의 <Movement project>와, 온몸을 부르르 떠는 헤어 드라이기가 표현된 정승의 <Sans Titre>, 그리고 책상 위에 TV와 분해된 라디오가 놓인 석성석의 <잡음상자_No.0>가 속해있다.
반면 난지 2전시실은 가상적으로 물기척을 드러낸다. 프로젝터로 사물의 움직이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예승의 <CAVE into the cave: Between>과, 가방에 물건대신 TV영상이 들어간 석성석의 <잡음상자_달성공원>, 그리고 영상으로 장식물을 표현한 미성의 <Liquid Crystal>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작품들의 공통점은 미디어아트라는 점뿐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소리, 각기 다른 빛, 각기 다른 움직임에서 발산되는 ‘물기척’이 서로의 물기척과 합해지고 강화되어 온 전시장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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