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14

방송은 게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III: 커뮤니티의 변화, 생태계의 확장 _voice

14. 사실 이런 게임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은 아니다. 상처 받는 게 취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극소수일 테고, 최단기간 ‘클리어’하는 고수를 위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각도에서 응시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첫 번째 조우에서 보는 게임은 스포츠로서 제시됐다. 그러면 두 번째 조우에서 게임은 어떤 것으로 제시될까. ‘엔터테인먼트’다. 게임이 재미가 없어도 보는 것이 재미있다면 방송플랫폼에서 통하지 않을까. 이것은 게임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쾌락과 연결된다. 게임을 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게임방송은 그 ‘노력’을 제거한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어려운 게임을 하면서 ‘멘붕’에 빠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밋거리다. 이..

Voice 2019.12.09

독일 현대사진전 <Presentation/Representation> : 현대사진을 읽는 개념적 필터 혹은 ‘이후의 매체’를 진단하는 리트머스용지 _exhibition review

1. 지난 3월 성곡미술관은 독일국제교류처와 괴테인스티튜트와 함께 독일현대 사진전을 열었다. 여기서 많은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 사진의 스펙트럼을 가늠해 보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통적인 스트레이트 인물사진(알브레흐트 푹스Albrecht Fuchs), 사진을 이용한 혼합설치(클라우스 괴디케Claus Goedicke), 일상적 풍경사진(카린 가이거Karin Geiger), 21세기 아시아판 인물학(니콜라 마이츠너Nicola Meitzner), 아카이브에서 사용되는 사진형식의 작업(페터 필러Peter Piller) 등,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어떻게 현상하는지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의 짧은 역사를 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라는 제목도 이에 호응한다. ‘제시와 재현’은 ..

료이치 구로카와・히로시 마토바・반성훈의 <노드 5:5> : 감각의 블랙박스 _AliceOn_Archive

0. 는 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이 2016년 선보인 작업이다. 이 작품은 몇 가지 측면에서 10년 전 매체예술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째 대형기관이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며, 둘째 그에 따른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 작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매체예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기를 끌었던 만큼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는 매체예술의 성격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매체예술에서 기술은 무엇인가, 기술적 숭고는 어떠한 의미인가. 1. 오랫동안 기술은 크기를 지향했고, 역사적으로 기술의 성과는 크기로 가늠됐다. 건축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고딕건축이 돌로 만든 날개(부벽)를 통해서 부상하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자. 질료의 한계는 언제나 돌파의 대상이었고, 크기는 그것의 증..

익숙한 이미지로 낯선 질문을 던지다 : 김가람 _interview

김가람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이슈들에 대해 퍼포먼스와 참여미술, 설치 등의 다양한 방법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앨리스온에서 주최한 '한국 신진 뉴미디어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 '에 선정된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여오고 있습니다. 이에 본 인터뷰에서는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앨리스온 어워즈 작가로 선정된 이후 새롭고 다양한 여러가지 작품 활동을 진행중이십니다. 작품과 함께 작가님의 소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한 유희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주로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를 이용..

interview/Artist 2017.02.28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두 가지 서사적 양상의 통일 _aliceview

1. 2016년 6월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다. 오랫동안 블리자드가 공을 들였던 만큼 사람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았다. 사람들이 기대를 했던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블리자드는 게임도 잘 만들지만, 시네마틱 영상을 잘 뽑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게임영상을 언급하면 언제나 블리자드가 제작한 영상들은 반드시 등장한다. 영화처럼 길지는 않지만 단편영화에 준하는 완성도를 언제나 자랑했다. 그런 곳에서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으니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후 ‘와우’로 표기)는 게임계의 밀리언셀러다. 전성기 시절은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겼으며 2014년 기준 누적 사용자 수가 1억을 육박한다. 일정한 인구, (가상의) 영토, 공유하는 문화 등, 과히 국가에 준하는 공동체라..

review/Aliceview 2016.12.07

개념과 감각의 과잉 : 갤러리 루프 <컬러 쉬프트> _exhibition review

1. 갤러리 1층에 설치된 로스 매닝의 몇 가지 작업을 보고서 내려간 지하, 어둠이 짙게 착색된 곳인 만큼 모든 감각을 또렷하게 벼려낸다. 여기서 감각의 주인은 소리다. 킷 웹스터의 의 효과다. 똑딱 하는 시계소리가 귀가를 단순하되 단단하게 맴돌며, 소리의 ‘현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렇게 잠시 청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정면을 응시하면, 추상적인 괘종시계 형태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시각의 집요한 욕망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관철되며, 소리의 현전은 어느새 시각에 포박된다. 다채롭게 변주되는 삼각형 기둥에 진자추가 오고가는 형상은 똑딱 하는 소리의 운동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보거나 마치 보는 것 같고, 따라서 소리가 영상으로 번역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Kit WEBSTER, Phaseshift,..

지각과 주의: 심리생리학적 인간의 탄생 읽기 _book review

지각과 주의: 심리생리학적 인간의 탄생 읽기 Jonathan Crary, Suspension of Perception: Attention, Spectacle, and Modern Culture, MIT Press, 2001 초등학교 입학식 광경을 보노라면, 일대 장관이 벌어진다. 일찍이 줄이라곤 서 본적이 없던 개구쟁이들은 그들대로 어리둥절한 몸짓을 남발하고, 이런 인간들을 제대로 줄을 세워야 하는 선생님들은 또 그들대로 난감한 실랑이를 치르기 일쑤다. 이때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이 바로 ‘주목’. 한시도 쉬지 않던 눈동자는 이때부터 선생님의 눈짓, 몸짓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이때부터 그들은 조금씩 ‘인간’으로 단련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간이 되는 길이란, 멀고도 험하기 마련, 그들은 마르고 닳도록 ..

[김상우의 과학・소설 읽기] 집행인의 귀향: 매체-인공지능-주체, 디지털 존재론_2부

“인간은 진정한 창조주가 될 수 없거든. 단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배열할 뿐이야. 오로지 신만이 창조할 수 있지.” 5. 주인공은 ‘고장 난 기계’를 수선하기 위해서 행동에 나선다. 돈에게 의뢰한 사람은 정치가로 변신한 브록덴, 그가 의뢰한 내용은 단순했다. 행맨이 프로젝트 관련자들을 찾아내 복수하고 있는 것 같으니, 진상을 파헤쳐 달라는 것이었다. 외계에서 돌아온 흔적도 발견됐고, 사업가로 변신한 번즈도 살해됐기 때문에 혐의는 더욱 짙었다.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려면, 행맨프로젝트 관련자들을 탐문하는 게 순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첫 번째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의 레일라를 찾아간다. 레일라는 브록덴과 의견이 달랐다. 브록덴의 생각은 망상이며, 행맨의 복수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

Voice 2013.11.23

[김상우의 과학・소설 읽기] 집행인의 귀향: 매체-인공지능-주체, 디지털 존재론_1부

로봇은 입력된 프로그램을 따라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야. 행맨이 로봇과 다른 건 자기가 알아서 판단한다는 점이지…단지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었던 거지. 1. 생체정보를 포함해 모든 게 전산화된 미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존재다. 자신의 의지로 네트의 세계에서 적극적인 망명자가 된 탓이다. “당시 나는 어떤 결단을 내렸고, 전자적 데이터로 이루어진 이 2차적인 세계의 시민권을 자동으로 받는 일이 없도록 미리 조치했다.” 그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인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신원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 대규모 전산화 계획이 실현되기 전에 알던 사람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망명자 신세 덕분에 기묘하게 현실과 통하게 된다. “특수하고 민감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인간으로든 ..

Voice 2013.10.01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 미디어키즈의 로맨스 혹은 블루스 _book review

: 미디어키즈의 로맨스 혹은 블루스 “나의 세 개의 머리는 완벽하게 작동하면서 이 세계를 철저하게 구축했다…나는 줄곧 이 안주의 장소에서 탈출하려고 하지 않고 매일매일 관대와 성실과 정직과 놀았고 여자와 연애했고, 시시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만일 내가 영원히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 첫째 거대서사가 소멸한 탈근대 시대에서 서사는 어떻게 바뀌며 어떻게 존재하는가. 둘째 그렇게 변화된 서사를 어떠한 개념을 통해서 독해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분석하면서, 아즈마 히로키는 이른바 ‘오타쿠의 실존적 문제’까지 건드려 보자고 제안한다. ‘오타쿠의 실존적 문제’라고 하면,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