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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인간 종의 비극적 서사시 _book review

인간에 대해 논하는 책은 많다. 모든 인문학이, 문화가, 예술이 인간으로부터 시작되며 인간이 소비하고 즐긴다. 그렇다면 ‘종’이라는 부분은 어떨까.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유발 하라리의 는 "우리를 지칭하는 ‘인간’은 하나의 종이 아니었다" 라는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지구에 퍼져 있던 인간종 중 우리의 직계 조상인 '사피엔스'는 실로 타고난 잔혹한 정복자였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고 있던 형제 종들을 모두 절멸시키고 스스로의 숫자와 활동 영역을 불리며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 결국 사피엔스의 뒤에 남는 것은 사피엔스 자신과 자신이 사용하고 다룰 몇몇 종들 뿐이었다. 동등하거나 신체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가진 사피엔스가 그의 형제 종, 그리고 여러 대형 동물종을 멸종시키거나 복속시킬 수 있던 이유는 ..

나쁜 주체들이 꾸미는 미래 기획: 뉴아트행동주의 _book review

오늘날 뉴 미디어를 사용하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아방가르드(Avangarde)'는 전위 부대를 가리키는 군사용어에서 온 것이다. 초기의 아방가르드는 순전히 군사적 용어로만 쓰였지만, 프랑스의 사회주의 혁명가인 생 시몽이 아방가르드는 ‘인습적인 권위와 전통에 맞서며 사회의 발전을 앞당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게 되었다.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아방가르드는 남들 보다 앞선 것, 진보를 의미했고 정치적 급진주의를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방가르드는 고정된 개념은 아니다. 아방가르드는 당연하게도 시대를 달리하며 표현방식의 변화를 겪어왔다. 글의 서두에서 오늘날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모습을 그려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뉴아트 행동주의: ..

e-magazine? digital magazine?_aliceview

e-book의 재등장. 작년과 올해의 커다른 이슈 중 하나는 e-book 디바이스였습니다. amazon kindle이 촉발시켰고 apple의 ipad가 기름을 끼얹은 모습을 한 이번 흐름은 처음 시도된 흐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90년대 후반 네그로폰테의 Being Digital이 3.5인치 디스켓에 담겨서 e-book개념에 포함되어 판매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 몇몇 도서가 이북의 이름을 달고 출판된 적이 있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컴퓨터에서 책을 본다는 것에 대한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컴퓨터가 발달하고 담을 수 있는 것,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굳이 책의 이름을 달거나 책의 형태를 가질 필요 없이 내용(contents)을 전달하는 것이 일..

review/Aliceview 2010.04.07

문자문학에서 전자문화로_최혜실_book review

문자문학에서 전자문화로 : 매체는 진화하고 이야기는 태어난다 최혜실 지음. 한길사, 2007. 우리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벌어진 ‘말의 술래잡기’를 알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피켓에는 풍자와 익살이 가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집회 해산 명령에 “노래해”라고 대답하고 물대포를 맞으며 “온수”를 외쳤다. 집회 현장에서는 으레 이성적이고 무겁고 투명한 말들만이 오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정부의 직설법에 다양한 수사법으로 응답했다. 감성적이고 가볍고 꼬인 말들, 중·고등학생들이 쓴 소의 탈, 젊은 엄마들이 밀고 나온 유모차와 전경 버스에 밧줄을 매 끌어당긴 넥타이 부대의 제스처, 그들의 몸의 꾸밈과 움직임, 모두의 손에 들린 촛불이라는 여러 언어들이 이성적이고 무겁고 투명한 ‘..

컴퓨터 예술의 탄생_book review

관람자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니터에서 여러게의 숫자와 선들이 일정한 규칙을 니닌듯 지니지 않는 듯 바삐 움직이며 궤적(軌跡)을 만듭니다. 그 모양이 마치 능숙한 화가의 붓놀림 같기도, 이제 막 태어난 생명체의 움직임 같기도 합니다. 그때쯤 드는 의문 한가지. 그렇다면 이 작품의 작가는 작가 본인인가, 아니면 프로그래머 인가, 그것도 아니면 컴퓨터 자체인가? 점점 더 기술이 발전하고 빠른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들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반응 속도와 처리 능력으로는 컴퓨터가 인간을 앞선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으로는 따라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인간의 '예술적 감흥'을 여러가지 우연적인 변수와 난수의 조합으로 '흉내'를 내는 기술도 개발된 현실입니다. (물론 그것이 인간의 것과 같은가...

컴퓨터 예술의 탄생

오늘은 요즘에 읽고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거...이렇게 글을 시작하니 외판원이 된 듯한 기분이군요 ^^;;) 가와노 히로시(川野洋)가 쓰고 진중권씨가 번역/엮은 이 책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컴퓨터 예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컴퓨터가 주체적으로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지요. 여지껏 '컴퓨터예술'이라 하면 작가가 컴퓨터를 '이용'해 마치 캠퍼스에 새로나온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정도로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생각 또한 틀린 말이 아니지요.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가 예술을 주도하는 형태의 작업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요. 네, 바로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진중권씨가 단순히 이 책의 번역자가 ..

live!/art & news 2008.06.25

매체, 매체예술 그리고 철학_박영욱_book review

매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물체’를 말한다. 미술 쪽에서는 ‘회화, 조각 따위에 쓰는 재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주로 회화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안료를 섞는 액상의 물질’ 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매체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매체는 인간이 탄생했을 때부터 우리 생활 중심이 서 있었다. 이렇게 인간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매체는 한 번도 철학적인 관점에서 해석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매체가 점점 등장하고 범위도 급속도록 넓어지면서 매체를 단순히 무엇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으로 매체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소개할 책 『매체, 매체예술 그리..

구글과 예술가가 만나다.

항상 신선한 시도로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구글이 맞춤형 검색 서비스인 iGoogle에 예술가들의 테마를 설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iGoogle 런칭 때부터 지원되던 테마 서비스에 유명 디자이너-예술가들의 테마를 적용하게 된것인데요. 권기수, Snowcat, 안상수 등의 국내 유명 디자이너-예술가는 물론, Dolce & Gabbana , Jeff Koons, Philippe Starck 등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 하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nowcat 테마가 맘에 드네요. ^_^ (테츠카 오사무 테마도 있군요! *_*) 페쇄적이고 화려하기만한 국내 포털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웹 2.0을 도입하고 있는 구글. 예술가들이 준비한 다양한 테마의 적용을 통해 자신만의 포털을 만들어 보는건 어떨..

live!/art & news 2008.04.30

박진호, 기억이 서사이고, 사람이 공간이다_interview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만큼의 기억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우리의 경험과 그 경험 속의 시,공간은 어떻게 서사적으로 구성될 수 있을까? 앨리스온 4월호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사람'을 매개로 '공간과 서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박진호를 만나보았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그의 연극적인 삶, 그리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Aliceon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앨리스온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시작했습니다. 회화과를 다니는 동안에는 그림도 열심히 그렸지만, 주로 연극과 퍼포먼스를 배우는데 열중해서 ‘미끼’ ‘회로도’등의 퍼포먼스 그룹을 만드는데 간여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유진규 선생의 영향으로 마임에 빠져 동..

interview/Artist 2008.04.15

비디오게임_제임스뉴먼_book review

세계 비디오게임 산업의 규모는 1998년을 전후하여 영화산업의 규모를 앞지르면서 지금까지 동시대 최대의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비디오 게임에 대한 미학적, 철학적인 연구는 그에 걸맞지 않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동안 비디오게임에 관한 논의는 주로 유아 및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해악을 미치는가와 같은 심리학적 측면에 머물러 있었으며 비디오 게임 자체의 특성에 대한 미학적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역사 속에 등장한 모든 미디어는 인간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함께 제공했다. 이제는 비디오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관조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미디어가 지닌 가능성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제임스 뉴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