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46

가상의 도시 속에서 만나는 현실 풍경: 건너편의 시선_exhibition review

지난 10월 22일 부터 11월 20일 까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 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 · 핀란드 두 나라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기 다른 시선을 관통해서 보여주는 풍경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였다. 전시에서 제시된 열두 개의 풍경들은 전통적인 ‘풍경화’에 나타나는 자연 풍경이라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주변인 혹은 주변이었던 도시풍경이며 다양한 역사, 문화, 사회, 개인사적 배경과 시선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풍경이며, 그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풍경을 제시한다. 이 전시는 타이틀 '건너편의 시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각적, 방법적, 개념적으로 한국 작가와 핀란드 작가의 작품을 한 팀씩 구성하여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섯 팀의 12 작품들은 시적인 언어로 가득 찬 이탈..

악기를 통해 생성된 ‘장면’의 두 가지 ‘목격’_<또 다른 달 또 다른 생>_exhibition review

지난 10월 9일부터 10일, LIG아트홀에서 권병준은 신작 을 공연 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삐삐롱 스타킹에서 고구마라는 예명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음악인, 음악관련 하드웨어 연구자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선 5월, 그는 이미 프로젝트 그룹 ‘이악’과 진행한 워크샵 결과물을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은 권병준이 지난 10여년동안의 작업모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현대미술과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악기를 통해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관심 있던 권병준의 실험적 ‘장면’을 두 개의 다른 시각으로 ‘목격’ 해보았다. #1. 비논리적 무대 VS 공간의 인식먼저 이 공연은 퍼포머가 바닥에 봉을 쿵! 치면서 평균대를 조심스럽게 건너면서 시작한..

스펙타클한 빛의 공간: more Light: 리경_exhibition review

우리가 알고있는 매트릭스의 공간은 어떤가. 짙녹색의 사이키델릭한 빛들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공간 한가운데 우리가 서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할까. 보이는대로 믿는 것은 얼마나 불안전한 것인가, 우리의 일상 세계에는 무수한 가상의 이미지들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설치 작가인 리경의 이번 전시는 'more Light 더 많은 빛'이라는 타이틀 아래 과 , 두 개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냈다. 가상 공간 내에서 계산되고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우리가 아는 현실 공간과 유사하거나 혹..

화면을 넘나드는 만 개의 물결: Ten Thousand Waves: Isaac Julien_exhibition review

사실 갤러리에서 영화를 튼다는 개념은 실험영화의 궁여지책 같은 것이었다. 일반 극장에서 틀기 힘든 전위적이고 까다로운 영화들은 마치 난민처럼 미술관 주변을 맴돌았고,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찾아 헤매던 큐레이터들은 이 작품들에 피난처를 제공했다. 화이트큐브로 들어오면서 검은 방에 들어가서 프로젝션으로 상영되는 방식은 다소 단조로웠고 일반 극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미디어아트 씬에서 진화가 거듭되면서 갤러리에서 보여지는 투사 방식이나 설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디어아티스트들이나 혹은 미술가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패러디 함으로써 순수미술의 영토를 넓혀왔다. 또 영화적 이야기나 촬영 테크닉, 영화세트 디자인과 편집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예술가들도 있다. 미디어아트와 장편 극영화를 넘나..

벽에 대한 새로운 지각 : 공존과 소통 _exhibition review

벽이라는 말은 어원학적으로 ‘무르스muru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도시의 울타리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보호와 안전을 뜻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 ‘모이로스moiros’는 그리스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Moirai’라는 낱말과 비슷한데 운명의 손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생명줄을 잣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여신들을 지칭한다. 신화적 해석에 따르면 벽은 모성적 보호 울타리인 동시에 부성적 금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에서 볼 수 있듯이 벽은 양면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자 삶의 근원이기도하며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 고립과 억압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벽으로 인해 생기는 경계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과 밖, 성聖과 속俗, 여기와 저기..

Media City Seoul 2010: TRUST 믿거나 말거나_exhibition review

“상상력이 부족한 이들은 무엇이 부족한지 상상할 수 없다.” (68혁명 구호, 잘랄 투픽의 “베이루트의 불문율과 쓰여지지 않은 슬로건들”에서 재인용) 1. 비엔날레가 성업중이다. 9월호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를 비엔날레 ‘빅쓰리’로 꼽아서 소개했다. 이 외에 군소규모의 비엔날레도 두 개 정도 있으며, 비엔날레는 아니지만 인천에서 열리는 인다프(INDAF,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도 있다. 이름만 건 듯한 두 곳을 제외해도, 한 해에 대규모 국제미술전시가 자그마치 네 개나 열리는 셈이다. 한 때는 비엔날레에 이름 석자 올리는 것만으로 언론에 기사가 났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국제전시를 개최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어느덧 광주비엔날레가 15살, 부산비..

빛의 흔적_exhibition review

롯데백화점 서울 청량리점에서 8월 22일~29일까지 진행된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 작가의 전시는 민자역사로 거듭난 청량리역과 새로운 롯데백화점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작품 주제는 ‘빛의 흔적’. 청량리역사를 위해 작가가 특별 제작한 비주얼 퍼포먼스 ‘choi57 -light trail’은 청량리역 광장에 임시 설치 된 7개의 LEC 미디어폴에서 전시되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청량리역사점 개관을 기념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대중이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 3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전(20일~9월 26일 롯데갤러리)도 개최하였는데, 근대와 현대의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곱개의 기둥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아..

21세기 플럭서스_산으로 간 팽귄_exbition review

백남준아트센터의 2010년 두 번째 기획전 ‘산으로 간 펭귄’은 시각예술, 무대연출, 미디어, 연극,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전시이다. 이 신선한 제목은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조그(Werner Herzog)의 다큐멘터리 ‘세상 끝에서의 조우(Encounter at the End of the World)’에서 펭귄 한 마리가 산으로 가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인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펭귄처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 26명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이 전시의 취지이다. 앨리스의 동굴 속으로 백남준아트센터는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간 구성이 재미있다. 획일적이거나 정형적이지 않고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이 공간은 여기의 작품들과도 많이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개관 1주년 기념 디지털아트전_아트@디브러리展_exhibition review

오늘날, 정보처리 기반이 디지털에 의존하는 비율이 늘고 있고 디지털 정보자원을 제공하는 성격과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국립중앙도서관은 7년간의 준비 끝에 국립디지털도서관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전 세계의 고품질 지식정보 포털 서비스와 디지털지식 이용공간이 공존하는 통합형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구축하여 디지털 공간, 시설, 서비스 전략이 이용자의 새로운 정보요구 만족에 맞춰진, ‘디지털(Digital)’과 ‘라이브러리(Library)’가 만난 책 없는 도서관인 ‘디브러리(Dibrary)’. 이곳의 개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디지털아트전 『아트@디브러리(art@dibrary)』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오른편 지하에 ‘디지털도서관’이라는 컨셉과..

‘다시 한번 저질러 봐요 거기 artist's body씨.’_Artist's Body 전_exhibition review

미직지근한 초여름. 6월 30일까지 스페이스씨에서 열릴 Artist's Body전 에 들렸다. 작품은 국내외 17명 작가들의 신체를 주제로 한 전시며 미디어아트에서 사진, 설치 예술까지 다양했다. 내 몸은 곧 나 한센은 자신과 꼭 닮은 표정의 사람들을 띄워 놓는다. 편집한 것일까 의문일 들 정도로 닮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그의 얼굴은 곧 그 자신이다. 그는 타인의 몸을 보고 그들을 이해했고 자신이 그들의 몸이 되었다. 켄버스 뒤에 자신을 숨길 곳도 익명성도 없어진다. 과거 혼신을 다한 작품이 내 분신이었다면, 이젠 내 몸이 곧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몸은 고작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노력을 들인 작품이 아니라 내 평생 밥 먹고 똥 사는 것까지 모두 함께해온, 내 모든 치부를 기억하는 바로 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