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예술 4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 노상희 _interview

한 작가를 시간차를 두고 마주한다는 것은 비평가의 입장에서 매우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앞서 읽었던 작품의 궤적이 현재의 시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평가의 상상력을 상회하여 확장되는 경우 또한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을 해독하여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 녹녹치 않은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노상희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Artience)’ 프로젝트에서였다. 당시 작가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업하여 스스로가 경험했던 ‘스트레스’라는 요소를 매체를 통한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지점에서 마주했기 때문인지 예술이 어떻게 과학적 데이터를 매개로 하..

interview/Artist 2019.07.02

[유원준의 미디어문화비평] 2. 놀이, 게임 그리고 매체예술_2부

4. 게임과 예술의 가상성 예술과 놀이는 기본적으로 가상성을 전제로 한다. 예술작품에서 구현되는 이미지의 재현(Representation)은 실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假想)의 이미지를 창작하는 것이며, 놀이와 게임의 경우 현실 세계와는 다른 룰(Rule)이 적용되는 가상의 세계를 임의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형상화 작용(Verbildichung)’에 근거하는 현실의 이미지 전환 작업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놀이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면, 예술 특히 시각예술은 다분히 놀이적이고 게임적이다. 또한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추상적인 가상의 의미를 실질적인 구현 환경으로 만들었다. 발터 벤야민은 새로운 기술 문명이 예술의 ‘탈 아우라’를..

Voice 2013.02.06

[유원준의 미디어문화비평] 2. 놀이, 게임 그리고 매체예술_1부

1. 왜 예술과 게임을 연관시키는가? 2011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성년자들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판매하거나 대여할 경우 최고 10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게임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책이나 만화, 연극처럼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원 판사의 판결이다. 그는 “어린이를 위해로부터 보호할 권한은 있지만 미리 판단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재량의 권한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1] 혹자는 이러한 위의 사례를 단순히 미국 게임 산업계의 승리..

Voice 2013.01.02

00to08, 5회의 비엔날레. 10년의 역사 _2008 제 5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_exhibition review

10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하였다. 신의 영역을 제외하고서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인 사례로서 예술 작품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시대를 관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성을 깨우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것이 신적 영감을 지닌 시대의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지상주의적 관념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의 특권은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가 변화함으로서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시간의 경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 작품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서의 매체예술은 앞서의 언급처럼 시간의 경과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시대의 맥락을 단편적으로 담아내는 과거의 도구적 매체로서만 기능한다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