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환 8

사운드의 잔해:아르코미술관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 _exhibition review

의미는 혁명을 통해 획득된다. 빨주노초파남보만 있는 세계에 연두색이 불쑥 “나도 색깔이다.”라고 외치며 의미를 찾는 싸움. 의미망 안에 들어오지 못한 무의미한 존재들의 의미 찾기.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사실 존재 조차 알지 못했던 그들의 아우성을 있는 듯 없는 듯한 엠비언스 정도로 여기며 흘려 보냈던 존재들. 앞만 보고 걷다가 넌 도대체 무슨 소리를, 왜 하고 있었던 거냐며 그제서야 머쓱한 생각에 뒤돌아보게 하는 그 소리들. 아르코 미술관, 에 있었다. 예를 들어, 헤바 Y 아민 작가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준 소리와 같은 것이다. 이집트 당국이 폐쇄한 인터넷을 대신해 개발된 을 통해 이집트인들은 음성 메일을 교환하고 전화로 자신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닿기 위해 ..

로봇의 예술, 인간의 작품일까? 로봇의 작품일까? _aliceview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원숭이가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의 시작은 위키미디어에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 사진은 무료이용이 가능했고 데이비드는 수입을 뺏긴다고 주장하며 당장 사진을 내려달라고 위키미디어에게 요청했지만 위키미디어는 거부한다. 데이비드가 아닌, 원숭이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동물보호단체PETA가 개입하면서 더 복잡해진다. PETA가 원숭이 셀카의 저작권은 원숭이에게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는 과연 누구의 저작물일까?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숭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PETA와 데이비드 양측은 데이비드가 원숭이 셀카로 발생하는 수익의 25%를 원숭이를 보호하는 일에 쓰기로 합의..

review/Aliceview 2017.12.12

리듬풍경(RhythmScape): 파열과 분열 리듬으로 도시 듣기 _aliceview

* 이 글에는 앙리 르페브르의 저서 을 바탕으로, 2015 9.17 ~ 11.15일까지 경기도 미술관에서 전시된 기획전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듬이야말로 지금까지 철학적 체계가 결여하고 정치조직들이 망각해 왔음에도 감성과 육체에 의해 체험되고 느껴지고, 만져진 바로 그 구체적 보편이 아니겠는가?"앙리 르페브르 – 리듬 분석 中 – 어느 날, 우리 집 앞에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회사와의 거리는 절반으로, 출퇴근 시간은 30분으로 단축되었다. 지옥 같았던 출퇴근 시간도 이제 숨통이 트인다. 기상해서 씻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던 일상화 된 리듬 사이에, 내 집 앞 지하철 개통은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냈다. 길고 짧음, 빠름과 느림, 일상과 결탁한 ..

review/Aliceview 2015.12.09

<로봇 에세이 Robot Essay>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세상은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 프로세스와 이들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뒤덮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삶을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의 변화를 야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단순히 로봇에 대한 상상과 인식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노동과 물질적-정신적 삶, 나아가 윤리와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까지 그 변화는 다양할 수 있다. 오늘 우리의 로봇에 대한 관점은 어떠할까. 그리고 이러한 로봇을 작가들은, 미술관은 어떻게 바라보고 정리하고 주장하고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로봇에 대해 내어놓은 하나의 관점 에 대해, 앨리스온 에디터들이 각자의 다른 세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내어본다. 1st Essay: 아직도 전기양은 안드로이드의 꿈을 꾸는가 이종완 (앨리스온 에디터) 지난 4월 18일부터 ..

디지털에서 만나는 가상의 사건, 새로운 상상력의 재발견: 이이남 _Interview

작가 이이남(Lee Lee Nam, b.1969)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국내외에서 1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유수의 기획전에 참가하여 동서양의 명화와 산수화를 애니메이션과 결합한 비디오아트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확립하였다. 그는 올해 5월 9일 부터 오는 11월 22일까지 베니스의 팔라조 벰보 앤 모라(Palazzo Bembo & Mora)에서 개인전 을 선보인다. * 본 인터뷰는 2014년 11월에 개최된 창조경제박람회의 SBS CNBC 미디어아트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인 컨퍼런스를 앨리스온이 공동주관하면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였음을 밝힙니다. aiceon 안녕하세요. 이이남 작가님, 우선 본인에 관한..

interview/Artist 2015.06.06

악기를 통해 생성된 ‘장면’의 두 가지 ‘목격’_<또 다른 달 또 다른 생>_exhibition review

지난 10월 9일부터 10일, LIG아트홀에서 권병준은 신작 을 공연 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삐삐롱 스타킹에서 고구마라는 예명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음악인, 음악관련 하드웨어 연구자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선 5월, 그는 이미 프로젝트 그룹 ‘이악’과 진행한 워크샵 결과물을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은 권병준이 지난 10여년동안의 작업모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현대미술과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악기를 통해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관심 있던 권병준의 실험적 ‘장면’을 두 개의 다른 시각으로 ‘목격’ 해보았다. #1. 비논리적 무대 VS 공간의 인식먼저 이 공연은 퍼포머가 바닥에 봉을 쿵! 치면서 평균대를 조심스럽게 건너면서 시작한..

이미지 기호학 입문서 <이미지들 너머> _ 자르고, 더하고, 붙이기 _book review

호랑작가의 2011년 호러웹툰 은 그해 여름에 꽤 많은 이슈를 낳았다. 이 작품은 웹툰에 움직임이 없을 거라는 그때 당시 네티즌의 생각을 뒤집으면서 많은 유저들을 놀라게 했다. 이 웹툰을 본 미국 만화가 겸 평론가이자 의 저자인 스콧 맥클라우드는 이런 평을 남겼다. (만화보기 클릭) “이 트릭은 흥미로운 케이스입니다. 움직임(애니메이션)을 삽입하고도 스트립 만화 본연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 트릭을 써도 여전히 스트립 만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한 컷 한 컷이 흐름을 깨지 않고 여전히 정적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맥클라우드의 평은 공교롭게도 지금 소개하는 책, 가 말하는 문제의식을 관통한다. 저자는 “19세기 인류의 표현형식은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

인터페이스 연대기 _book review

조금 뜬금없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의 작품 중에 이라는 영화가 있다. 한국어 제목은 인데 이 영화는 자동차 사고 현장을 녹음한 음향기사 잭이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이 사고가 사실 살인사건임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잭이 사건을 재구성하는 모습이다. 그는 잡지에 실린 사건 현장 사진들을 하나씩 오려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자 풀숲에서 번쩍이는 총구가 보인다. 그는 자신이 녹음한 사건 현장의 음향과 사고 사진을 매치시키고 곧 그것이 살인사건임을 밝혀내는 완벽한 증거물을 만든다. 다시 말해, 영화적 운동성과 시각, 소리라는 서로 상이한 형식을 결합시켜 잭은 퍼즐처럼 뒤엉킨 사건 현장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낸 것이다. 의 책 리뷰를 쓰려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