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review 3

빛 - 사운드. 효과로서 의미를 전달할 때: 토탈미술관 <Through the listening glass> _ exhibition review

이 전시에는 작품설명 태그가 벽면에 붙어 있지 않다. 작품을 알고 싶으면 팜플렛을 뒤적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에서 개미만한 팜플렛 글씨를 보는 건 최악이다. 작품설명은 고사하고 제목 태그 조차 없어, 팜플렛 안내동선과 내가 지나온 길을 일일이 대조해야, 내가 본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다른 전시에 다 있는 제목태그 하나 붙이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전시 담당자한테 묻고 싶기까지 하다. 차라리 팜플렛을 덮어버리고 오롯이 작품만을 감상하고자 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순전히, 팜플렛을 뒤적이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사실 빛과 사운드라는 이 전시 키워드는 꽤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나에게 예술이 주는 쾌감은 바로 규정된 경계를 허물어 버릴 ..

벽에 대한 새로운 지각 : 공존과 소통 _exhibition review

벽이라는 말은 어원학적으로 ‘무르스muru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도시의 울타리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보호와 안전을 뜻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 ‘모이로스moiros’는 그리스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Moirai’라는 낱말과 비슷한데 운명의 손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생명줄을 잣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여신들을 지칭한다. 신화적 해석에 따르면 벽은 모성적 보호 울타리인 동시에 부성적 금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에서 볼 수 있듯이 벽은 양면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자 삶의 근원이기도하며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 고립과 억압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벽으로 인해 생기는 경계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과 밖, 성聖과 속俗, 여기와 저기..

육태진 회고전 | 미디어를 통하여 인간은 실존한다

우리는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것에 의해 끊임없는 변화에의 적응성과 사회에의 순응성을 테스트받고 또 유도된 자기투영능력을 시험당한다. - Text in the 최근 출시되는 텔레비전 수납/장식장의 전면은 투명하게 만들어진다. 일단 리모컨 신호가 관통할 수 있어야 하고, 셋톱박스 외에도 다른 외부입력 장치가 추가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린이 놓일 자리는 개방적인 곳으로 상정되어 있다. 처음 텔레비전이 가정으로 보급되었을 당시의 다른 가구들도 육중했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텔레비전 수납장은 마치 단단한 갑옷과 같은 모습으로 기억한다. 시청하지 않을 때는 브라운관 전면부를 닫아 놓을 수도 있었는데, 문을 열었을 때 금고가 나타난다고 해도 좋았을 법한 그 모습에는, 지금이라면 고가의 홈시어터 시..